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살림] 없어도 상관없지만 있으면 좋은 교실 살림살이 베스트 5!
초등교사가 되고 좋았던 점 중 한가지는 바로 교실이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 저에게 허락된 공간은 딱 책상 한 칸이었거든요.
그나마도 칸막이로 시야가 가려져 있었습니다.
초등 교단에 선 첫날, 묵직한 교실 문을 열며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가꾸어 갈 스무 평의 공간이 소중하고 기뻐서 집보다 자주 쓸고 닦았을 정도였으니까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른 아침과 오후 세 시 무렵의 교실이 특히 더 좋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복도 불을 켜고 교실 창문을 열어 환기한 후, 가볍고 상큼한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 향기와 함께 아이들을 기다리는 그 짧은 여유를 즐겼습니다.
서른여 명의 아이들이 복작대다 모두가 떠난 교실의 적막 속에서 때론 안도감마저 느꼈습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최소 십분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때리는 시간을 가지곤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생님이 그러신다는 걸(그래야만 한다는 걸) 알았어요.
동료샘과 저는 이 시간을 ‘회복의 시간’이라 불렀답니다. 모든 종류의 소음으로부터 나를 건져내는 시간, 스스로를 다시 다잡고 지켜내는 시간.
교사에게 이런 시간과 의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교실은 아이들이 공부하고 성장하는 학습공간이자 선생님이 가르치고 살아가는 일터입니다.
초등교사의 경우 하루의 3분의 1이상을 한 교실에서 머무릅니다.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교사도 오고 싶은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교실에 제 취향 살림살이를 조금씩 늘려가자 만족감도 켜졌습니다
서론이 길었지요?
없어도 되지만, 있으니 더 좋았던 (교사용) 교실 살림살이들을 알리고 싶어 말이 길어졌습니다.
이름하여 <없어도 아무 상관없지만, 있으면 좋은 교실 살림살이 (내맘대로) 베스트 5!>를 소개합니다.
*이 글에 나오는 특정 제품과 글쓴이는 전혀 연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1. 아로마 가습기
새 교실을 배정받고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난 3월의 어느 날, 옆 교실에 놀러 갔습니다.
문을 여는 순간 저를 휘감는 상큼한 레몬 향기라니!
출처는 바로 선생님 책상 위에서 영롱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가습기였습니다. 당장 따라샀고, 지금까지 만족합니다.
건조한 목을 촉촉하게 적셔줄 뿐만 아니라 아로마 오일 몇 방울만 떨어뜨리면 종일 교실에 그 향기가 머뭅니다. 이런 게 바로 1석2조,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닐까요! 기분에 따라 오일도 선택해 바꿔 쓰고, 무드등도 사용하면 나름 분위기 전환도 됩니다.
+초등 교실의 경우 아이가 토하거나 우유를 쏟는 일도 꽤 많지요.. 이런 냄새를 덮는데 디퓨져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쁜 모양의 병에 담겨 있으니 인테리어 효과까지!
2. 목캔디
교사는 유난히 목을 많이 쓰는 직업입니다.
1학년을 맡은 올해 초 내내 감기에 다시 걸린 것인지, 예전 감기가 아직 낫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목이 쉰 것인지 헷갈렸습니다. 목이 아플 때마다 약을 먹을 순 없으니 여러 가지 방도를 찾아보았습니다.
그중 즉시 효과를 본 것이 있으니, 바로 멘톨 성분이 들어간 목캔디입니다!
플라시보 효과인가 싶어 검색을 해봤는데 의학적인 근거가 있었습니다.
(목감기= 멘톨 성분이 들어 있는 목캔디를 물고 있으면 도움 된다. 물이나 차, 국물을 자주 마시고, 따뜻한 소금물로 입안을 헹궈주는 것이 좋다. 출처: 한국일보 2019년 1월 22일 기사)
직구 사이트나 검색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어 늘 교실에 구비해두고 있는데, 괜히 든든합니다.
3. 예쁜 찻잔과 차 혹은 커피
텀블러도 좋지만 예쁜 찻잔이 주는 심미적 충만감은 특별합니다.
매일 사용하기엔 번거롭(고 여유도 없)지만,
가끔씩 내가 나를 위로하고 싶을 때,
‘나 오늘 참 애썼다.’ 싶을 때 교사용 사물함에 고이 넣어둔 찻잔 세트를 꺼내곤 합니다.
스스로를 대접하는 마음으로 차나 커피를 고르는 짧은 순간이 일상의 윤활유가 됩니다.
+ VIP 학부모님을 상담할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굳어 있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녹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한 스푼의 믿음도 넣어봅니다.
4. 블루투스 스피커
좋은 분위기를 위해 빠질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음악 아닐까요!
그냥 휴대폰으로 들어도 충분한 막귀였건만,
저렴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면세에서 구입한 이후론 그 차이를 알아버렸습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팟캐스트도 스피커를 통하면 듣기가 훨씬 좋습니다.
5. 드라이플라워 꽃병
모든 꽃은 아름답습니다.
꽃이 주는 생기와 화사함의 힘은 큽니다.
하지만 매번 생화를 사놓을 부지런함과 경제적 여유는 부족하지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드라이플라워 꽃병입니다.
그중에서도 스타티스를 추천해 드립니다.
드라이플라워로 만들기 쉽고 보존도 오래될 뿐만 아니라 생화와 차이도 거의 없거든요.
게다가 지금이 제철이라 꽃집에서 4~5천 원만 하면 한 아름 살 수 있습니다.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물건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도 중요하다.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설레는 물건을 가까이 두면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이 자신이 생각하는 심미적 기준에 부합할수록 우리는 그 공간에 편안함을 느끼고 애착을 갖게 된다.
- p.126《공간의 심리학》중에서
위에서 소개한 아이템들은 어디까지나 저의 예시일 뿐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정답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그러하듯, 교사 역시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우리의 교실을 채워갈 자격이 있습니다.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까 말이죠. 교사가 편안함과 애착을 느끼는 교실에서 아이들도 더 행복하리라 믿으며..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교실 살림 리뷰를 마칩니다.♡
모두들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5월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