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합니다] 6. 뮤지컬 속 경쟁에 대하여
뮤지컬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자극할 수도 있고, 에너지를 제공해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자칫하면 크고 작은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바로 ‘경쟁’이라는 요소입니다.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경쟁은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게임을 하면서도 우리는 언제나 경쟁합니다. 경쟁이 마냥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또 아주 필요 없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그것을 무수히 겪어내야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뮤지컬을 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경쟁이 존재할까요?
뮤지컬 무대를 감상하다 보면 누가 이 작품의 주인공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해야 하기에 등장하는 비중이 가장 크고 그만큼 노래도 많이 부를 것입니다. 연기력, 가창력, 춤 실력까지 모두 받쳐줘야 합니다. 캐릭터에 어울리는 이미지까지 갖췄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완벽하겠죠. 주목받기 좋아하는 아이들, 무대 위에 서는 것에 흥미가 있는 아이들이 주인공에 욕심이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작품 속 주인공 이외에 뮤지컬 넘버에 따라서 주인공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들은 순서대로 번호를 붙여 부르기 때문에 넘버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2019년에 개봉했던 디즈니 뮤지컬 실사 영화로 주목받았던 ‘알라딘’을 예로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작품 속에 나오는 넘버 중 ‘Friend like me’는 지니가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에 당연히 지니가 그 노래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많은 화제를 모았던 OST ‘Speechless’는 지금 이 상황을 침묵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보여주는 자스민 공주가 부르는 노래입니다. 이렇게 작품 속 넘버들마다 다양한 주인공이 존재합니다. 작품이 만들어지면서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배역이 결정되면 저절로 그 노래는 그 배역을 맡은 사람에게 주어지게 됩니다.
알라딘 포스터 (출처: Disney 공식 홈페이지)
뮤지컬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경쟁의 요소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불가피한 경쟁 첫 번째, 배역 오디션(두둥!)
뮤지컬 작품 속에는 다양한 배역들이 등장합니다. 작품 속 주인공뿐만 아니라 곁에서 주인공을 서포트하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연 배우들도 있습니다. 이외에 무대의 상황을 자세히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앙상블 배우들이 있습니다.
(앙상블이란? 배역의 이름은 없지만 스토리 전개에 필요한 필요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내며 노래와 춤, 다양한 동작 등으로 생동감을 더하는 배우들을 가리킴)
주인공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 원하는 배역을 미리 점찍어 놓은 친구들에게는 오디션이 꽤나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친구들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무대에 서는 것보다 어쩌면 더욱 떨리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디션이 끝나고, 결과가 발표될 때는 더더욱 긴장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디션 결과가 발표된 이후, 꽤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아이들의 반응입니다.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아이들은 오디션의 결과가 어떻든, 그것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반대로 자존감이 약하고 자존심이 센 아이들은 자신의 기대와 멀어진 결과를 부정적으로 여기고 이후의 연습에 불성실하게 참여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자신이 원하던 배역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자책, 원망 등 여러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반영되어 나타나는 행동 양상입니다.
오디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상처받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주는 선생님의 역할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뮤지컬이 완성되어가는 과정 중 일부임을 기억하며 그것을 겸허히 그리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인드가 충분히 자리잡고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뮤지컬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며 자존감을 점차 키워나가는 아이들도 많지만 반대로 갈등을 조장하고 함께 연습하는 친구들을 심적으로 힘들게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교사도, 아이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죠. 그러한 상황들을 현명하고 차분하게 해결해 나가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결국 뮤지컬은 인성교육과도 관련이 있음을 알게 해 주는 대목입니다.
* 불가피한 경쟁 두 번째, 센터 경쟁!
뮤지컬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춤’에서도 당연히 주인공은 존재합니다. 그 주인공은 흔히 ‘센터’ 라고 불리는 요직(?)을 차지하게 됩니다. 온 국민을 PD로 만들었던 화제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도 투표를 가장 많이 얻은 인기 멤버가 센터를 차지하게 되는 영광을 얻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이 꼭 센터에 서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당연히 춤을 가장 잘 추는 친구가 센터를 차지할 확률이 높습니다. 안무도 틀리지 않고 잘 외워야 합니다. 춤선이 예쁘다면 더욱 유리하겠죠. 주목받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도 경쟁을 겪어내야 합니다. 무대의 정 가운데 서 있는 위치가 가장 돋보이고,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춤을 위한 무대에서의 자리 선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안타깝지만 불가능합니다.
작품 속에서 모두가 동등한 비중을 갖출 수도 없을 뿐더러,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즐기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원치 않은 결과가 주어질 때 마음이 쓰라린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그러한 과정들을 잘 이겨내며 한 걸음씩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뮤지컬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러한 자세가 꼭 필요합니다. 뮤지컬을 하는 아이들이 경쟁하는 과정 속에서 상처받지 않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을 간직하며 그것을 맘껏 누리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