코로나 자가격리 일기 #2 자가격리 생활키트 받다.
첫째 아이의 자가격리로 출근정지가 된지도 며칠이 지났다.
학교에서도 업무나 학년을 맡을 때 이전에 경험이 별로 없던 업무나 학년이라면 학기 초에 고생을 하는 것 처럼, 그 며칠 중에서도 초반이 가장 힘이 들었다.
일단 첫째로 꼽을 수 있는건 '항시 마스크 착용'이다. 학교에서도 등교수업이나 원격수업시에도 긴급돌봄 학생들과 함께 있으나 계속 착용하고 있는 마스크 때문에 불편함이 큰데, 가정에서 조차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는건 큰 불편함이었다. 근데 이게 또 의외로 첫째와 둘째 아이는 생각보다 불편해하지 않았다는 점.. 내 얼굴이 커서 마스크 때문에 귀 아파서 나만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너무 어려서 마스크 쓰는걸 이해시킬 수 없는 막내 아이를 제외하곤 나머지 가족들은 마스크를 쓰고 서로를 대하는 것 자체에서 왠지 우리 큰 일 생겼어 혹은 큰 일 날지 몰라나는 경계심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둘째는 외출 금지인데, 사실 밀접접촉자인 첫째 아이만 외출이 금지 된 것이고, 나머지 식구들은 외출을 할 수 도 있는데, 같은 아파트에 아는 사람들도 서로 많고, 또 앞으로 자가격리의 마지막에 재검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나머지 가족들도 자체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하게 된다.
이 와중에 어린 막내도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가 쌓이는지, 현관에서 자기 신발 꺼내신고 밖으로 나가자고 땡깡(이라기엔 자기 의사 표현이지만..)이라며 울고불고 난리가 날 때가 잦았어서 그 점도 참 짠했다. 나름 더 짠한건, 이제 그 며칠이 지나고 나니 아이가 집 안에 있는 것에 익숙해졌는지 이런 땡깡은 사라져간다는 점..
[내복 입고 혼자 신발 신고 있는 것 만으로 함박웃음 짓는 막내]
이 두 가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초반에 '이색적인 경험'으로써 잠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 바로 자가격리 키트를 받았을 때이다. 담당 공무원의 연락에서는 주말이 다가오고 갑자기 주변에 밀접접촉자나 확진자가 많아지면서 조금 늦어질 수 있다고 했는데, 이틀만에 받게 됐다.
배달음식도 안 시키고, 택배 올 것도 없는데, 누군가가 현관을 열어달라고 해서 뭔가 싶었는데, 키트를 배달해주기 위해 온 분이었고, 마치 기다리던 택배 받는 것 처럼 괜히 반가웠다.
뭐가 있을지 기대하며 열었을 때 처음 우릴 맞이한 건 구청장의 편지. 보통 이런거 읽어보지도 않고 버렸을 것 같은데, 그래도 무슨 내용 적었나 궁금하긴 해서 읽어봤는데 다른 내용 보다 자기도 자가격리 해봤다며 공감하는 내용은 형식적인 편지일 줄 모르지만 나름 공감 받는 기분이 들었다.
본 내용물들은 '자가격리위생키트'와 '식제품'으로 구성되어있는데 그 중에 '위생키트'에는 물티슈, 손소독제, 살균스프레이, 체온계, 폐기물봉투, 마스크가 들어있다. 처음엔 '오! 체온계~'이러고 감탄했으나, 역시 비용 부담이 크니 체온계는 간이형으로 쓸 수 있는 것이라 다른 체온계가 없으면 써야겠지만(밀접접촉자는 하루에 2번 별도의 자가진단앱을 설치해 결과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잘 사용하지 않을 사용상의 불편함이 있는 제품이라 다소 실망했다.
[체온계]
설명서에 따르면 가장 정확한 체온 측정을 위해서는 체온계를 항문을 통해 직장에 넣어서~~
우리 가족이 반겼던건 역시나 먹는거였는데.. 통조림 반찬들과 햇반, 육개장, 김치찌개, 라면, 김, 초코파이(오리온 것이 아니라 실망.. ㅜㅜ), 에이스, 버터와플, 티슈 등.. 나름 한 상자 푸짐하게 채워져 있는 모습에 다들 '오~~'하며 만족해 했다.
우리 가족이야, 다른 사람이 외출해서 먹을 것을 사오거나 할 수 있긴 했지만, 1인 가정이어서 그렇지 않은 경우엔(택배나 배달로 받을 수야 있지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라별로 이런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우리나라 정도면 이런 것들은 잘 챙겨주는 것이라고 지레 짐작해보게 된다.
근데, 육개장이나 찌개 등은 1회성이라 카레나 짜장 같은것으로 한 번 해서 좀 더 두고 먹을 수 있는걸 넣어줘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자가격리 생활용품을 받다보니, 나름 코로나19와 관련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시스템이 작동 모습을 겪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받은건 맛나게 잘 먹으면서 잘 버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