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그 다음이 중요해!
피가 나고 찢어진 상처 위에 소금을 뿌린다면 어떨까요?
- 정말 아프고 쓰리겠죠?
아이들의 실수에 가해지는 '비난'은 바로 '상처 위에 뿌리는 소금'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실수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여기서 실수를 제 나름대로 정의합니다.
실수는 잘 몰라서 저지른 잘못된 행동 또는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가 잘못됨을 인정하는 행동이라고 범위를 정해 두겠습니다.
방송부 아이들의 대실수! 이번 주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이번 주 월요일에 학교 방송이 있었습니다. 보통 방송부 지도 교사는 방송 전에 아이들이 준비한 코너의 준비 상태나 준비한 내용을 확인하고 점검합니다. 그런데 매번 아이들과 교사가 만나서 협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도 바쁘고 지도 교사인 저도 바빠서 서로 시간을 내어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다른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바로 방송부 밴드에 자신이 준비한 멘트를 연습한 후에 녹음 파일을 올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방송 전날까지 6학년 아나운서 세 명의 녹음 파일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방송 당일, 세 명의 아나운서는 예상대로 준비되지 않은 엉성하고 부족한 방송을 합니다. 방송 멘트를 버벅거리거나 잘못 읽고, 내용 '전달'이 아닌 대본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미리 준비하고 연습하지 않은 아나운서들에게 실수와 문제는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방송이 끝난 후에, 제 눈에서는 레이저가 발사됩니다.
아이들은 이미 스스로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제 눈치만 살핍니다. 그리고는 제 입에서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너무 화가나서 감정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그러고선 또 하루 종일 후회했습니다.)
그 중에 한 명의 아나운서는 대실수를 합니다. 영화 소개를 하는 코너를 맡고 있는 아이인데 예고편 동영상을 미리 보지도 않고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동영상에서는 시작부터 '삐삐~ ' 비속어를 뜻하는 불편한 음이 계속 나왔습니다. 전교생이 방송을 보고 있었기에 보다못해 얼른 컷을 하고 다음 코너로 넘어갔습니다.
이 아이와는 이야기를 꼭 하고 넘어가야 겠다는 생각에 점심시간에 따로 불렀습니다.
일대일로 만난 자리에서 아이가 먼저 입을 엽니다.
"오늘 동영상은 내보내면 안 되는 영상인 거 같아요. 제가 미리 확인을 하지 않았어요."
저도 입을 열었습니다.
"그래, 오늘 영상은 부적절했어. 미리 확인하고 준비하지 않아서 오늘 이런 일이 생겼구나."
아이에게 비난이나 판단의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있는 사실과 상황만을 묘사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그럼, 이제 우리 앞으로를 이야기하자. 여기까지는 실수야.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할 지야."
좀 전에 불호령으로 뿌렸던 소금을 거둬들이고, 이번엔 이성을 되찾아 앞으로를 계획하고 약속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입니다. 늘 생각하고 있던 것인데 감정이 앞서다보니 불호령만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점심시간에 방송부원이 다같이 모였습니다. 약속한대로 아나운서부 발성 연습을 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어제의 실패를 딛고 오늘의 성장을 위한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에피소드 입니다. 저는 이 일을 통해 하나를 또 깨닫습니다.
아이들은 실수를 합니다.
그리고 실수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합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사람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사람이 아니라, 상처가 빨리 아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입니다.
아이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삶'을 배웁니다.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해 실수와 실패를 겪지만, 다시 만회하고 일어서는 중요한 '삶의 일부'를 배웁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이런 삶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