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맞이 활동
이번주는 많은 학교들이 학부모 총회를 한 주였죠?
저희학교도 수요일에 학부모 총회를 하였습니다. 저학년들은 학부모님들이 많이 오셔서 준비할 것도 많은데 저희반은 딱 3분만이 참석하시겠다고 하셔서(실제로는 네분이 오셨습니다) 준비하기도 뭐하고 안준비하기도 뭐한 찜찜한 기분으로 학부모 총회를 맞이 했습니다. 어머님들도 한분한분 따로따로 오셔서 갑자기 학부모 상담주간이 된 듯한 하루였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학부모회는 그 어느해보다도 손쉽게 선정이 되었습니다.
새학기 맞이 활동 마지막은 학급규칙 정하기 활동과 1년 후 나에게 보내는 타임캡슐편지쓰기, 자기소개글을 써보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그 중 학급 규칙 정하기 활동을 했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학급 정하기 활동을 정말 잘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으신데 그런 것들을 참고해서 진행해본 우리 교실 이야기입니다.
새학기에 학급규칙 만들기 활동을 많이 하는데 이때 많은 아이들은 잘못한 일을 벌하는 것에 치중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의 경우 예전에 몇 번 이러한 활동을 했을 경우 ‘이러저러한 것을 지키자’라는 규칙이 나온 후 이것을 왜 지켜야 하는가, 잘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지키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라는 이야기가 주 내용이 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면 잘 지키도록 노력하자라는 것보다 그것도 못지키는 아이에게 가혹한 벌에 해당하는 벌칙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아이들은 내가 그 규칙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라는 것보다 그 벌의 대상이 자신은 아닐거라는 확신 아닌 확신으로 지키지 못할 규칙과 지키지 못할 벌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막상 지키지 못하여 벌을 받게 되면 그것이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고 규칙이 규칙이 아닌 것이 되어버리곤 했습니다. 실제로 이날도 1교시 활동을 하고 교실 청소방법이나 급식순서를 정하는 방법을 의논을 하였더니 몇몇 학생들은 벌청소를 해야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마도 이 학생은 수업을 방해하는 친구들이 너무 싫었고, 자신은 성실히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니 청소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벌청소는 최대한 지양하기 때문에 계속 아이들과 토론을 하면서 청소방법, 급식순서 정하는 방법을 평화롭게 정하긴 했지만 그 친구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훌륭하게 토론을 이끌어가시는 선생님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몇 번 그런 경험이 있다보니 때로는 학급 규칙 만들기를 생략하고 일방적으로 학급에서 지켜야할 일에 대해서 정해서 알려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것 또한 타의에 의한 규칙이라 잘 지키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각자가 바라는 올해의 우리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포스트잇을 3장씩 나누어 주고 아이들이 바라는 우리반의 모습을 세가지 적어서 칠판에 붙여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 장 한 장 같이 읽어보며 우리가 바라는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비슷한 종류의 내용끼리 묶어보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래 사진 과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우리반의 모습.jpg
우리반 아이들은 즐겁고 신나는 교실, 화목하고 행복한 교실, 노력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교실, 욕안하는 교실, 깨끗한 교실을 바랬습니다.
오른쪽 위쪽에 있는 내용은 “시험을 보지 말자”, “숙제를 적게 내주세요”, “체육 많이 해주세요” 등, 바라는 우리반의 모습하고는 어울리지 않거나 교실에서 바꾸기 어려운 것들. 하지만 담임선생님이 받아주었으면 하는 의견들이 있어 건의사항으로 묶어보았습니다. 이 건의사항들은 모아서 제 책상에 잘 붙여두었습니다.
그리고 위쪽과 아래쪽에 덜렁 붙어있는 쪽지의 내용은 위에 것은 별처럼 빛나는 반, 아래에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반입니다. 분류하는 과정에서 별처럼 빛나는 반은 어딘가에 넣기에는 어렵지만 분류해놓은 다른 것들이 잘 지켜지면 우리반도 별처럼 빛날 것 같아서 위에 붙이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반은 이왕이면 남들이 우리반의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했으면 좋겠지만 남들이 부러워하길 바라면서 우리가 살 필요는 없기 때문에 우리의 욕심으로 남겨 아래에 붙여보았습니다. 그리고나서 아이들과 여기서 말한 것들은 정말 학교안에서 모두가 지켜야할 기본적인 내용이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아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을 함께 잘 지켜보자고 약속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그럼 이렇게 사는 우리의 모습을 단어나 문장으로 만들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처음에는 주저주저하던 아이들이 ‘별처럼 빛나는 반’이라는 표현이 좋다고 하였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찬성을 해주어 2016년 올 한해 우리반은 “별처럼 빛나는 반”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바람들이 실천이 되어 진짜 별처럼 빛나는 반이 될 때까지 또 열심히 달려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