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라피9화] 토이스토리3 두 번째 이야기 - '랏소'의 사연
저의 첫 번째 글 '토이스토리3'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랏소'입니다.
사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랏소'가 크게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영화활용수업 연구모임(에듀씨네)을 위해 이 영화를 다시 보던 중, 우연히 '랏소'가 눈에 밟혔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크게 대수롭지 않았는데, 저희 회원 한 분과 '토이스토리3'와 관련하여 다시 한 번 '랏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서야 비로소 망치로 뒷통수를 맞은 듯한 심리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여파는 꽤나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픽사 제작진 역시 '랏소'를 통해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 이후 '랏소'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 보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우디(카우보이 인형)'를 포함한 앤디의 장난감들은 곧 대학생이 될 앤디로부터 버려졌다고 생각하고, Sunnyside(햇살마을) 탁아소로 오게 됩니다. '랏소'는 그곳에서 장난감들의 독재자로 등장합니다. '우디'는 우리가 실수로 버려진 것이라며, 다시 앤디에게 갈 것을 요청하지만 앤디의 장난감들은 '우디'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결국 '우디'는 앤디에게 돌아가기 위해 홀로 이 곳을 탈출하게 됩니다. 남겨진 앤디의 장난감들은 이 곳 탁아소에 처음 온 신참들이기 때문에 '랏소'에 의해 거친 유아들이 가지고 놀 장난감으로 배정됩니다. 앤디처럼 소중하게 다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 밖 상황에 앤디의 장난감들이 당황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여기저기 상처를 입게 된 앤디의 장난감들은 다른 방으로 배정받기를 원하지만, '랏소'는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탄압합니다.
홀로 탈출에 성공한 '우디'는 우연히 또 다른 장난감들로부터 Sunnyside에 있는 '랏소'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겉은 폭신폭신하고 귀여운 장난감이지만, 실상은 악당이야"
'랏소'는 원래 데이지가 특히 아끼는 장난감이었습니다. 하루는 데이지가 밖에서 '랏소'를 가지고 놀던 중 잠이 들어버렸고, 데이지의 부모님이 미처 '랏소'를 챙기지 못한 채 집으로 오게 됩니다. '랏소'는 데이지를 계속 기다렸으나,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았고, 결국 '랏소'가 데이지를 직접 찾으러 갑니다. 산전수전 고생 끝에 데이지의 집에 돌아온 '랏소'. 그런데, 그가 발견한 것은 데이지의 품에 안겨 있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새 장난감이었습니다. '랏소'의 빈자리를 자신과 똑같이 생긴 새 장난감이 대체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랏소'의 상심은 무척이나 컸을 것입니다.
그 이후부터 '랏소'는 변하기 시작합니다.
선생님들께서는 '랏소'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교실에 있는 한 아이가 연상이 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연이 참 딱합니다. 사랑을 받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사랑을 받지 못하고 버려진 장난감, '랏소'. 우리 주변에도 이와 비슷한 아이들이 참 많아 눈에 밟힙니다.
사연은 참 딱하지만, 이를 다른 시선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랏소'에게 있어 세상은 불신의 덩어리로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을 겪고도 '랏소'처럼 포악하게 변하지 않은 장난감들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겪은 '랏소'의 마음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후 저지른 포악한 행동들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가정에 불과하지만 '랏소'가 정말 사랑을 듬뿍 받았더라면? 그건 모르는 일이라 할지라도 저렇게 포악하게 변할 가능성은 낮을 것입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니 '사랑'의 힘이 정말 놀라운 것에는 틀림 없어 보입니다.
토이스토리3에서 '랏소'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소 비관적입니다.
'우디'는 앤디의 장난감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다시 Sunnyside로 들어가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탈출에 성공하는 듯 하지만 '랏소'가 이를 방해하다가 '우디'를 포함한 앤디의 장난감들과 함께 쓰레기차로 떨어집니다. Sunnyside로부터 탈출에는 성공했지만 더 큰 위기가 닥칩니다. 분리수거가 가능한 재활용 물질과 쓰레기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우디', 앤디의 장난감들, 그리고 '랏소'는 이때부터는 서로 살기 위한 몸부림을 치게 됩니다. '랏소'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우디'는 그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릎씁니다. '랏소'는 목숨을 부지하게 되고, 또 다시 위기에 처한 '우디'와 앤디의 장난감들. 이번에는 '랏소'가 구해주어야 할 차례이지만... 그의 선택은...
'랏소'는 결국 변하지 않습니다. 픽사 제작진들은 '랏소'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걸까요.
문제아동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스토리가 훨씬 더 현실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으로 '랏소'와 같은 아이들을 대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사랑으로 '랏소'와 같은 문제 아동을 대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꾸준함과 인내심을 가지고 다가가야 합니다. 그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 보았지만 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가 '랏소'와 같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사랑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주지 않을 때 그 아이가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는 확률은 0에 가깝지만, 사랑을 줄 때 그 아이가 변할 수 있는 확률은 1%의 확률이라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으로 변하게 된 아이들의 사연을 우리가 종종 듣을 수 있는 것 자체가 바로 그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쯤 되니, 한 범죄자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자신에게 좀 더 사랑으로 따뜻하게 대해주셨다면 내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고.
물론 비겁한 변명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 사람이 어린 시절에 충분한 사랑을 받았더라면,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랏소'의 포악한 행동 이면에는 사랑받고 싶은 심리가 가득할 것입니다.
혹시라도 선생님의 학급에 '랏소'와 같은 아이들이 있다면, 사랑을 듬뿍 뿌려주세요.
언젠간 선생님의 사랑으로 인해
이 영화의 결말보다 멋진 이야기가 탄생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