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생각은 참 위대합니다.
지난주에 2017학년도 신입 방송부원을 선발했습니다.
올해에는 응시원서와 함께 자기소개서를 써서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신입 방송부원으로 지원한 아이들의 생각과 삶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자기소개서에 제시된 몇 가지 질문에 대한 응답을 정성껏 적어왔습니다.
자기소개서에 적힌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 방송부원이 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2. 방송부원이 되는 데 있어 내가 가진 장점은 무엇인가요? 3. 내가 방송부원이 된다면 어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나요? 4. 방송부원이 된다면 어떤 자세로 임할 것인가요? |
아이들이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어 보았습니다.
그중 3번 질문에 대한 응답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위대한 생각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 아니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진짜 관심사와 진심 어린 고민이 담긴 응답들을 보면서 참 많이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만들어보고 싶은 방송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일까요?>
◻ 즐겁고 슬기로운 학급생활을 위해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고민 톡톡’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
◻ 학생들의 꿈에 대해 물어보거나 알아보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
◻ 도서관에 있는 책들 중 내가 재미있게 읽었거나 감동을 받았을 때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하는 책을 학교 방송에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책을 추천한 종이를 방송에서 즉석 제비뽑기를 하여 소개한다. 만약 이 프로그램을 만들면 학생들이 책을 즐겨 읽을 것이다.
◻ 우리 학교에서 자기만의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찾아 그 아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 일주일에 한 번, 장기자랑을 해서 가장 잘한 사람에게 간단한 먹거리를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 한 달에 한 번, 학교에서 보물찾기를 해서 찾은 한 명에게만 선물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 체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왜냐하면 아침에 오면 잠이 덜 깬 친구들도 있는데 체조를 하면 수업 시간에 집중도 잘 되고 건강해지고 머리가 맑아질 것 같다.
◻ 매달 첫째 주에 선생님들의 생신을 축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 이번 주부터 다음 달 셋째 주까지 학교에 무슨 행사가 있는지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 ‘화해하기’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싸운 친구들이 이름을 밝히지 않고 서로에게 서운했던 점이나 사과하는 내용을 쪽지에 적어서 방송함에 넣으면 아나운서가 대신 이야기해준다.
◻ 명시, 명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 ‘생일 축하해’ 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한 달에 한 번씩 그 달에 생일이 든 학생들을 파워포인트로 이름을 써서 전교생에게 축하받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의 생각을 읽어 내려가면서 아이들의 시선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생각들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어려.'
'생각하는 깊이와 넓이가 좁겠지.'
'과연 창의적인 생각이 나올까?’
스스로 아이들을 믿고 격려하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착각이었습니다.
잘 생각해보니 늘 조바심을 내거나 미리 계획하고 결국엔 내가 결정하는 '내가 싫어하는 어른, 내가 싫어하는 교사의 모습'이 내 안에 있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아이들의 가능성과 도전의 기회를 빼앗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아이들의 생각은 참 위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