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라피16화] <미드나잇 선> 명대사로 긍정적 선택 기회 제공하기
유난히 덥디 더웠던 올해 여름 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밤을 달달하게 적셔주었던 한 여름 밤의 꿀과 같았던 영화 <미드나잇 선>을 보셨는지요.
영화 주인공인 케이티(벨라 손)는 색소성건피증이라는 희귀병 때문에 해가 떠 있는 낮엔 집밖으로 외출할 수 없습니다. 하루는 너무 답답한 나머지, 아버지로부터 밤에 잠깐 외출하는 걸 허락받고 집을 나서게 됩니다. 그때 운명처럼 어릴 때부터 10년 넘게 짝사랑해온 찰리(패트릭 슈왈제네거)와 마주치게 되고, 서서히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찰리를 사랑하면서도 한편 자신의 희귀병 때문에 머뭇거리기도 하는 그 찰나! 찰리는 아주 멋진 대사를 날립니다.
너는 나를 이 베란다에 버리고 가도 되고,
최고의 여름을 나와 함께 보내도 돼.
여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던 로맨틱한 고백이었습니다.
저 고백이 왜 그렇게 매력이 있었나 고민을 했습니다.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면, 난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내 고백을 거절하면 나는 확 죽어버릴거야!”
와 같은 수준의 고백과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저는 감탄을 계속 자아냈고, 언젠가 저 대사를 꼭!! 써먹어야지 하는 다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 대사를 써먹어야 하는 순간이 제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곤 이 주옥같은 명대사를 까맣게 있고 지내왔습니다.
이 영화를 본 지 한참 지난 일입니다.
어느 날, 저희학급에 급식당번인 민정(가명)이와 정은(가명)이의 갈등이 생겼습니다.
상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만두를 나누어주어야 하는 상황. 2. 민정이는 2개씩 나누어주자고 주장, 정은이는 3개씩 나누어주자고 주장. 3. 결국 정은이의 의견대로 3개씩 나누어 주었는데, 만두가 부족한 상황 발생. 4. 반찬이 부족하면 급식실에 다녀와야 하는데, 그 역할은 민정이의 담당. 5. 민정이는 자기말대로 안하다가 반찬이 부족해진 것이니 정은이보고 급식실에 다녀오라고 함. 하지만 정은이는 그 역할은 민정이 담당이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음. 결국 민정이가 급식실에 가서 반찬을 받아옴. |
두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의 입장에서는 서로 속상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가 먼저 선뜻 이 상황을 해결하고자 나서는 친구는 없었고, 이 상황을 지켜보는 친구들은 불편해했습니다. 담임으로써 이 상황을 못 본 척 지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이 상황을 풀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문득 <미드나잇 선>의 명대사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곤 조용히 정은이를 불렀습니다.
“정은아, 너는 어떤 점이 속상했니?”
“제가 3개 나누어줘서 반찬이 부족해진 것 맞는데, 먼저 그렇게 짜증을 내서 속상했어요.”
“처음엔 사과하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던 거구나. 그런데 짜증이 나서 그 마음이 사라진거지?”
“네 맞아요. 어쨌든 민정이는 제 말에 동의했고, 그것대로 하다가 반찬이 부족해진건데... 그래서 제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민정이 대신 급식실에 다녀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렇구나. 3개로 정하자고 한 건 네 잘못이 아니야. 결국엔 서로 합의한 것이기 때문이지. 민정이도 자기 뜻대로 안 해서 발생한 문제라고 여기며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할거야. 정은이는 이 상황에서 어떤 감정이 드니?”
“제 잘못만은 아닌 것 같은데, 이대로 있자니 불편하긴 해요.”
“민정이 네 말대로 어느 누구의 잘못만이 아니야. 그러니 어느 한 사람에게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야. 그냥 그 문제를 대하는 사람 마음의 문제란다.”
“네......”
민정이는 정은이에게 너의 속마음을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속마음을 털어놓고 사과함으로써 이 불편함을 해소할 수도 있단다.
민정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제 막 반찬을 받으러 온 정은이에게 다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멀리서 지켜보느라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정확히 들리진 않았지만, 정은이 또한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민정이에게 시작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잠시 후 민정이와 정은이는 반찬을 못 받은 학생들에게 함께 여분의 반찬을 나누어 주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는 제가 바라는 상황을 민정이에게 이야기했을 뿐이었고, 솔직한 마음으로 민정이가 이대로 했으면 하고 답을 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속마음을 잘 감추고 학생에게 이를 잘 포장해서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학생 스스로 더 나은 상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선택지를 주기 전까지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읽어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네이버 영화 평점에 다음과 같은 한줄평이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더군요.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은 이 영화를 보지 않고 그저 그런 일상을 보내도 되고,
이 영화를 보고 올 해 가장 아름다운 여름밤을 보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