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라피18화] <온워드> 가족 이야기
2020.6.24.(수) 에듀씨네와 함께하는 집구석 1열 무비토크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2020년 픽사의 신작!!
제가 그동안 에듀콜라에 50편의 글을 써왔는데(벌써 그렇게 됐다니...)
그 중 첫 글인 '토이스토리3-이별에 관하여'를 포함해서 무려 10편의 글을 픽사 영화를 주제로 작성했습니다.
https://www.educolla.kr/bbs/board.php?bo_table=Author_HwangEuiseok&wr_id=8&page=3
https://www.educolla.kr/bbs/board.php?bo_table=Author_HwangEuiseok&wr_id=61&page=2
이번에도 픽사 영화입니다.
그동안 픽사 영화가 우리를 실망하게 한 적이 있었나요?
선생님들과 함께 이 영화를 나누고 싶어 파일럿 형식으로 기획을 해봤습니다. Zoom으로 여러 선생님들을 초대하여 영화 <온워드>와 관련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눴고, 특별 게스트 나승빈 선생님(광주서초), 김진영 선생님(인천대정초), 김수미 선생님(세종 연양초)도 함께 해주셔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 <온워드>와 관련하여 좋은 이야기들이 참 많이 나왔는데 이 글에서는가장 많이 나왔던 주제였던 '가족'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주인공 이안과 발리는 아버지와 사별하였습니다. 이안과 발리 두 형제 모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몹시 사무쳐 보입니다. 혹여 아빠와 만나게 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을 늘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갑니다. 아빠와 하고 싶은 것들을 버킷리스트에 작성하는데, 다음 문장이 참 맘에 걸리더군요.
"아빠처럼 되기"
픽사에서 부모님의 이혼을 처음으로 다뤘던 영화는 <Up>입니다. 러셀의 수다에 지친 칼은 '누가 오래 입다무나' 내기를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러자 러셀은 엄마가 좋아하던 게임이라고 답합니다. 칼이 묻지도 않았는데, 아빠가 거의 집에 안온다고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아빠한테 전화하면 아빠의 재혼 상대인 필리스가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하여 속상했던 마음을 드러냅니다.
<Up>에서는 러셀의 가족 이야기를 비교적 소극적으로 다뤘다면, <온워드>에서는 그 이야기를 조금 더 정면에서 다룹니다.
이안의 어머니는 이안과 발리 앞에서 늘 그렇게 해왔듯이 새로운 남자친구와 자연스럽게 키스를 나눕니다. 때론 이안이 돌아가신 아빠를 그리워 할때면 이안의 어머니는 아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합니다.
멘티미터에 한 선생님이 다음과 같은 주제를 올려주셨습니다.
이혼 이슈를 대처하는 우리들(교육자)의 자세
요즘은 여러 사연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이 주제에 대해 선뜻 이야기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나승빈 선생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어떠한 환경에 놓여있든지
건강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합니다.
즉, 대인 관계를 맺을 때, 문제를 해석할 때, 공부를 할 때,
운동을 할 때 필요한 것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가르쳐야 합니다.
함께 지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고, 부족한 것들은 지원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가정의 상황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순간 저는 3년 전 겪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한 남학생이 생존 수영 수업 때 지각을 하였습니다. 수영복을 챙겨오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보자 그 학생은 '오늘 엄마 아빠가 법원에 간대요. 떨어져 지내기 싫어요.' 라고 대답 하였습니다. 저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였습니다. 해 줄 수 있는 건 안아주는 것 뿐이었습니다. 수영복을 챙겨오지 않아 물 속에 들어가지 못해 그 학생을 옆에 데리고 있었습니다. 역시 아이는 아이더군요. 재미난 상황에 금세 웃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학교로 인솔을 하고 선생님한테 찾아오라고 하고 돌려보냈습니다.
저는 그당시 몹시 무기력함을 느꼈습니다. 또다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나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괴롭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이 대학원에서 상담을 전공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 아이들의 마음을 알고 싶어 영화 속 인물의 마음을 수차례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한참 전의 일을 잊고 지금까지 지내왔는데, 나승빈 선생님께서 그 날 해주신 말이 확 와닿더군요. 교사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영화 채널 '라이너 컬쳐쇼크' 운영자 라이너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자전적인 경험이 영화에 묻어있었기 때문이라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픽사 영화 1티어인 <토이스토리3>, <Up>, <니모를 찾아서>, <월E>에 비해 많이 아쉬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마지막 장면까지 다 보고 나서야 픽사는 역시 픽사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라이너씨 처럼 자전적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겐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학생들과 함께 이 영화를 감상해볼땐 이러한 점도 고려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이안과 발리의 삶을 묵묵히 응원합니다.
다음 픽사 영화는 <소울>입니다. 건반이 포스터 전면에 등장하는군요! 하지만... 2020년 6월 개봉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범유행으로 2021년 6월로 개봉이 연기되었네요... 그래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