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라피6화] 인어공주 - 가족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 '나의 어머니께'
※ 스포주의
유독 사춘기가 심했던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께서 '엄마'라는 소재로 수업을 하다가 문득 이런 말을 해주셨습니다.
"너희가 함부로 대하고 있는 여러분의 '엄마'는 청춘시절 뭇 남성의 마음을 흔들기도 하였고,
때론 수많은 남자들의 마음을 아프게도 했었단다."
그날 아침조차도 엄마한테 짜증을 내고 현관을 나서던 저는 '엄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동안 나에게 엄마는 그냥 '엄마'였을 뿐이었지 한 여성으로서 '엄마'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저는 그러한 생각을 하는 것조차 생소했습니다. 그리고 전에 보았던 나의 엄마의 젊은 시절의 사진을 보았던 기억을 더듬어 봤습니다. 엄마의 젊은 시절은 참 예뻤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제가 좋아했던 여학생도 언젠간 엄마가 될 것이란 상상을 해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녀가 언젠가 낳을 아이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할까? 라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자, 엄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솟구쳤습니다. 그 날 '오후'만큼은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가족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란 주제로 2편의 글을 쓰고자 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전도연 주연의 '인어공주'입니다.
(영화가 개봉한지 14년만에 다시 보았는데, 이렇게 따뜻함이 느껴지는 '한국영화'다운 한국영화를 굉장히 오랜만에 본 듯합니다.
영화의 여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개인적으로 전도연 필모그래피 중 가장 아름답게 나온 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 주인공 '나영'은 엄마에 대한 감정이 처음에 어떠한가요?
'나영(전도연 분)'의 현실은 초반부터 무척 버거워 보입니다. 나영의 아빠 '진국'은 평생 우체국 직원으로 성실하게 살아왔으나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그들 가족의 삶이 매우 어려워지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진국'은 매우 무기력한 모습이 자주 등장합니다. 아마 빚보증으로 어려운 삶을 살아야 했던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아내 '연순'의 끊임없는 구박이 한 몫을 했겠지요. 나영의 엄마 '연순'은 어려운 형편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쓰는 인물입니다. 목욕탕에서 일하는 목욕관리사입니다. 어려운 삶을 살아와서인지 돈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와 동시에 엄마인 '연순(고두심 분)'에 대한 '나영'의 감정이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엄마 '연순'은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와서인지 침을 아무데나 뱉기도 하며, 욕설도 서슴지 않고 합니다. 또한 남들이 버린 가구들을 주워오기도 하는데, '나영'은 이러한 엄마 '연순'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나영의 아빠 '진국'은 이런 말을 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나도 이제 쉬고 싶다."
그 뒤 '진국'은 실종되었습니다. '나영'은 아빠 '진국'이 평생 다니던 직장인 우체국을 그만 두었다는 사실과 함께 암에 걸려서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됩니다.
'나영'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몹시 지칩니다.
'나영'은 남자친구를 만나 이러한 상황을 푸념합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한번도... 아름다운 기억이 없어.
도대체가... 온통 모든 게 다 현실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영'은 고달픈 현실을 잊기 위해 계획하였던 해외여행을 결국 포기하게 되고,
'아빠'를 찾으러 섬마을 하리로 떠납니다.
2. 주인공 '나영'이 엄마에 대한 감정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섬마을 하리는 나영의 엄마 '연순'과 '진국'이 처음 만났던 장소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이곳 하리에서 '나영'은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로 오게 됩니다.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인물을 만났으니 바로 엄마 '연순'의 젊을 적 시절의 모습입니다. 이때의 모습은 현재 '연순'의 모습과는 달리 매우 순수해 보입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수줍음도 느끼고, 심지어 느닷없이 찾아온 사랑에 설레는 모습도 보입니다. 사람은 또한 착해야 된다고 믿기도 합니다. 역시 엄마 '연순'은 처음부터 그렇게 억척스러웠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영'이 만난 건 과거의 '연순'뿐만이 아닙니다. '진국'의 과거와도 조우하게 됩니다.
무기력한 '진국'의 현재 모습과는 달리, 훤칠한 외모와 지적인 모습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듬직해 보입니다. '진국' 역시 '연순'에 대한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연순'이 글을 읽고 쓸 줄 모르자, 한글을 직접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진국'과 '연순'의 모습이 매우 풋풋해 보입니다.
정말 현실에서 밉기만 했던 '연순'과 '진국'에 대해 '나영'은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됩니다.
3. 주인공 '나영'이 엄마에 대한 감정이 달라진 계기는 무엇일까요?
가족을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다름아닌 바로 가족 구성원의 과거를 들여다 보는 것입니다.
'연순'과 '진국'의 러브스토리가 한창 진행되던 어느날, '연순'은 '진국'이 다른 지역으로 전근 발령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진국'이 '연순'에게 건넨 것은 다름 아닌 '인어공주' 책. '연순'은 몹시 슬픔에 잠깁니다.
'슬픔'에 잠긴 채 바다에 나서는 '연순'은 오랫동안 바닷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극적으로 주변 해녀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순'은 몸보다는 마음이 더 아픈 듯 합니다. '연순'을 돌보게 되는 '나영'...
'나영'은 과거의 엄마 '연순'과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연순'이 '나영'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다음은 '나영'이 '연순에게 하는 대사.
"으이그, 싱거운 년... 웃지, 울것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