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왜 여자애들만 해요!
3월 둘째 주 학기 초 적응 활동과 학급을 세우는 활동을 한창 하던 때였습니다. 자기소개 만세(빙고) 놀이를 했습니다. 놀이판을 만들고 돌아다니며 서로 소개하면서 놀이판을 채우고 시작하는 놀이었습니다.
이 놀이는 판에 적은 다른 친구를 소개해주면 그 친구를 조사한 친구들이 판을 지워나갑니다. 소개 받은 친구는 이어서 다른 친구를 소개합니다. 목표는 모든 칸을 다 채울 때까지. 한 시간 동안 충분히 소개할 수 있고 마지막 학생이 소개될 때까지 참여를 위해 소개 하는 것을 집중 할 수 있어서 제가 좋아하는 놀이입니다. 작년에 만세 놀이를 했을 때 마지막 친구의 이름이 불리자 동시에 여러 명이 외치는 “만세!!” 소리가 마지막에 소개되는 친구에게도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참 좋은 기억이 있었습니다.
단, 이 놀이를 할 때 놀이판은 한쪽 성보다 좀 더 많아야 좋습니다. 안 그러면 남학생끼리만, 여학생끼리만 조사하는 일이 벌어져서 놀이 맛이 잘 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작하기 전에 이 놀이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남자친구, 여자친구 골고루 조사해야 한다는 귀뜸을 하기도 합니다.
올해 자기소개 만세 놀이를 하던 중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여자애들이 자기들끼리만 해요!”
처음에 시작할 때 제가 먼저 남학생 이름을 부르면서 시작했고 몇 명의 남학생을 거친 후에 여학생으로 넘어가고 곧 남학생과 여학생이 몇 번 왔다갔다 했는데 자기 이름이 불리지 않아 속상했었나 봅니다. 여학생 이름이 몇 번 불린 참이어서 진짜 여학생들끼리만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놀이 할 때에도 여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을 어려워했던 학생이라 ‘이 녀석 좀 봐라~’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래? 선생님이 보기에는 비슷비슷하게 부른 것 같은데 00이는 여학생들끼리만
하는 것 같아 불만이구나. 그럼 한 번 확인해 볼까?” 했습니다.
“남자 친구들 중에 여자 친구를 소개한 사람 손들어 볼까?”
대여섯 명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여자 친구들 중에 남자 친구를 소개한 사람 손들어 볼까?”
이번에는 8명이 넘는 학생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여자 친구들이 남학생의 이름을 더 많이 불러준 것이었습니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비슷할 것이고 혹시나 여학생들이 더 적으면 그걸 가지고 이번에는 남자 친구 이름을 불러주세요 하려고 했는데 여학생들이 훨씬 많았던 것입니다. 심통 났었던 남학생은 민망해진 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어졌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어떤 사건이나 대상이 나쁜 마음을 가지고, 혹은 이기적인 또는 안 좋은 여러가지의 행동을 하고 있다고 믿을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사실일 때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명확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며 믿을 때도 있습니다.
이번 일을 겪고 나도 이미 단정지어놓고 막연한 느낌만으로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금 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