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휴대용 미니 선풍기 금지
휴대용 미니 선풍기 금지
2-3년 된 것 같다. 교실에 미니선풍기 반입을 금지했다. 이에 대한 이야기 역시 2-3년 전 페북에도 적었다.
교실에서 어떤 것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신중하려 노력한다. 교실에서 특별히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 아니라면 특별히 '금지'하는 것을 지양한다. 그런데 왜? 휴대용 미니 선풍기는 금지일까?
요점은 폭발 위험이 있다는 것.
모터가 있고 충전지가 들어있는 기기에는 폭발 위험이 뒤따른다. 물론 그렇다고 다 터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제품들이 넘친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들고 다니는 제품 중 대다수는 어디선가 무료로 얻은 것, 뽑기 상품을 비롯해서 출처를 알기 힘든 제품들이다.
설마 터질까? 사고 사례 기사가 몇건 있긴하다. 그런데 그런 기사를 보며 나처럼 걱정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학교 안에서 이야기한 적도 있는데 아무도 듣지 않는 느낌이었다. 모두들 시큰둥.
아이들에게도 이야기 했다. 들고 있다가 폭발해도 큰 일이고, 가방에 넣어두고 아무도 없는 사이에 불이 붙으면 어쩌냐고 애초에 교실에 들이지 말라고 했다.
올해도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여전히 들고 오는 아이들이 많았다. 2-3년 동안 직접적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였을까? 나도 무뎌져서 강하게 금지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선생님, 선풍기 고장났는데 탄 냄새 나요."
"뭐라고? 무슨 일이야?"
"선풍기 날개가 갑자기 부러져서 안돌아가는데 꺼지지도 않고 냄새 나요."
학생 말대로 전원은 커졌는데 날개는 안쪽에서 부러져서 멈춰 있고, 모터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전원을 몇번 눌러도 꺼지지 않았다.
겨우 전원이 꺼진 것 같아서 학생에게 돌려주려다 보니까 모터 소리가 여전했다. 전원 LED만 먹통이었나?
수업 중이라 처음에는 문 앞 복도에 내려 놓고 수업을 계속 하려고 했다. 아무래도 불안해서 바깥에 보도블럭 위에 놓고 들어왔다. 그래도 또 불안해서 바로 옆에 울타리 공사 하느라 파헤쳐 놓은 땅에 옮겨놓고 들어왔다.
수업 마치고 확인해보니 손잡이와 날개 사이쯤이 일부 녹아내렸다. 퍽- 하고 터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만약 학생이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만약 학생이 들고 있던 손에서 터졌다.
만약 학생 가방 속에서 터졌다면?
만약 학생 가방 속에서 터졌는데 교실에 아무도 없어서 일찍 발견 못했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아찔하다.
하여간 내일부턴 철저히 금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