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꿈꾸는 교실] #03. 첫번째 필름카메라 현상하다! 그런데?
“여러분, 슬픈 소식이 있어요.”
-뭔데요 선생님?
“선생님이 처음 필름카메라 사진을 찍었을 때, 잘 나온 사진이 찍은 것 중에 한 두장뿐이었어요. 여러분이 찍은 사진을 맡겨서 찾았는데, 회색으로 까맣게 아무것도 안 나온 사진들이 많아요. 그래도 선생님보다는 나으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괜찮아요 선생님~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필름카메라로 처음 찍었던 필름은 모두 잘 나왔었다. 물론, 잘 나왔다의 기준은, 무엇을 찍고자 했는지 알아볼 수 있게 나왔다는 것. 그런데, 아이들이 찍은 사진 결과물을 보니 이렇게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보고 싶으니까 보여주시면 안돼요?
아이들과 한명 한명의 필름 사진들을 열어보았다. 가장 먼저, 가장 많은 사진이 까맣게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게 나온 친구의 필름사진을 열어보여줬다. 게다가 이 친구는 첫날, 내가 일회용 카메라를 한 개 부족하게 준비해서, 다른 친구에게 양보하고, 다른 토이카메라를 대신 받은 아이였다. 그런데 카메라의 문제였을까. 사진 대부분이 까맣게 나왔다. 내가 너무나 미안해지는 순간.. 그 아이의 표정을 살피며 한 장 한 장 사진을 조심스레 넘기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를 찍은 사진 한 장만 알아볼 수 있게 나왔다.
-선생님을 사랑하는 마음 덕분인가봐요^.^ 선생님만 잘 나왔어요~ 정말 다행이예요.
‘세상에! 오히려 이 아이가 나를 위로한다!’
그렇게 한명 한명의 폴더를 열어 사진을 볼 때마다 괜스레 내가 미안해지는 마음에 정말 많이 속상했다. 끝까지 다 보고 나니 아이들이 그래도 잘 나온 사진이 있어서 다행이라며 좋아한다.
“선생님이 더 잘 가르쳐줬어야 하는데,, 정말 미안해요.”
-선생님 탓이 아니예요. 괜찮아요 선생님~
“하지만 선생님도 첫 필름은 몇 장 잘나왔다고 했죠?
-한장이요!
“하지만 지금은 선생님 사진 무지 잘찍잖아^.^ 그럼 이제부터 우리는 뭘 하면 좋을까요?
-왜 저렇게 나왔는지 연구해요!
그렇게 아이들에게 마음 가득 위로받았다. 아이들은 역시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따스하고, 어른스러웠다. 열한살 짜리 아이들에게 위로받은 날.
사실 일주일 전에 사진을 받았는데, 까맣게 나온 사진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자신이 없어서 일주일 내내 무슨 말을 하며 보여줘야 할지 고민했었다. 그러다가 결국 일회용카메라를 다시 샀다.
“그래서, 선생님이 일회용카메라를 다시 또 준비했어요!
-우와!!!!!!
“이번 첫 번째 전시까지 프로젝트 마치고 나면 왜 잘 안찍혔는지 잘 연구해서 다시 찍어봐요 우리. 이번엔 선생님도 찍을게요^.^”
그렇게 말해놓고도 계속 미안하고 속상하다. 사실은 무언가 딱히 가르쳐주지 않고, 아이들이 찍는 날것 그 자체를 보고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정형화되지 않은, 아이들이 순수하게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지가 궁금하기도 했고. 그러기엔 카메라 성능이 너무 떨어지는거였다. 어쨌든! 아이들의 위로와 응원에 힘입어, 우리는 왜 그렇게 찍혔는지 연구할거고, (물론 나는 알지만) 다시 또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래도, 이번 전시회도 기대가 되는건 어쩔 수 없다.
다음 몇 장의 사진들은, 아이들이 담은 내 모습들 중 일부 ㅋㅋㅋ
나, 사랑받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행복하다.
(남은 사진들은 다음 글에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