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교실0화] 영화와 함께하는 학급살이
‘영화롭다’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더할나위없이 아름답고 존귀하고 빛난 상태가 되다’.
우리 교실이 그러한 모습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꿈꾸는 교실이 바로 ‘영화로운 교실’입니다.
저는 올 한해 학급 아이들과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하여 소통하려 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것입니다.
독서 교육과 달리, 유독 학교 현장에서 영화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오해가 많이 존재합니다. 차승민 선생님께서는 몰래 했었던 영화수업은 문제되지 않았으나, 드러내놓고 하니 문제가 되었던 경험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를 선생님들께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실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철저하게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영화를 활용해야 하고,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을 개발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의 의도와 달리 영화를 활용한 수업에 대한 필연적인(?) 비판을 극복할 수가 없습니다.
(영화 수업을 하기 위한 교육과정 법정 근거, 전문가 의견, 시간 확보 방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차승민 선생님의 ‘아이의 마음을 읽는 영화수업(에듀니티, 2016)’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수업에 활용하려는 선생님들께서 꼭 읽으셔야 하는 책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개인적으로 많이 듣는 질문에 대한 답변 세 가지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Q.
이렇게 ‘영화’를 활용한 수업에 대해 오해와 편견이 많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영화’를 활용하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A.
기본적으로 영화 매체가 가지고 있는 큰 힘을 신뢰합니다.
첫 번째로, 영화는 그 자체로 우리를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두 번째로, 영화를 통해 우리가 다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간접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영화는 정의적 측면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만 말한다면 ‘책’을 활용한 교육효과와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영화’는 영상매체입니다. 영상매체는 다른 매체와 달리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기 때문에 잔상이 오래 남는데,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잘못 사용하면 치명적입니다. 올바로 사용할 수 있다면, 영상매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보여줄 영화를 잘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좀 더 간단히 말하면
이런 훌륭한 장점을 가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었고, 다른 친구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 아이로 지도하고 싶었으며, 또한 공감 받을 수 있는 아이들로 자라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것은 덤입니다.
Q.
어떤 영화를 골라야 할까요?
A.
저는 학생들과 함께 나눌 1년치의 영화를 선정하는데 3개월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의 피드백을 참고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만큼 영화선정은 중요합니다. 카테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다 보니 도덕과 교육과정에서 말하는 '가치 관계 확장법'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1. ‘나’를 만나는 영화여행 2. ‘우리’를 만나는 영화여행 3. 사회/공동체(학교안, 학교밖)를 둘러싼 고민 4.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
이 카테고리에 영화를 포함시키면서 저는 나름의 4가지 원칙을 정해서 영화를 골랐습니다.
① 인물에게 애착을 느낄 수 있는 영화
⇒ 애착이 가는 인물은 주인공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인물의 마음에 공감했기 때문에 애착을 느낀 것입니다. 그 인물은 아이 주변에도 존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은 본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② 너무 교훈적인 영화는 피한다
⇒ ‘너는 이렇게 해야만 해.’ 라는 주제를 다루는 영화를 보여주는 것은 어찌 보면 아이들에게 강압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교훈적인 영화는 종종 지나치게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도 합니다. 의외로 가볍게 본 영화에서 더 많은 생각거리를 가져올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③ 선생님도 같이 재미를 느끼는 영화
⇒ 남들이 좋은 영화라고 평하더라도 선생님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영화를 선정한다면 아이들과 온전한 소통을 이루기 어려울 것입니다.
④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
⇒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교사가 누구냐에 따라서, 목적이 누구냐에 따라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영화 전체를 다 보아야 하나요?
A.
전문가마다 의견은 다릅니다. 저의 견해는 ‘아니다’입니다.
단, 교사가 영화의 맥락을 아이들에게 잘 이해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장면을 클립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주고 활동을 진행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 상담을 진행하시는 분들도 보편적으로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영화 전체를 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상담기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지시적 기법, 연상적 기법, 정화적 기법입니다.
'지시적 기법'은 한마디로 영화를 교육적·지시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학교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법 대부분이 사실 지시적 기법에 해당됩니다. 영화 장면 중 필요한 부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연상적 기법'은 영화관람 후 자유연상 되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중요한 타인에게 갖는 감정을 상담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교사라면 섣불리 활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정화적 기법'은 영화 관람을 통해 웃음과 울음, 분노, 두려움 등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억압된 감정을 방출함으로써 감정적인 정화와 정서적 고양상태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경우엔 영화 전체를 관람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바웃타임, 2013> 저의 경우, 작년 한 해 이 영화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억압된 감정을 방출하였습니다. ^^)
사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어떤 기법이든 영화 전체를 다 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시간 확보를 잘 하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영화를 활용한 수업을 하는 교사에게 있어, 영화는 좋은 소재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잘못 활용하면 치명적이기도 한 '양날의 검'입니다. 다른 어떤 소재를 활용할 때보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한 편의 영화'입니다. 교사의 삶도, 아이들의 삶도 그러합니다. 영화를 통해 타인의 감정을 공감해주고, 또 공감 받는 아이로 자랄 것을 기대해 봅니다. 그리하여 저희 반 교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선생님의 교실도 영화로운 교실이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