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교육) 체육도 '나머지 공부'를 시킨다면 어떨까?
(부제: '저절로 크는 아이'는 없다, 기능 지도가 필요한 이유)
상상을 한번 해봅시다. 오늘 수업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이 학부모님께 전화를 겁니다.
Situation A. "어머님, 오늘 수학 시간에 '구구단 7단'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영인이가 7단을 많이 어려워해서 진도를 못 따라가네요. 오늘 20분만 남겨서 7단 확실히 외우게 하고 하교시키겠습니다.“
이 전화를 받은 부모님의 반응은 어떨까요? 아마 십중팔구는 감동할 겁니다. "아이고, 선생님. 바쁘실 텐데 우리 애까지 챙겨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꼭 좀 지도 부탁드려요." 선생님의 열정에 감사하며, 아이에게도 "선생님이 너 위해서 남겨주신 거니까 열심히 하고 와"라고 당부하겠죠.
자, 그럼 과목만 살짝 바꿔보겠습니다.
Situation B. "어머님, 오늘 체육 시간에 '플라잉디스크 포핸드 던지기'를 배웠습니다.
그런데 영인이가 손목 스냅을 전혀 못 쓰네요. 이대로는 다음 차시 게임을 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20분만 남겨서 던지는 자세 좀 교정하고 보내겠습니다.“
반응이 어떨 것 같나요? 수화기 너머로 황당해하는 표정이 보일 듯합니다.
"네? 남겨요? 아니, 우리 애가 운동선수 할 것도 아닌데 그걸 왜 남겨서 시키죠? 애 학원 가야 하는데요. 그냥 보내주세요."
참 이상하지 않나요? 수학을 못 하는 건 '문제'라고 인식하고 보충 학습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체육을 못 하는 건 '취향'이나 '재능의 문제'로 치부해 버립니다. 심지어 교사들조차 이렇게 생각하곤 합니다.
"에이, 체육은 애들이 알아서 크면서 배우는 거지. 굳이 가르쳐야 해?“
이런 인식이 만연한 이유는 '성장'과 '학습'을 혼동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이가 자라면서 키가 크고 근육이 붙으면 '달리기'는 좀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걷기'나 '뛰기' 같은 본능적인 움직임은 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달하니까요.
하지만 '기능(Skill)'은 다릅니다.
플라잉디스크를 날릴 때 손목을 안쪽으로 감았다가 펴는 스냅,
배구공을 받을 때 팔꿈치를 펴고 무릎을 굽히는 리시브 동작.
이런 것들은 키가 180cm가 된다고 해서 저절로 튀어나오는 능력이 아닙니다.
구구단을 외우지 않으면 평생 7단을 모르는 것처럼(물론 더하기 개념으로 문제를 풀 수는 있겠지요.)
정확한 동작을 배우고 연습하지 않으면 평생 '개발'로 남습니다.
더 큰 문제는, 기능을 배우지 않고 넘어가면 '수업 소외'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수학 교육과정에는 위계가 있습니다.
1학년 때 덧셈을 못 하면 이어지는 곱셈을 못 하게 되고, 결국 6학년 수학에서 무너질 수 있겠지요.
우리는 이걸 '수포자(수학 포기자)'라고 부르며 걱정합니다. 초등학교에서도 수포자가 생길 수 있겠죠.
체육도 똑같습니다.
3학년 때 '공 받기' 기능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는, 5학년 피구 시간이나 6학년 배구 시간에 공이 날아오면 공포심부터 느낍니다.
친구들은 "야! 받아!"라고 소리치는데, 내 몸은 얼어붙죠.
결국 그 아이는 수비 라인 뒤에 숨거나, 일부러 빨리 아웃되어 경기장 밖으로 나갑니다.
교사가 "애들 노는 건데 좀 못하면 어때?"라고 방관하는 순간,
그 아이는 평생 스포츠의 즐거움을 모르는 '신체 문맹(Physical Illiteracy)'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초등학교에서 체육 때문에 아이를 남겨 '나머지 공부'를 시키기는 어렵습니다.
학원 뺑뺑이를 도는 아이들의 스케줄도 있고, 학부모님들의 인식도 아직 갈 길이 머니까요.
하지만 교사의 마음가짐(Mindset)만큼은 달라져야 합니다.
수학 시간에 구구단을 못 외우는 아이를 보며 안타까워하듯, 줄넘기를 하나도 못 넘는 아이를 보면 안타까워해야 합니다.
"철수야, 너는 운동 신경이 없네. 그냥 심판이나 봐라." 이렇게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철수야, 점심시간에 잠깐 선생님한테 올래? 줄넘기 쉽게 넘는 비법 딱 하나만 알려줄게." 라고 말 건넬 수 있는 교사.
비록 강제로 남기지는 못하더라도, '기능은 배워야 느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선생님이 교실에 서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구경꾼'이 아닌 '주인공'으로 자랄 수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