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합니다] 5. 교육과 뮤지컬의 만남
학생들과 함께 뮤지컬을 한다면 그것은
뮤지컬교육일까요? 교육뮤지컬일까요?
연극을 교육적으로 활용하시는 선생님들께서 흔히 받는 질문 중 하나인 '교육연극과 연극교육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뮤지컬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전문적인 뮤지컬배우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학교에서 아이들이 뮤지컬을 배운다면 그것 또한 뮤지컬교육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육뮤지컬은?
그 개념은 이제부터 차차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학교에서 뮤지컬을 하시는 선생님들을 생각보다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예회 공연을 할 때, 학생들과 뮤지컬 공연을 준비해서 무대에 올리는 분들도 계시고, 학급 학생 모두와 또는 학생 동아리를 조직하여 운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 모든 활동의 공통점은 당연히 뮤지컬을 함께 한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그 목적은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먼저, 학예회 공연의 경우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공연입니다. 물론 하나씩 배워나가는 과정 자체가 창의적 체험활동이고 교육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연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학급 학생들과 함께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뮤지컬을 만드는 선생님도 계십니다. 창의적 체험활동이 아닌, 교과 활동으로 뮤지컬을 하는 경우입니다. 이와 같은 경우, 교육과정 재구성 계획이 최우선순위가 되겠습니다. 각 과목에 해당하는 성취기준들을 엮고, 뮤지컬과 관련된 활동들로 새롭게 재편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경험을 발판 삼아 이야기를 함께 만들고, 그에 필요한 노래도 지어보고, 안무까지도 학생이 모두 참여해서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학생들이 창작을 어려워 하는 경우는 교사의 도움이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조금 더 쉽게 가는 방법으로, 즐거운 생활이나 음악 교과서에 나온 노래들을 활용하여 스토리를 짜고, 작품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습니다. 대중가요나 광고음악, 기존 뮤지컬 작품의 음악을 개사하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 학생들이 직접 간단한 멜로디를 창작하고, 가사를 덧입혀 노래를 만들 수도 있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고퀄리티의 형태로 진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요즘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음악인이나 전공생을 섭외하여 협업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또한 무대미술가 선생님과 함께 포스터를 꾸미고, 의상을 제작하고 분장법을 배우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당연히 전문가 섭외를 위한 예산이 필요하겠지요. 동아리 운영의 경우, 그 문제는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 동아리는 뮤지컬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모여서 운영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학급이나 동아리로 뮤지컬을 하는 경우에도 공연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그 동안 땀흘려 함께 만들어 낸 무대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굉장한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죠. 학교 강당 무대를 사용하거나 지역의 공연장을 빌려 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지 공연만을 위해서 뮤지컬을 준비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다시 말하면 공연이 궁극적인 목적은 아닙니다. 교육뮤지컬을 꾸준히 실천하고 계시는 선생님들께서 집필하신 저서에서 이러한 설명이 담겨 있었습니다.
교육뮤지컬의 가장 큰 목적은 교육,
뮤지컬은 그 목적을 이루는 데 활용하는 방법인 것입니다.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은 단지 뮤지컬을 공연하는 배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뮤지컬을 만들어 나가는 주체적인 창작자로서 참여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입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무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배워나가는 순간, 과정 자체 모두를 교육적인 과정으로 바라본다는 관점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공연 대신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시는 선생님도 계십니다. 촬영 장소는 공연장이 아닌, 교실이나 운동장, 학교 안의 어떤 장소도 가능하며 때에 따라 학교 밖 공간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수많은 고민과 계획이 필요합니다.
먼저 어떠한 형태로 운영할 것인지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겠죠. 그것이 학급이든, 동아리이든 주어진 여건에 맞게 또는 교사와 관리자의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공연을 할 것인가? 만약 공연을 한 다면 어디에서 할 것인지도 중요하겠지요. 주어진 예산이 있다면 그 예산은 어떻게 분배해서 사용할 것인지, 교사 1인 주도하에 진행할 것인지 혹은 전문가를 섭외하여 협업 형태로 진행할 것인지 등 결정해야 할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만큼 복잡하고 쉽지 않은 과정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동료가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학교 내 연구회 또는 지역별 교육뮤지컬연구회는 매우 든든한 심리적 지원군이 될 수 있겠죠.
최근 경남교육뮤지컬연구회 '메아리'선생님들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메아리는 다른 연구회와는 달리 교사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예술강사도 동등한 회원으로 구성되어 운영되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는 연구회였기 때문에 저에게는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교육에 대한 철학, 가치관, 입장은 각자 조금씩 다르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함께 협력해 나가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함께' 하는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활동하고 계셨습니다.
마찬가지로 교육뮤지컬의 가장 숭고한 가치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처럼 함께 얼굴을 마주대고 만들어 나가야 의미있는 과정이지만, 요즘 같이 대면이 어려운 시기에는 한계가 있어 그 점이 참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워크샵과 교사 연수, 학생들을 위한 공연까지, 새로운 형태로 계속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한데 모여, 예전처럼 다시 교육뮤지컬을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하는 불안함도 있는 건 사실입니다.
코로나 시기의 문화예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답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하루 빨리 학생들과 만나 맘 편히 교육뮤지컬을 할 수 있는 날이 기다려지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