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수업] 3. 감상 수업, 말 한 마디도 신중하게
지난 학창 시절, 음악 수업 중에서도 가장 선호하던 수업은 음악 감상수업이었습니다.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직접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되고, 악기를 연주할 필요도 없었기에 몸과 마음이 가장 가벼운 상태에서 참여해도 되는 수업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온라인 수업을 주제로 한 방송에서 원격수업 시범 중학교의 온라인 음악 감상수업 사례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화면 영상을 통해 음악을 틀어주시고, 학생들은 그 음악을 들으며 실시간으로 느낀 점이나 생각을 댓글로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그 댓글들은 화면 속에서 엔딩크레딧처럼 제시되어 마치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보는 듯한 생생함이 전해졌습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저의 일반적인 감상 수업은 음악을 다 듣고 난 뒤,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그와 관련된 후속 활동을 하는 흐름으로 진행되었는데, 이와 비교했을 때 학생들이 음악을 듣는 도중에도 반응을 표현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이었기에 활기가 가득해 보였습니다.
문득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온라인 공연을 감상할 때가 떠올랐습니다. 채팅 기능이 개설되어 있어 화면 한 쪽에서는 공연을 동시에 감상하는 사람들과 질문도 하고, 느낌도 서로 주고받으며 마치 같은 공간에서 공연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음악을 함께 들으면서 꼭 문장이 아니더라도 간단한 단어나 감탄사, 이모티콘으로 표현할 수 있는 활동도 흥미롭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에는 분명 한계점도 존재하지만,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활동들을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능동적인 학습자로 길러내기 위한 과정을 중시하는 것은 대면 수업과 그 맥락을 여전히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초임 교사였을 당시 저는 음악 감상 수업을 준비하며 늘 들떠 있었습니다.
교과서에 실려있는 감상곡들은 대부분 제가 좋아하는 곡들이기도 했고, 가창과 기악, 창작 수업에 비해 수업에 대한 부담도 적었던 게 사실입니다.수업을 듣는 아이들 또한 제가 그랬던 것처럼 여유있는 마음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오늘 함께 감상할 음악을 간단히 소개하고 나서는 늘 이런 말을 덧붙이곤 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정말 멋진 음악을 듣게 될 거예요.”
“오늘 감상하게 될 음악은 그야말로 작품입니다.”
“선생님이 참 좋아하는 음악이에요.”
길고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싶은 음악이 나올 때면
“이 음악은 꼭 집중한 상태로 들어야 합니다.”
“아주 중요한 음악이니까 대충 들어서는 안 되겠죠?”
그 당시에는 이러한 말들이 수업의 동기를 유발하기 위해 꼭 필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학생들이 그 음악을 듣기도 전에 교사의 주관이 담긴 해석을 필요 이상으로 노출한 것이었습니다.
음악은 듣는 이에 따라 다양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어떤 이는 그 음악을 좋아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고, 따분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러한 느낌을 갖기에 앞서 개인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그 때는 저의 발언이 오히려 학생에게 기대감을 심어주었다가 실망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고, 의도치 않게 반감을 조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그 당시에는 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그러한 감정을 표현한 학생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떤 학생들은 아마도 저의 말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지 않았을까 수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돌아보게 됩니다.
앞으로 감상 수업에서 음악을 듣기 전에는 곡의 제목, 작곡가와 같은 사실적인 정보, 객관적인 배경 지식만 간단히 전달할 것입니다.
음악에 대한 느낌, 생각을 정립하기 전에 개입되는 교사의 생각은 철저히 배제한 채, 감상을 오로지 학생들의 몫으로 맡겼을 때 더욱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학습자로서 참여할 수 있게 되겠지요. 저의 의견을 말하는 대신, 학생들이 곧 감상하게 될 음악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혹은 어느 정도의 기대감이 있는지와 같은 측면에 더욱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한 마디라도 신중하게 고민하고 말하고 나의 생각을 앞세운 채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도록!
감상 수업을 단순히 마음이 편한 수업이라는 편협한 시선도 거두려 합니다. 음악을 본인만의 느낌으로 자유롭게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감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나누는 역동적인 수업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덧붙여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음악에 흠뻑 빠져들게 할 수 있을까, 음악에 대한 마음을 열고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계속해서 고민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