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전 복습 활동
이번 주에 학기말평가를 봅니다. 아이들과 배운 내용을 복습해야 하는데 어떤 방법으로 할 지 고민스러웠습니다.
이번에는 영어교과전담 선생님들께서 많이 사용하시는 'going out quesiontions' 을 조금 변형해서 아이들과 복습을 해 보았습니다.
#. Going out questions?
정확한 영어 표현은 아니지만 'go out' 은 우리말로 '나가다' 라는 의미입니다.
'Going out questions'은 질문에 맞는 대답을 정확하게 할 수 있으면 영어교실을 나가서 자기 교실로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영어교과에서는 주로 말하기 활동에 비중을 두는 2차시에 형성평가로 이를 활용할 수 있으며, 반복 연습을 위해 매 차시마다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 'Going out questions?'을 시험 전 복습 활동으로 어떻게 활용할까요?
[ 활동 방법 및 과정 ]
1.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단원의 개수대로 총 6단계의 문제를 준비합니다. 학생들은 모든 단계를 통과해야 'go out' 할 수 있습니다.
2. 각 단계는 학생들이 맡아서 친구에게 문제를 내고 친구의 정답을 확인합니다. 저는 의미 있는 역할에서 정했던 친구 도우미나 단어 티쳐를 활용했습니다. 학습목표 도달이 충분히 된 학생들에게 역할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3. 문제를 푸는 학생들은 단계의 순서에 상관없이 모든 단계의 문제를 풀고 통과하면 됩니다.
4. 한 단계의 문제를 정확하게 풀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만 틀렸을 경우에는 그 단계 줄의 맨 뒤로 가야합니다. 뒤로 가서 책을 보거나 친구에게 물어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다시 준비합니다.
5. 모든 단계를 통과한 후에는 선생님께 확인 및 캔디를 받고 교실로 갑니다.
(그런데 시간이 꽤 많이 남았다면 사실 먼저 교실로 보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한 바퀴를 더 돌고오면 캔디를 하나 더 받을 수 있다는 유인책(?)을 써서 수업이 끝나는 시간까지는 영어교실에서 함께 있도록 합니다. 안전상의 문제, 담임 선생님의 시간 침해 등의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죠. 수업 시간이 끝날 즈음 교사가 교실로 가도 좋다고 말하면 모든 단계를 통과한 학생들은 그때 교실로 갑니다.)
5. 말하기 연습 뿐만 아니라 읽기나 쓰기 연습에도 적용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과 함께 이 두 가지 활동을 모두 해 보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모든 영역을 복습할 수 있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하나는 'going out speaking', 다른 하나는 'going out writing' 으로 활동의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1) going out speaking
각 단계를 맡고 있는 친구가 먼저 단원의 주요표현과 관련된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 그림을 보여줍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 온 친구는 그림에 알맞은 응답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What do you do?"라고 물었을 때, 그림을 보고 "I'm a pilot." 이라고 알맞게 대답하면 됩니다.
각 단계의 문제는 그 단원의 주요 단어나 어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4~5문제가 매번 다르게 제시됩니다.(각 단계를 맡고 있는 학생이 그림으로 제시) 그러므로 만약 틀려서 다시 대기했다가 문제를 풀게 될 경우에 다른 문제를 풀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원의 전체적인 내용을 충분히 숙지해야 단계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2) going out writing
Going out speaking에서 활용했던 문제를 동일하게 활용합니다. 대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만 '말하기에서 쓰기로' 바꿉니다. 각 단계를 맡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보드마카와 보드판, 지우개를 하나씩 주고 친구들이 쓰는 답을 정확하게 확인하도록 합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단계를 통과하면 캔디를 받고 교실로 갈 수 있습니다.
#. 학습 속도가 느린 학생은 어떻게 할까요?
한 반에 2~3명은 자기 교실로 갈 수가 없습니다. 질문을 듣고 답을 말하는 활동에서는 웬만하면 단계를 통과할 수 있지만 쓰기는 외우는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그게 안될 경우 모든 단계를 통과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들을 위해 각 단계를 맡고 있는 학생들에게 미리 안내 한 가지를 합니다. 각 단계에서 제시되는 여러 문제 중에서 그 친구가(학습 속도가 느린 친구) 답할 수 있는 문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마저도 어려운 아이들은 아예 책을 들고 다니면서 알맞은 표현을 찾아서 답을 보고 쓰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도전의 문턱을 낮춰주자 영어 시간에 항상 무기력했던 한 아이도 겨드랑이에 책을 낀 채 슬렁슬렁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어느새 모든 단계를 통과해서 캔디를 받으러 오더라구요. 그 아이가 한 단계씩 통과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스스로도 얼마나 뿌듯했을까요?
#. 이 활동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1. 아이들이 자신들의 지식을 꺼내보는 '효과적인 복습'이 됩니다. 문제를 내는 학생과 문제를 푸는 학생 모두 생각하고, 알고 있는 것을 꺼내고,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적극적인 복습을 하게 됩니다.
2. 학생 중심의 복습이 됩니다. 사실 1학기 때는 주입식 복습을 했습니다. 제가 말하고 또 반복해서 말하다보니 저만 복습이 엄청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쏙 빠집니다. 제가 빠진 그 시공간에서 아이들끼리, 함께, 재미있게 복습을 합니다. 활동을 마치고 한 아이가 "아, 재미있다." 고 말했습니다. 분명 게임이 아닌 공부를 했는데 말이죠. 그 말 한 마디는 저에게 '학생들을 가르치려고 하는 욕심을 내려놓으라는' 깨달음을 되새겨 주었습니다.
3. 교사가 자료를 준비하기 쉽습니다. 저는 각 단계의 문제를 만들 때 이전에 단원에서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놓았던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각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합쳐서 출력하기만 했습니다. 그 출력물을 가지고 다섯 반이 2가지 활동을 모두 했으니 준비한 노력에 비해 매우 효율적입니다. (이는 영어교과와 교과전담교사에게만 해당되는 부분일 수도 있겠습니다. )
#. 다른 교과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 활동의 형식만 취하고 내용만 바꾼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각 단원별로 단계를 나누어 학생들이 그 단계를 맡게 하고 친구에게 문제를 내고 푸는 방식'은 어느 교과에서나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단계를 단원별로 구성하지 않고 수준별로 구성하여 학생들에게 '레벨업, 레벨 통과' 라는 의미를 주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기존에 있는 활동을 변형해서 적용해 보았기 때문에 여기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더욱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바꿔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