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 #01.주황-사랑할 수 밖에 없다.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삶에서 사랑을 빼고나면 과연 무엇을 얘기할 수 있을까.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영혼이 살아숨쉬게 하는 유일한 것.
때론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만들어주는 것.
어떤 방식으로든 사랑을 하며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다르다.
수 없이 겪게되는 사랑의 순간들을 마주할 때에 느끼는 것에도 분명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번 주제의 첫 소재로 사랑을 선택했다.
첫번째 사진은 뉴욕에서 허드슨강을 보고 돌아서 가는 길이었다.
해 지는 것을 등지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등 뒤에서 비춰오는 주황빛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 뒤를 돌았다.
그런데 나만 그런것은 아니었었나보다.
길 가던 두 커플도 길가에 멈춰서서 등뒤로 해가 넘어가는 광경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흔한 말로, 사랑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거라고 하던가.
딱 그 말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아름다움이 가득한 세상의 색들 중에서,
해지는 시간에 볼 수 있는 주황빛은
감각적으로는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고
정서적으로는 왠지 모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인지 이 때의 주황색을 보면
유난히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순간들이 많이 떠오른다.
아래의 사진은 혼자 리스본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이다.
사실 혼자 여행하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갖고 자아성찰 같은 걸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여행 중에 만나는 모든 아름다운 순간에 떠올리는 것들은 순전히 내가 아닌 타인이었다.
특히 이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마주한 날이 바로 이 날이었는데,
어찌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오르던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사랑하며 살고 싶은 사람인지를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노을이 참 예쁘다, 라는 말로 사랑을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예쁜 주황빛 하늘을 보고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무엇이라도, 사랑하며 살 수 밖에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