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과, 취미] 코바늘 뜨기, 당신도 학생들도 할 수 있다!
저는 만들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제가 해본 취미를 나열하다보면 사람들이 참 깜짝 놀랍니다. 예를 들면, 재봉, 대바늘, 코바늘 뜨개질, 십자수, 꽃꽂이, 가죽공예 등등
흔한 교사의 취미.jpg
"너 답지 않게 왜 이리 여자 여자 한 취미를 갖고 있냐고..."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놀라는 것 보면 제가 참 잘못 살았나 봅니다. 하하하!
왜 재봉이나 뜨개질 등을 여자의 취미라고만 여기는 건지^^;;
처음 보는 신기한거 해보기, 만들기를 좋아하는 거라 사실 기계적인 것을 더 선호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재봉이나 뜨개질, 가죽공예를 하는 모습을 보면 결과물이 아기자기 예뻐서 그렇지 계획하고 실행 되는 모습은 상당히 절차적이며 그 규칙만 따르면 결과물이 짠~하고 나와서 수학적이다라는 느낌까지 듭니다.(나만 그런건가...)
(학부 때 실과 교육 시간에 만들었던 메모꽂이. 저 곡선은 실톱으로 자른 것이다. 잘라 붙인 것이 아니다. 중간에 줄기부분 곡선 살려보겠다고 자르다가 분질러 먹기도 했다. 코르크판에 부직포로 붙여서 색을 표현했다.)
그래서 교사가 된 다음에 ‘뜨개질 부’를 운영한 적도 있는데 그 당시에는 알아서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고 모르는 것만 질문하는 식으로 했었습니다. 왜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았냐 하면...
정말 가르치기 힘들거든요...
30명은 족히 되는 인원에 아이들마다 수준도 다르고, 그 당시 2주일에 1~2시간만 하는 수업으로는 의미있게 가르쳐주고 학생들이 연습하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해서 알아서 재료 준비해오고 궁금한 것만 개별적으로 물어보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려웠습니다. 거기다 뜨개질 등의 도구가 상당히 작은데 전체를 대상으로 방법을 설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실물 화상기는 화소가 떨어지고 잔상이 남아서 알아보기가 더 어렵죠.) 그래서 뜨개질 수업을 해보면서 더 이상 교실에서 ‘뜨개질은 안하겠다’ 생각을 했었는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 맞나 봅니다.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우리 반은 코바늘 뜨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생활용품 만들기로 기초 바느질을 배우고, 콩주머니, 물통 주머니 만들기까지 끝냈더니 시간이 많이 남습니다. 그래서 연구실에 쌓여있던 털실도 처분(?)해 볼 겸 코바늘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목표는 기초 뜨개방법으로 컵받침 만들기입니다.
처음부터 대작 만드는것 아닙니다. 쉬운 것 부터!
대바늘도 있는데 코바늘을 선택한 이유는 실수 했을 때 풀고 고치는게 대바늘에 비해 쉽다는 점입니다. 저는 대바늘에서 잘못 뜬 부분을 고치는 것은 할 줄 아는데 한땀 한땀 풀어야 해서 오래 걸리고 빠진 코 살리는 것은 아직 어렵습니다. 그러면 실수를 했을 때 “모두 다 풀어!”하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코바늘은 풀고 만들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연구실에 이전에 썼었는지 코바늘이 잔뜩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 에게 코바늘과 실을 따로 준비시킬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들과 만드는 경험을 간단히 나누어 볼까 합니다.
사실 시작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아이들이 집단 혼란 속에 빠지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계를 나누어 여러 번 설명을 하였습니다.
1단계: 전체 설명, 손짓 발짓, 몸짓, 알아볼 수 없는 실물 화상기 등등을 이용해서 기본 자세와 방법을 설명
해 줍니다.(이렇게 설명하면 이미 뜨개질에 익숙한 학생이나 눈썰미가 정.말. 좋은 친구들 3~4명 정도가 흉내를 낼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집단 패닉에 빠집니다. 당연한 거예요. 선생님도 패닉에 빠지면 안되요 ^^;;)
2단계: 모둠별로 이해가 안 되는 1명씩 앞으로 나오게 합니다. 원형으로 둘러앉아 가까이에서 설명을 해줍
니다.(이때 한 두명 씩 이해가 되어 들어가게 됩니다.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제 양옆에 두어
자세히 관찰하게 합니다. 몇 명이 빠져 나가면 또 한 두명씩 부릅니다.)
3단계: 일대일 강습을 합니다. 이해가 안 되는 친구들을 한명씩 붙잡고 설명을 해줍니다. 이 중간 중간
이해가 된 줄 안 학생들이 자신이 한 것 맞냐며 가지고 나오면 살짝 봐주고 조언해줍니다.(이쯤 되면
학생들의 속도 차이가 많이 납니다. 이 때 잘하는 친구들보고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가르쳐 주라고
합니다.)
4단계: 3단계의 무한 반복
이 단계를 통해 어느 정도 학생들이 이해를 하면 다음 동작을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위의 단계를 무한 반복 하면 됩니다^^;;; 다행히 과정이 지나면 지날수록 학생들의 이해도는 높아져서 좀 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때 여러명이 같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교사 오른쪽 편에 학생을 놓고 배우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방향이 같아서 조금 덜 헷갈리고 오른쪽에서 보아야 손 움직임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뜨개질이나 바느질을 가르쳐 보면 협응이 잘 안되는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평소에 협응 할 수 있는 놀이나 활동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아이들이 어느 순간 “아!”하는 순간이 나옵니다. 그럼 당신은 코바늘을 가르치신 겁니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당신에게 오지 않습니다. 드디어 자유예요~^^(과연...)
이제 코바늘을 시작한지 4시간 되었는데 아이들이 뜨개질을 반복하면서 점차 방법에 익숙해지고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방학 전까지 꾸준히 지도하다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느 정도 뜨개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직접 한명 한명 가르쳐 보니 아이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부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같은 설명을 백번 하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하고는 있는데 목이 쩍쩍 갈라지는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코바늘을 처음 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유투브 등에서 코바늘 뜨는 방법을 검색해보면 각종 영상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컵받침이나 매트를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는 영상도 많아서 그 영상을 보면서 떠도 좋습니다. 그런데 뜨개질을 전혀 모르면 그 영상이 무엇을 설명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저는 영상을 보면 이렇게 하라는 것이구나 하고 따라 할 수 있었는데 학생들은 실을 잡는 방법부터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넣어 빼라는 것인지도 눈으로 보면서도 어려워하였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각 동작을 쪼개서 설명을 하는 영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실에서 뜨개질을 하기 전에 미리 영상을 보고 연습해 오게 한 다음에 교실에서 설명하고 만들기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이해가 안 된다는 친구들에게 영상을 집에서 보고 연습해 보게 할까 합니다.
그래서 기초 뜨개 방법으로 뜰 수 있는 컵받침을 계획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만든 영상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초설명 및 사슬코 만드는 방법:
짧은 뜨기 방법:
긴뜨기 방법:
1길 긴뜨기 방법:
빼뜨기(마무리)및 실정리:
이 컵받침을 만드는데 쓴 뜨개질 방법은
사슬뜨기, 짧은 뜨기, 긴뜨기, 1길 긴뜨기, 빼뜨기입니다.
여기에 원형코 만들기, 코 늘리기, 다른 여러 가지 뜨개 방법을 익히면 원형으로 된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원형코는 변형되어 다양한 소품을 만드는데 쓰입니다.
영상이 얼마나 도움이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제 목표는 원형 컵받침 만드는 것과 도안을 보는 방법, 공 만드는 방법까지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이 정도를 뜨고 도안 보는 방법까지 알게 되면 웬만한 작품을 도안을 참고해서 만들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뜨개질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보세요~라고 글을 올렸지만 꼭 가르치는 것에 국한될 필요가 있을까요. 취미로 뜨개질을 배워보고 싶으신 분들 그동안 두려움에 못하셨다면 이번에 한번 도전해보세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날도 더운 요즘 시원한 실내에서 커피한잔과 함께 뜨개질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