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교실 26화] 기계치 선생님의 영화 제작 모험기 (김주광 선생님)
학생들과 영화를 함께 제작하고 관객과 소통을 나눈 사례를 소개합니다. 바로 인천광역시교육청학생교육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주광 선생님의 사례입니다. 스스로를 ‘기계치 선생님’이라고 소개하여 더욱 솔깃한데요. 김주광 선생님은 어떻게 학생들과 함께 영화를 제작하였고 그 이후에 어떻게 관객들과 소통하였을까요?
2012년 가을, 첫 발령을 받고 부푼 꿈으로 학교에 들어선 저에게 주어진 첫 업무는 ‘방송’ 담당이었습니다. 본래 컴퓨터나 기계에 대한 두려움이 큰 기계치인지라 처음에는 많이 긴장했지만 나름 잘 적응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겨울방학을 앞둔 어느 날, 교감 선생님의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방학 동안 영상 편집 좀 배워서 애들 졸업 영상 한 번 만들어 볼 수 있을까? 할 수 있지?”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영상 편집하는 방법을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상 편집을 공부하면 여러 교육 활동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이왕 공부할 거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는 교직생활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약 8년간 학생들과 약 10여 편의 영화 및 뮤직비디오를 학생들과 함께 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저에게는 그러한 갈증과 의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13년 2월, 졸업식 날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개된 저의 첫 영상은 졸업생들과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님들에게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전달하였습니다. 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감정이 통하였음을 연출자로서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학기에 첫 담임을 맡게 된 저는 처음으로 학생들과 드라마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학교에서 대변을 보러 화장실에 가는 것을 숨기고 창피해 하는 학생들의 상황을 과장된 형식으로 비꼬아본, 대본이 있는 설정 형태의 다큐 드라마였습니다.
그리고 학부모 공개수업을 위해 만든 이 드라마를, 우연한 기회에 공문을 통해 알게 된 ‘인천어린이영상페스티벌’이라는 대회에 출품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대회도 있네, 기왕 만든 거 내보자’ 하는 마음으로 출품했던 이 페스티벌은 저에게, 그리고 함께 제작에 참여한 우리 반 학생들에게 또 다른 경험을 안겨 주었습니다. 첫 출품과 함께 아이들이 받게 된 ‘최우수상’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경험은 우리의 영화를 함께 관람하며, 크게 환호하고 웃어준 관객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이후에도 학생들과 함께 만든 작품은 몇몇 학생영상제 및 영화제에 꾸준히 출품하였고, 지도했던 학생들의 지평을 넓히는 소중한 경험들이 되었습니다.
2017년도 저는 학교가 아닌 교육청직속기관인 학생교육원에 지원하여 기관배정교사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경험들을 살려 보다 많은 학교의 학생들과 선생님들께 이런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 확산하고자 ‘시네마 공작소’라는 공모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공모 참여교 중 시설과 장비, 뿐만 아니라 인력 면에서 영화 제작 지도를 하기 어려운 학교를 선정하여, 저와 같은 지도 경험을 갖고 있는 교사들을 멘토로 매칭하고 12주간에 걸쳐 영화를 제작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영화 제작 중 참여 학교들이 모여 1박 캠프의 시간도 갖고, 마무리된 후에는 가족, 지인 및 해당 학교 선생님들을 모셔 멋진 시사회도 갖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부 여러 대회에 출품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합니다. 시네마 공작소를 통해 배출된 작품은 지역 대회 뿐 아니라 전국 단위 대회에서도 2년간 크고 작은 수상을 기록하였고, 덕분에 참여한 학생들은 잊지 못할 더욱 풍성한 경험들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천학생교육원, ‘2019 제2회 시네마 공작소 시사회’ 성료 (인터넷 기사)
http://www.thesegye.com/news/newsview.php?ncode=1065591906115458
영화 제작 교육은 교육 과정 내에서 가장 유기적으로 학생들의 협업을 도모할 수 있는 이상적인 프로젝트 활동이자 배려와 양보 없이는 완성될 수 없는 인성교육으로서 더없이 적합한 활동입니다. 또한 문학‧음악‧미술 등을 총망라한 종합예술 활동이지요. 이 외에도 교육적으로 열거할 수 있는 수많은 유익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정말 으뜸이 되는 유익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 그 자체로 정말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재미있게 만들어 놓은 것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더욱 멋진 일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둔 작품을 시간이 흐른 후 어른이 된 제자들 및 선생님이 함께 모여 다시 보고, 웃고, 떠들며 추억을 재생하는 일은 그때에는 기대치 못했던 대단히 아름다운 일이지요.
저는 여전히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기계치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선생님이나 학생들에게 언제나 이렇게 힘주어 말합니다.
촬영, 편집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떻게든 배우면서 하면 다 하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와 그 이미지가 머릿속에 먼저 흘러야 합니다.
그리고 그걸 표현하고자 하는 갈증과 의지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더 많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영화 제작을 통해 함께 소통하고, 역량을 개발하며,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