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을 생각하다.
많은 교사들이 학급운영 시 보상을 적절히 활용합니다. 학년에 상관없이 주로 사용하는 보상이 스티커 보상, 고학년의 경우는 상벌점제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학급에 따라서는 개인별 보상 이외에 모둠별 보상, 학급 전체 보상을 사용해 보상의 수준과 범위를 좀더 체계화하기도 합니다.
보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보상들은 주로 외적 보상입니다. 스티커를 모아서 어떤 선물을 받거나 상장을 받는 것, 선생님과 친구들의 칭찬을 받는 것, 모은 스티커로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안 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 등이 모두 외적 보상에 해당합니다.
외적 보상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내적 보상이 있습니다. 내적 보상은 개인이 느끼는 뿌듯함과 유능감, 자신이 발전하고 있고 더 나은 사람이 된 듯한 느낌, 학습 후 내가 더 똑똑해졌다는 느낌 등을 의미합니다.
아이들은 보상을 받을 때 어떤 생각을 할까요? 아이들의 속마음이 궁금해집니다.
세 명의 아이들을 통해 보상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A. 태하는 어제 저녁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내일이면 스티커를 300개 모아 선생님께 선물을 받기 때문입니다. 내일 받게 될 스티커는 최소 5개 이상. 머릿속으로 미리 계산해봅니다. 일기 쓰기에 한 개, 독서록 쓰기에 한 개, 숙제하기에 한 개, 청소에 한 개, 발표에 한 개 이상. 매일밤 이렇게 스티커 개수를 세어보고 계산하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고요? 바로 선물을 받기 위해서죠. 태하는 선물 받는 게 참 좋습니다. 선물을 받으면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껏 받을뿐만 아니라 선생님과 부모님께도 칭찬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나저나 내일은 모둠 친구인 철영이가 발표를 해야할텐데 걱정입니다. 모둠 전체 발표를 하면 스티커를 하나 더 받을 수 있는데 철영이는 도통 발표를 하지 않습니다. 모둠 활동에 참여도 안 하고 의욕도 없습니다. 철영이 때문에 스티커를 못 받은 적이 많아서 속상하고 짜증납니다.
B. 태희는 자기 자신이 참 대견스럽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스티커를 다 모으게 되었거든요. 스티커판에 빼곡히 채워져 있는 스티커를 볼 때면 자신의 능력과 노력이 점점 쌓아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게다가 스티커를 모으면 선물도 받고 부모님께 칭찬도 받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그리고 모둠 스티커를 받을 때는 왠지모르게 더 뿌듯합니다. 친구들과 다같이 힘을 합하고 노력해서 얻은 스티커니까요. 태희는 스티커나 선물도 좋지만 자신이 점점 발전하고 있음을 느낄 때 참 행복합니다.
C. 철영이는 친구들이 스티커를 열심히 모으는 게 참 불쌍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작 선물 하나 받으려고 그렇게 열심히 스티커를 모으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필요한 물건은 부모님께 사달리고 하면 될텐데 귀찮게 매일 이것저것 해가며 스티커를 모으는 친구들이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요즘은 모둠 스티커를 받으려고 이거해라 저거해라 명령하고 잔소리하는 태하 때문에 모둠 활동이 더 싫어졌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선생님께서 스티커판을 보여달라고 하시는데 지난번에 잃어버려서 새로 만든 스티커판이 또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철영이는 스티커 모으는 것과 선물 받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세 명의 학생은 같은 보상 시스템 속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교사가 기대하고 의도했던 보상의 결과는 어떤 아이의 모습일까요?
그렇다면 기대하지 않은 결과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요?
교사가 기대하는 보상의 결과는 바로 '태희' 입니다. 상이나 칭찬에 해당하는 외적보상과 함께 자신에 대한 유능감과 성취감을(내적보상) 느끼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은 스스로 성장하는 힘을 가진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보상을 활용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태하와 철영이는 이러한 기대와 예상을 빗나갑니다. 이는 보상의 부작용 내지는 보상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범위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 학급에서도 그렇습니다. 사실 위의 세 아이는 제가 실제로 겪었던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태하는 외적 보상의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교사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태하는 외적 보상을 행동의 목표로 삼고 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보상을 받는 것에만 치중하여 그 과정에서 자신이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볼 기회와 친구들과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갈 기회 등 정말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됩니다.
철영이는 외적 보상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범위가 있음을 드러냅니다. 스스로가 외적 보상을 가치 없다고 여길 때 혹은 그대로의 습관과 삶이 더 익숙하고 좋을 때, 외적 보상은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면 이런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태하와 같이 외적 보상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에는 외적 보상과 함께 내적 보상을 연결해 주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보상을 받을 때 그 일을 잘 해냈다는 기쁨과 유능감을 교사가 의도적으로 연결해 주고 격려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용기내어 발표한 아이에게 보상을 주면서 "00가 용기내어 발표를 했구나. 스스로 뿌듯하겠는 걸." 이라는 식으로 격려의 말을 함께 해 줄 수 있습니다.
철영이와 같이 외적 보상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경우에는 학생에 대해 관심과 지속적인 격려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혹시 학습된 무기력감에 빠져 시도조차 하지 않는건 아닌지, 자신이 가진 습관이나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는 않는지 아이의 깊은 속마음을 살펴보고 어루만져 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 경우에는 교사가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인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는 것이 중요하며, 학생의 수준에 맞게 과제를 세분화하여 '작은 도전'을 해볼 수 있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외적 보상과 내적 보상 중, 어떤 보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인간에게는 외적 보상과 내적 보상이 모두 필요하고 또 중요합니다. 분명 각각의 보상이 주는 이점이 있고, 둘 중 하나의 보상만으로 삶을 산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양자택일의 논리를 적용할 수 없는 문제인것 같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외적 보상보다 내적 보상이,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적 보상을 느끼는 사람은 외적인 상황과 환경 혹은 타인이 주는 외적 보상과 관계없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삶을 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도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