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계획은....아니 개학은 무사하셨나요?^^
모두들 개학 잘하셨나요? 2월 새 학년을 맞이하고 저도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3월이 되어도 새학기 준비는 끝도 없고 해야 될 일이 줄지 않고 쌓여가는 요즘입니다. 올해는 오랜만에 연임하는 6학년이라 아이들과 잘 맞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작년에 아쉬웠던 점을 올해에는 보완해야지 하며 더 일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새 학기에 준비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학급일지 준비하기
작년 첫 글에서 담았듯 저는 새 학기 준비의 시작을 학급일지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학급일지는 해가 갈수록 두꺼워지고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스프링제본 가게를 찾는 것도 일입니다. 지금은 제본도 못하고 집게로 집어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둘째, 교실환경 꾸미기
이제 교실 환경은 크게 준비를 안합니다. 그동안 붙였던 것 떼어다가 이사하면서 붙이면 되니 일사천리입니다. 신규때에 각종 환경물품을 사서 붙여보기도 했었는데 관리 잘하는게 아니라면 최대한 단순한게 저한테는 잘 맞습니다.(귀차니즘이 제일 문제겠지요^^) 뒷판에는 아무것도 없는게 제일 깔끔하고 어짜피 수업하면서 채워나갈 공간이니 허전하지 않게 환영 플랜카드를 걸고 작년 아이들이 만들어준 선생님 사용설명서를 보기 좋은 위치에 붙이기만 하면 끝입니다. 환영 플랜카드는 3년전에 인터넷에서 주문을 해서 썼더니 지금도 깨끗이 3월 초기에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이 뒷판에서 새로운 아이들과 단체사진도 찍습니다.
셋째, 학급 운영 방안 또는 새로운 활동 준비하기
올해 아이들과 어떤 활동을 해볼까?
작년에 좋았던 것은 뭐였지? 못했던 것은 뭐였지?
같이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준비하였습니다.
학급 부장 체계를 조금 손보았습니다. 올해에는 우유부장을 4명으로 늘려 일의 부담을 줄일 것이고, 저를 도와주는 부장들의 수는 4명에서 2명으로 줄였습니다.(제가 특별히 일을 시키지 않더라구요. 학생들의 손이 필요한 일은 학급임원에게 더 맡겨보려 합니다.) 그리고 올해는 다시 해봐야지 하고 결심한 학급신문, 학급문집을 위해 편집부를 부활시켰습니다.
몇 년전까지 교육과정을 짤 때 학급 교육과정 앞부분에 이것저것 쓰고 뒤에 연간시간표, 수업 내용등등은 이지에듀가 다 해주는 거니 나는 복.붙.만 하겠다 했었는데 요즘은 연간시간표 짜는 것과 창체 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제일 고민입니다. 올해도 학급 동아리를 운영하는데 작년엔 놀이를 주제로 했다면 올해는 무엇이든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아이디어 창작소’라고 일단 이름을 지었습니다. 놀이의 범주를 넓혀 흔히 생각하는 놀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즐겁게 해보면 아이들의 관심사가 다양하게 넓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어떻게 발현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넷째, 기타 등등
그리고......
이렇게 길게 저의 새학기 준비 이야기를 한 이유는 올해 새학기 계획 첫 실패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저러한 준비를 하면서 한가지의 고민은 자리배치였습니다. 매년 자리배치를 바꿔볼까 라고 생각을 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안 떠올라서 아주 평이한 세 분단 자리로 시작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양쪽 아이들이 가운데에 있는 교사를 볼 때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기본 분단은 유지하되 약간 부채꼴 형태가 되게 해서 수업을 듣기 편하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똑바른 분단자리가 서로의 머리 때문에 칠판 보기가 불편했던 점을 생각하여 지그재그로 책상을 두어 보았습니다.
이렇게 자리배치를 하면서 ‘그래 너무 똑바르게, 줄맞추는 것에 집착하지 말자, 좀 더 자유로운 학급의 느낌이 나게 하자’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자리배치를 마치고 나니 청소를 하거나 모둠자리나 토의자리 등으로 이동하고 돌아올 때 어떤 규칙으로 앉으라고 하는지를 설명하기가 어렵겠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닥에 색테이프로 책상 자리를 표시할까도 생각했지만 지저분해 보일 것 같아서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개학하고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면 되겠지, 6학년인데 잘 알아들을 거야’ 라고 생각하며 3월 2일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리고 3월 2일.
전날 밤을 설치고 허둥지둥 준비하여 교실에 들어갔더니 벌써 많은 아이들이 새로운 선생님을 기대하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보았습니다.
예쁘게.....아니 똑.바.르.게 놓여진 책상들을......
분명히 이렇게 저렇게 배치해 놓은 자리들이 밤사이에 누가 왔다간것마냥 반듯반듯하게 있습니다.
그 책상들을 보자마자 저는 책상 배치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을 접어버렸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책상이 정리가 안 된 것처럼 보였을까요?^^;;;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모두 계획에 있었던 것처럼 첫만남 이야기들을 풀어나갔습니다.
나의 계획이 실제 현실과는 다를지라도 이제는 당황하지 않습니다.(당황하지 않은 척하는 겁니다.) 계획은 계획일 뿐이니까요. 올해도 수많은 계획과, 수많은 현실과 수많은 실패 또는 계획 변경과 함께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교실의 책상은 노래 「네모의 꿈」처럼 네모 반듯하게 꿈을 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