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내가 쓴 글 같이 읽자. 너만 읽냐?
작년부터 아이들의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이 쓰는 글을 꾸준히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매주 일기며 독서록, 국어 글쓰기 시간마다 하는 글쓰기 거기다가 매일매일 두줄쓰기까지......
일단 시작한 일은 꾸준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매일 아이들의 글을 열심히 읽었는데 문득!
‘나는 열심히 글을 보고 지도를 하는데 아이들의 글 솜씨는 늘지 않는 것 같지?
틀리는 맞춤법은 왜 이렇게 많아?
아이들은 자신이 쓴 글을 다시 보기는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저만 열심히 읽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글을, 그리고 친구들의 글을 다시 읽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힘들게 쓰기만 하고 필요하지 않은 글이니 글쓰기가 그냥 일회성으로 끝나버리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국어교과서에도 친구들의 글을 읽고 고쳐주거나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는 활동이 간혹 있었는데 “자 지금부터 모둠친구들끼리 서로의 글을 읽고 좋은점과 아쉬운점을 말해보자.”라고 말해주고 시간을 줬더니 아이들이 장난치고 놀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왜 이 아이들은 글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거지? 이런 시간 주면 뭐해. 남의 글을 읽지도 않고 수업시간에 장난만 치는데.”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혼내기만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의 활동을 돌아보고 있는데 한 친구가
“선생님, 얘가 뭐라고 썼는지 알 수가 없어요.”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녀석아~ 글씨 좀 예쁘게 써야지 이게 뭐니”하고 면박을 주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다른 선생님들과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한 선생님께서
“저학년의 경우에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기 어렵게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경우에는 돌려 읽기 활동이 잘 안될 수 있어요. 그럴 때는 교사가 타자를 쳐서 출력물로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예요.” 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그 순간 뭔가 크게 한방 맞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글을 못 알아보는 것은 글씨를 못 쓴 아이의 잘못이라고만 생각하고 진짜 중요한 ‘글쓰고 서로의 글을 읽어보는 활동’에 글씨를 못 쓴 아이들이 참여할 수 없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니깐요. 생각하고 글쓰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데 교사가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간단한 글쓰기 활동을 하면 반 아이들의 글을 서로 읽어볼 수 있게 작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업시간동안 글쓰기를 하고 다 쓴 글은 모았다가 방과 후에 타자 작업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40분정도의 수업시간 동안 쓸 수 있는 글의 분량은 많지 않기에 약간의 시간을 투자하면 양면 2장~2장 반 정도 분량의 자료집이 만들어 집니다. 이걸 인쇄하여 다음날 아침에 아이들이 읽어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럼 아이들이 자신의 글이 어딨는지 찾아보며 읽게되고 자연스럽게 다른 친구들의 글도 읽어보게 됩니다.
올해 국어 수업을 하고 처음으로 글을 쓰고 자료를 만들 때 쓴 글을 다른 친구들도 읽을 수 있게 만들어 나누어 주겠다고 했더니 몇 명의 아이들은 자신의 글을 읽고 자연스럽지 않거나 실수로 잘못 쓴 부분을 고치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자연적으로 퇴고 작업이 된 것이죠.
그리고 아이들의 글을 원고로 만들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글을 읽게 되고 각각의 글쓰는 특징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학급문집이라도 만들게 된다면 이때 작업한 것을 바탕으로 문집을 만들면 보다 빨리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이들 손글씨의 맛을 느끼는게 필요한 때도 있습니다. 그럴때는 예전에 북아트 연수 받은 걸 이용해서 이렇게 전시 자료로 만들었습니다.
휴지심을 이용하여 만든 시 전시대(?)
깃발이 날리는 것처럼 만들어지는 깃발책. 양옆의 남는 부분에는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했다.
그리고 올해는 독서록을 따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웹툰 때문이죠!!
로망이 불타오른다:
http://comic.naver.com/bestChallenge/detail.nhn?titleId=548157&no=95
한달이 지난 지금 아이들이 가져간 독서록 종이는 거의 200여장이 조금 안됩니다.(30명이 한달동안 200장 가까이 썼다는건 대단하지 않나요?^^) 독서록을 아예 안쓴 아이는 딱 3명!(독서록판이 비어있으니 하나만 쓰자라고 간곡히 부탁해도 요지부동이네요 ㅠㅠ) 그래도 그동안 독서록을 걷을 때에 비해 정말 많은 독서록이 씌여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입니다.(교육용만화 소감문도 많긴 하지만요.) 게다가 다른 친구들이 쓴 독서록을 읽고 그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친구가 있다면 더 바랄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이것 말고도 수많은 글쓰기 공유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각 교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좋은 글나눔 방법이 있다면 댓글 부탁드려요^^
덧) 아이들의 글을 활자화 할 때에는 내용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맞춤법 등은 수정해주는 것이 좋다고 해요. 틀린 맞춤법을 활자화 했을 때 내용 이해에도 어려움이 있고, 잘 고쳐지지도 않는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