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라피10화] 캐치미이프유캔 - 외로움에 관하여
※스포주의
평상시 퇴근 시간만을 애타게 기다리게 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괜히 퇴근하기 싫을 때도 있습니다.
집에 가봐야 반겨 줄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별다른 스케줄이 잡혀있지 않을 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저도 외로움이라는 걸 느끼나 봅니다.
그럴 땐 오늘과 마찬가지로 학교에 남아 글을 써보기도 합니다.
처음 '캐치미 이프 유캔'을 봤을 때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영화가 개봉할 당시(2003년)에 이 영화를 봤으니 더더욱 그랬습니다. 이 영화를 이해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습니다.
이 영화는 칼(톰행크스 분)이 국제금융사기범죄를 저지르는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를 뒤쫓으며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처음 볼 때엔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프랭크는 도대체 범죄의 순간마다 왜 칼에게 전화를 했던 것일까?'
그것도 하필 크리스마스 이브마다 그러는 것이 당췌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제가 품었던 의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었습니다.
(외로움을 들킨 프랭크의 흔들린 눈빛)
(프랭크의 외로움을 간파한 칼)
외로운 사람이 외로운 사람을 알아보는 법입니다.
칼 역시 프랭크를 잡기 위해 과도하게 집착했던 것 역시 외로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범죄 스릴러 장르로 구분할 수도 있지만, 외로운 두 남자에 관한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프랭크는 다시 한 번 칼에게 전화를 겁니다.
외로운 프랭크의 심정이 고스란히 둘의 대화 가운데 묻어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였기 때문에 외로움이 더욱 증폭되었을 것입니다.
만약 프랭크가 칼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더라면,
칼은 프랭크를 끝내 잡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랭크는 외로움에 발목을 잡히게 됩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프랭크의 천재적인 사기능력에도 감탄했다면,
다시 이 영화를 보니 프랭크의 심리를 꿰뚫어 본 칼의 능력에 더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칼이 프랭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칼이 외로웠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프랭크의 심리를 간파할 수 있었고 여러 단서들을 찾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외로운 사람이 외로운 사람을 알아보는 법!
그렇다면 프랭크는 왜 이렇게 큰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일까요?
(어머니의 불륜을 목격하는 프랭크)
프랭크는 단지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갈구했던 소년이었습니다.
잃어버린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되찾고 싶어 큰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너무나 외로웠던 나머지 과거의 행복에 집착했던 프랭크.
하지만, 외로운 순간마다 기댈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외로운 순간을 이기지 못하고 칼에게 전화를 했던 것입니다.
프랭크 역시 칼의 외로움을 들여다 본 것입니다.
(비행기에서 탈출하는 프랭크, 그가 달려간 곳은 바로!)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는 프랭크, 하지만 어머니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이 영화의 결말은 결국 해피엔딩이었지만,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주인공의 심리에 깊게 몰입했던 탓일까요.
프랭크가 원했던 건 인정과 사랑이었습니다.
마음이 몹시 짠했습니다.
학교폭력 담당업무를 맡다 보니, 여러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눈에 밟힙니다.
생각보다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아이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방과후 정처하지 못해 교실 혹은 교담실을 기웃거리는 아이들.
선생님과 몇 마디라도 더 얘기하고 싶어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조금 더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지 못한 지난 날이 반성이 됩니다.
저 역시 너무나도 외로운 순간마다
기댈 곳이 없어 휴대폰 속 연락처를 들여다 본 순간이 있었는데
아이들 역시 그러한 마음일 것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눈에 밟히는 아이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아무리 바빠도 아이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제쳐두지는 말아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저의 외로움을 걱정하시는 분들,
입이 간질간질 거리실 것입니다. 무슨 말을 하시는지 저도 잘 압니다.
몰라서 안하는 것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