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꾸미. 쭈꾸미.
1. 얼마 전 간만에 둘째를 데리고 어항에 다녀 왔다.
나름 보령이라는 동네가 바닷가에 있기 때문에 가까운 어항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쉽게 먹을수 있다는 장점과
다양한 물고기떼를 구경할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단골 가게에 들렀더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바쁘신 가운데 둘째를 알아보시고
옆에 있는 쭈꾸미 한마리를 바닷물과 함께 봉지에 담아 주신다.
그리고 먹이도 주고 잘 키우라는 말씀에 둘째가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진다.
그 뒤에 죽으면 라면에 넣어 맛있게 먹어..라고 작게 이야기했지만 들은체 만체 그냥 지나쳐 버린다.
(물론 집에 도착해서 한시간이나 살아 있으면 다행이다;;)
집에 도착해서는 형과 함께 작은 장난감 통에 담아 만져보고 구경하고 난리가 났다.
결국에는 서더리와 함께 해물탕에 들어가 맛있게 먹어 버렸다.
사건은 그 이후부터.
그날 내내쭈꾸미 그림 그리기, 레고로 쭈꾸미 만들기, 쭈꾸미 따라 흉내내기, 유튜브로 쭈꾸미 찾아보기, 이불로 쭈꾸미 만들어 뒹굴고 놀기 등...
내내 쭈꾸미를 빙의한 아이들의 신나는 장난이 이어졌다.
2. EBS 다큐프라임 '놀이의 반란' 3부작을 다 봤다.
사실 몇몇 내용이 다른 다큐프라임 내용과 겹치던 것이 꽤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인상깊었다.
특히 3부에서 유치원 아이들에게 놀이를 시켰던 것이 인상깊었다.
아이들을
가. 하고 싶은 놀이를 하세요(자율)
나. 블럭 놀이를 하면 어떨까?(제안)
다. 블럭 놀이만 하세요.(지시)
의 세 부류로 놀이를 시켰는데 결국 블럭 놀이를 다 하기는 하더라.
문제는 얼마 뒤 "이제 하고싶은 놀이를 마음대로 해도 됩니다." 라는 말에
가 부류를 제외한 나머지는 지체없이 다른 놀이로 떠나 버리는 모습에 예상은 조금 했지만 살짝 충격을 먹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떠나 버렸던 나, 다 부류의 아이들.
3. 문득 '주제통합수업'이 생각났다.
교직에 들어와서 초기에 몇번 시도는 해 봤었다.
가끔 열심히 준비해서 아이들에게 풀어 놓기도 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준비한 노력에 비해 아이들의 참여나 호응, 그리고 결과물도 신통치 않았다.
결국 어느새 내 머릿속에서 저 구석으로 밀려나 버렸다.
주제통합 수업에 있어 교사의 치밀한 준비가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치밀한 준비와 함께 지역적 특성, 학생의 특성을 너무 간과했던 것이 아닐까?
가끔 페북에 올라오는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 사례를 살펴보면 너무나 재미있고 뛰어난 수업이 많다.
그 선생님들이 평소에 아이들의 특성도, 생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자율일까 제안일까..아니면 지시일까.
고민이 점점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