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0부터 시작합니다.
2년 만에 담임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학교로 옮겼습니다. 2년이란 시간동안 나름대로 책도 많이 읽고 이것저것 찾아 배우며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2017년, 올 한해 제가 그린 이상적인 우리반의 모습은 생각만해도 흐뭇했습니다.
현실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이런 반을 꼭 만들거야. 아이들이 이렇게 배우고 생활하며 행복하게 지내는 거야.'
현실은요? 제가 생각한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들과 아이들을 겪으면서 다시 신규때처럼 힘과 권위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려는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스스로가 부끄럽고 부족하다는 생각을 매일 했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원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고민하다가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스스로 보지 못하는 부분들도 생길 것 같아 주변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부장님, 애들이 왜 이렇게 다투죠? 다툴 때 어떻게 해결하세요?"
"선생님, 아이들 주의집중이 잘 안 돼요. 선생님은 어떻게 하세요?"
"오빠, 아이들이 왜 규칙을 안 지키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퇴근하고 집에 가면 학급경영 책 여러권을 쌓아 놓고 다시 찾아 읽고, 쓰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신규교사가 아닙니다. 무려 6년차 교사입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하고 다닙니다.
그런데 예전과 다르게 물어보는 게 부끄럽지 않더라구요.
'못 하는 걸 어떡해? 빨리 해결책을 찾고 바꾸고 싶어.'
여러 사람에게 이것저것 묻고 나니 원인을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말에서 몇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기대 수준을 낮추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봐.'
'조금 나아진 것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자주해봐.'
'조급해하지 마.'
내 기준에 맞춘 '조급함과 욕심' vs 아이들의 눈에 맞춘 '여유와 믿음'
사실 그동안 수많은 책을 읽고 글들을 읽으면서 알고 있던 해결책이었습니다.
단지 알고만 있었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 너무 당연하고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에 다른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지 분주하게 찾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결책은 기본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학급경영 책을 여러권 읽고 나름대로 저만의 철학과 학급살이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막상 실천하려고 하니 어려웠습니다.
'왜 책에 나온대로 되지 않을까?'
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책을 쓰신 분들의 모든 삶과 모든 학급 일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책을 통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읽는 이가 보지 않고 오래 겪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여유과 믿음', '태도와 노하우'가 있는 것입니다. 태도와 삶은 글을 통해 배울 수 없습니다. 보고 겪으면서 서서히 닮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부분은 주변에 계신 선생님들께 배우려고 합니다.
제 주변에 좋은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언제든지 마음 편히 다가가 물어볼 수 있는 동학년 선생님들과 비슷한 고민을 함께하는 공부 모임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참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조건 문을 두드릴 생각입니다.
과거의 잘못된 것들은 과감히 버리고 0부터 새 것을 채워나가려고 합니다.
새학기, 3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