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에 대한 질문 둘
훈육은 가르치며 기른다는 뜻입니다.
훈육은 야단치는 것이 아닙니다.
훈육은 아이가 잘못 하고 있을 때 뿐만아니라 잘 하고 있을 때 강화하는 것도 포함합니다.
훈육은 아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프레임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위의 말들을 종합하면 '훈육은 부모가 아이에게 적절한 행동의 프레임을 만들어 주기 위해 가르치며 기르는 일종의 행위'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아이에게 가르치는 '적절한 행동'이란 무엇인가?
둘째, '어떤 방법'으로 가르치고 길러야 하는가?
이 두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봅니다.
#. 첫 번째 질문: 적절한 행동이란 무엇인가?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치는 적절한 행동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규범을 따르는 것, 도덕적인 것, 안전한 것, 타인에게 공헌하는 것과 관련된 행동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 훈육의 상황에서 이런 가치와 범주는 너무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당장 아이에게 어떤 행동은 되고 어떤 행동을 안 되는지를 일러주어야 하는 매순간 속에서 적절한 행동을 규정하기 위해 가치를 떠올리고, 이를 기준으로 행동을 결정하고 또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지금 눈 앞에 벌어진 상황 가운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즉각적인 어떤 반응'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훈육자의 '자기 확신'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아이에게 가르칠 구체적인 행동과 모습들을 먼저 규정하고 그에 대한 확신을 갖고 훈육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따라 아이에게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훈육자에게 '자기 확신'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바로 훈육의 '일관성'이 없어집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이 확고하지 않으면 어떤 행동이 적절한 행동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집니다. 그래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과도하게 통제적이거나 엄격해질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허용적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대다수의 훈육자들은 답답한 마음에 타인에게 방법을 묻기도 합니다. '어떤 행동은 되게 하고 어떤 행동은 안 되게 해야할까? 어떤 습관과 행동의 프레임을 만들어 줘야 할까? 무엇이 적절한걸까?'
안타깝게도 타인의 생각은 타인의 것이기 때문에 내가 훈육하는 내 아이에게는 적절하지 않은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마치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또 혼란스럽고 힘들어집니다. 그리고는 결국 이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내가 왜 남의 방식을 따라야해? 내 식대로 할래!'
그러므로 훈육자가 먼저 내 아이를 잘 관찰하고 이해한 후에 스스로 자기 안에서 다음의 질문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합니다.
'내 아이는 어떻게 자라면 좋을까? 가장 중요한 가치를 어디에 두지?'
이렇게 큰 틀을 만든 후에 그에 맞는 구체적인 행동들의 모습과 한계를 미리 신중하게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훈육의 장을 달리하여 교실로 가보겠습니다. 교실이라는 환경에서 훈육자는 교사로, 아이들은 학생들로 바뀔 뿐 위의 내용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마찬가지로 교사 자신의 학급운영관이나 철학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이것이 없으면 다른 교사가 하고 있는 좋은 것들(규칙, 학급운영방법)을 이것저것 모아서 종합선물세트식의 맥락 없는 학급운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일관성 있게 지속하기가 어려운 것들도 많아지고 특히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 과정이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됩니다. 처음부터 의도한 목표가 없다면 그 결과가 없는 것도 당연하겠죠.
#. 두 번째 질문: 어떤 방법으로 가르치고 길러야 하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원부모에게 받았던 훈육 방법대로 훈육하게 된다고 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무의식에 내재되고 각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일부 사람들은 자신이 받았던 훈육 방법에 거부감을 느끼고 정반대의 길을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이 자라던 시대의 아이들과 우리가 키우고 있는 아이들은 여러 면에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아이를 가르치고 길러야 할까요?
초보맘인 제가 내린 결론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배워야 한다.' 입니다.
배우지 않고서는 자신이 받았던 훈육 방법대로 아이를 훈육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류의 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더러 '좋은' 것을 알 수도 분별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수많은 세월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다수에 의해 검증된 효과적인 훈육방법을 배우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아이에게 미칠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한 적절한 훈육방법을 배우고 훈련해야 합니다. 상과 벌로 아이를 조종하는 것이 아닌, 감정에 치우쳐 아이에게 상처나 수치심을 던져주는 것이 아닌 그 반대의 방법! 아이의 자존감을 세워주고 아이가 스스로 유능감을 체득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효과적인 훈육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긍정훈육법(positive discipline)에 관심을 갖고 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긍정훈육법은 친절하면서 동시에 단호한 훈육법이며, 이는 아이의 감정은 수용하고 행동의 방향은 이끌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이 스스로가 유능감을 갖고 자신의 과제를 잘 감당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이끄는 훈육법입니다.
물론 훈육자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훈육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자신의 훈육법을 돌아보며 끊임없이 물어야 할 기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이 방법이 장기적으로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가?' 입니다.
글의 처음 부분에 언급했던 훈육의 의미에 제 나름의 결론을 더해 다시 적어봅니다.
'훈육은 부모가 아이에게(자신이 추구하고 중요시여기는 확고한 가치를 기반으로)적절한 행동의 프레임을 만들어 주기 위해(장기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으로)가르치며 기르는 일종의 행위입니다.'
훈육은 철학과 방법,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꽤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사랑만으로는 어려운 것이 훈육입니다. 오히려 그 사랑의 힘으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바로 훈육입니다.
* 참고 서적: 넘치게 사랑하고 부족하게 키워라(제인 넬슨, 쉐릴 어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