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비 오는 날 교실에서 하기 좋은 유령기차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비가 오지 않다가 요 며칠 하늘에 비가 마구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 아이들과 하는 놀이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 놀이는 그냥 놀이 설명을 하고 해보자 하는 것은 재미가 없습니다.
제일 먼저 아이들이 교실 책상을 뒤로 다 정리하고 둥그렇게 둘러 앉습니다. 그리고 등 뒤로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다 앉으면 창문을 닫고, 커텐을 치고, 불을 끕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매우 좋아합니다. 뭔가 분위기가 만들어진달까요? 으스스하기도 하고 차분해지는 그런 분위기를 만듭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눈을 감게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여러분은 지금 유령이 되어 우주를 떠다니고 있습니다.(유령과 우주는 그닥 상관은 없지만 교실이라는 공간을 벗어났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 저는 그냥 이렇게 말합니다.) 눈 앞은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저 멀리서 기차 소리가 들려옵니다. (기차소리) 안녕하십니까. 저는 유령기차의 기장입니다. 여러분을 유령기차에 태워 가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한사람씩 유령기차에 탑승하게 됩니다.(이후 놀이 방법을 자연스럽게 소개) 여러분이 유령이 되지 않고 다시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마지막 친구가 유령기차에 탑승하기 전에 눈을 뜨는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 모두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유령기차 출발합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시작을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조용히 집중을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놀이를 시작합니다. 천천히 저벅저벅 아이들 등 뒤를 돌면서 한명씩 유령기차에 탑승을 시킵니다. 탑승 속도는 너무 빠르지 않도록 한 바퀴를 돌 때 한명 정도를 데려가는 식으로 합니다. 사실 널찍하게 앉아서 시간감각도 무뎌지고 주변 사람들의 상황을 알기 어려워져서 자연스럽게 눈을 뜨게 되는데 교실에 30명 정도의 학생들이 둥그렇게 앉으면 서로가 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절대 눈을 뜨지 않습니다. 그래서 술래가 유령기차에 탑승 시킬 때 서로 밀착되어 있는 아이들부터 데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반 아이들 중에는 서로 손을 꼭 붙들고 앉아 있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나중에 소감을 들어보니 친구가 손을 놓고 사라졌을 때 무섭기도 하고 떨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옆에 친구가 있는 줄 알고 손을 잡으려고 했는데 옆이 텅텅 비어서 놀랬다고도 합니다.
저는 최후의 1인이 남는 놀이의 경우 평소 친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나 소극적이어서 교실에서 돋보일 기회가 많지 않은 친구들이 남을 수 있도록 조절을 하는 편입니다. 마지막 한명이 남았을 때 한 바퀴 정도를 더 돌고 그 친구를 탑승시키는데 그 전에 눈을 딱 뜨면 그 순간 침묵이 깨어지고 아이들이 그 친구를 붙들고 환호를 하는 장면은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물론 마지막 친구가 유령기차에 탑승하게 되면 아쉬움으로 침묵이 깨어지지만 이 놀이가 현실이 아니니 아이들이 크게 비난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쉬움이 남았다면 다음에 다시 하면 되죠^^
놀이가 끝나면 맨 처음 탑승하게 된 학생의 소감, 마지막 학생의 소감,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를 나누면서 마무리를 합니다. 빠르게 진행이 되면 40분 동안 두 번 정도 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조용히 눈을 감고 뒤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의 변화를 느끼면서 감각을 일깨우게 되어 처음 이 놀이를 접했을 때 그 느낌이 좋아 매년 비가 오면 충동적으로 하는 척을 하며 (비가 온다고 해서 이미 수업을 조정했는데 아이들에게는 ‘에잇! 비도 오고 꿀꿀한데 놀까? 책덮고 책상 밀어~’ 하면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해보고 있습니다.
비 오는 날, 덥고 습해서 수업 분위기가 쳐지는 날, 시끄럽지도 않으면서 스릴을 맛 볼 수 있는 놀이 한판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