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식사
몇주 전, 미래 식사는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해 갈 것인지에 대한 신문 기사를 읽었다. 읽다가 신문 기사 한 구석에 적혀 있는 문구에 잠시 시선이 머물렀다.
'한 끼 식사를 선택하면서도 인간은 배고픔의 해소, 맛에 대한 욕망, 문화적 자부심 등에 지배받는다.'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한 끼 식사에 담긴 의미, 읽고 보니 맞는 말이다.
얼마 뒤, 추석 연휴가 다가왔다. 연휴 마지막 날부터 이틀간을 친정에 머물렀다. 그 기간 동안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을 나는 다시 어린 아이가 되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먹고 있었다. 엄마 밥은 여전히 따뜻하고 맛있었다.
생각해보면 엄마는 다른건 몰라도 아침 식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챙겨주셨다. 시시때때로 계절에 맞는 다양한 음식들, 재료 구하기도 복잡하고 손질하기도 복잡한 여러 가지 음식들을 정성껏 만들어 주셨다. 여담이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엄마가 밥만 잘 챙겨주시고 학업에는 거의 신경을 안 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그 덕분에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했다고 지금도 스스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집밥을 먹고 나니 신문 기사에서 읽었던 한 구절이 다시 떠올랐다.
'한 끼 식사..'
신문 기사를 작성한 필자의 말에 한 마디 덧붙이고 싶어졌다.
'한 끼 식사는 돌봄과 안정감, 사랑받고 싶은 욕구의 해소이기도 하다.'
그동안 가족들과 함께한 식사는 나에게 돌봄을 받고 있다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었고, 부모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끼게끔 해주었다. 식사가 갖는 이런 의미는 아이들에게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식사가 안겨주는 소속감과 안정감은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것이며, 아주 근원적인 욕구의 해소이다.
가족과의 식사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여러 책에서도 그 중요성이 강조되어 있다. 내가 읽었던 책들 중 이와 관련하여 생각나는 책이 두 권 있다.
첫 번째 책은 '기적의 아키타 공부법'. 이 책에서는 아이의 학력이 식탁에서 만들어지며,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아이가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이유는 가족들과 식사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는 '대화'에 있다. 또한, 가족과 식사를 하면서 아이가 갖게 되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부모와의 돈독한 유대감은 학교 생활을 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두 번째 책은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이 책에서 유대인들은 '매일 아침밥으로 자녀의 두뇌를 깨워준다.'고 말한다. 유대인들은 음식을 단순히 생존을 위한 먹을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음식과 지능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먹을거리에 큰 관심을 갖고 자녀교육을 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학교에서 인성교육 차원으로 가족들과의 식사를 포함한 여러 활동을 함께 해보도록 안내하고 권장한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학교 홈페이지에 인증 사진을 간단한 소감과 함께 올리는 활동이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일부로 진행되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내 경험으로 미루어 생각했기에 '가족과 한 끼 식사 하는게 당연한건데 왜 굳이 의도적으로 이런 '장'을 마련하는 걸까?'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언젠가 아이들에게 "아침 먹고 왔니? 저녁은 가족들과 함께 먹니?" 라고 묻고 나서 부터는 '가족과의 한 끼 식사가 아이들에게 간절하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학부모님께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식사에 대한 당부가 되었다.
엄마가 차려주시는 밥상은 참 따뜻하다.
아이들은 차려진 밥상을 보며 마음이 따스해지는 걸 가장 먼저 느낀다.
나는 사랑받는 존재이며, 내가 있는 곳은 안전하고 따뜻하다는 걸 느낀다.
나는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가족들과 이런 따뜻한 한 끼 식사를 하고 왔으면 좋겠다.
그럼 아이들의 뱃속은 든든하고 마음속은 더 든든할테니, 오늘 하루를 살아갈 만한 힘과 용기는 이미 두둑하게 채워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