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 촉진제 02>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 헬렌 니어링 지음
검소한 삶과 추구하는 삶의 강한 결속.
129쪽.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쓴 헬렌 니어링의 배우자, 스콧 니어링은 말했다.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고. 니어링 부부는 더 많이 존재하며 살기 위해, 미국 버몬트 산자락에서 채소와 곡식을 농사 지어 자급했다. 사탕단풍나무 시럽을 채취하며 약간의 현금을 모았다. 필요한 돈보다 더 많은 주문을 받으면, 거절했다.
계곡에서 돌을 줍고, 모래와 시멘트를 섞어 직접 돌집을 짓기도 했다. 돈을 주고 의존하던 보통의 일들을 스스로 함으로써, 살아가는 데 비용을 최소화했다.
대신, 소신 껏 살았다.
23쪽. "부자의 천국은 가난한 사람들의 지옥을 딛고 있습니다." - 스콧 니어링
스콧 니어링은 펜실베니아 대학의 교수였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반대하고, 부의 편중을 비판하는 스콧 니어링은 해임 당하고 말았다.
고정적으로 들어오던 수입이 끊겼다. 먹고 사는 일 앞에서 비굴해지기 마련인데, 스콧 니어링은 '더 많이 존재'하길 선택했다. 적은 돈으로도 만족스럽게 사는 방법을 익혀,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해임당했던 그 강연을 전국 곳곳에서 할 수 있었다. 출판사의 인세를 받지 않고, 독립 출판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도 했다.
정의로운 삶, 더 나은 삶을 고민했고, 언제나 그 바탕은 '검약'한 생활이었다. 정직하게 벌어, 번 돈 보다 적게 썼다. 텔레비전을 보기보다, 난롯가에서 에머슨의 시집을 한 사람이 낭독하고, 다른 한 사람이 완두콩을 깠다. 니어링 부부에게 텔레비전은 '이류 사람들의 맛없는 음식'이었고, 에머슨의 시는 '일류 사람들의 건빵'이었다.
소신있게 살아가기 위해,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기 위해, 절약한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는 니어링 부부가 비정한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여가를 누리고, 하고 싶은 말과 글을 표현하기 위해, 검소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잠깐의 불편을 참더라도 소신껏 살아가는 니어링 부부. 그들의 한 평생은 경건하기까지 하다.
132쪽. 스코트는 생활의 질을 높이기보다 삶의 질을 높이고자 했다. 스코트는 이렇게 말했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어떤 행위를 하느냐가 인생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검소한 삶과 추구하는 삶의 강한 결속을 느낄 수 있던 책이었다.
절약하다보니 욕망의 방향이 바뀌었다.
돈이 좋아 과소비를 마감했다. 더 많은 돈을 모아, 마음 편히 거한 지출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큰 부(富)를 가져다 줄 종잣돈을 위해, 한 푼, 두 푼 아꼈다. 솔직한 욕망에 다가서기 위해, 오늘의 불편을 감수했던 나날들이었다.
최대한 돈을 덜 쓰기 위해 외식말고 집밥을 했다. 먼 길 여행보다 집 근처 공원을 걸었다. 카페에 가지 않고, 집 청소를 깨끗하게 한 후, 믹스 커피와 함께 독서를 했다. 새 물건을 더 들이지 않고, 가진 자원을 활용했다.
절약을 하면서 더 행복해졌다. 맘충 소리 들을까봐 가슴 졸이던 '준 노키즈존' 식당을 벗어나 마음 편히 집에서 먹었다. 공원을 걸으며, 발 밑에 난 엄지손톱만한 돌나물이 귀여웠다. 카페의 소란한 수다에 귀기울일 필요 없이, 고요한 집에서 문장에 집중했다. 새 물건을 더 사지 않고, 남아 있는 불필요한 물건을 비워내며 '진짜 필요'에 대한 감각을 세웠다.
내가 맛있는 외식, 재산을 과시할 수 있는 소유물(집, 차, 옷, 악세사리 등) 같은 감각 쾌락을 지향한다 오해했다. 무익한 일시 만족을 위해 살기를 멈췄다. 절약 덕분에 욕망의 방향이 바뀌었다. 더 많이, 더 빨리 갖고 싶던 돈에서 작고 사소한 행복들에 귀기울이기 시작했다.
돈 씀씀이는 적다. 허나 일상이 결코 피폐하다거나 초라하지 않다. 삶의 만족을 소비에 비례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니어링 부부처럼 사회과학과 인문을 바탕으로 한 삶의 목적까지는 아직 없다. 어떻게 사는 것이 더 많이 존재하는 것인지 확신을 할 수 없다.
다만, 삶의 중요한 선택을 할 때 '돈'에 발목잡히고 싶진 않다. 욕망의 방향을 돈에서 소소한 일상으로 바꾼 후, 무급 육아휴직 중이다. 딱 지금 행복할만큼만, 딱 미래의 적정 안정성을 담보할만큼만의 돈을 위해, 절약하고 저축한다. 그 이외에는 여가를 누린다. 사진 찍고, 걷고, 책 읽고, 글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원하는 삶의 형태가 궁금하다. 혹시 바라는 바가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사는 일에 뒤로 미룬 분이 계시다면,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125쪽. 우리는 조화로운 우리 생활이 다른 사람들을 위한 모범이라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그릴 수 있는 가장 나은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순례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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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선의 삶이란 어떤 주어진 여건에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는 것임을 알았다.
모범이 되기 위해 살았다기보다, 매 순간 감당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헬렌 니어링의 말. 우리도 그녀처럼 지금 이 순간의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때로는 책의 힘을 빌려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