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교육) 체육시간, 피구를 사랑하는 학생들과 대화
[ "선생님, 오늘 피구 해요?" "1학년 수학(1+1)만 6년 내내 할 수는 없잖아?“ ]
쉬는 시간, 복도를 지나가는데 아이들이 저를 발견하고 우르르 달려옵니다. 인사를 하기도 전에 다짜고짜 본론부터 꺼냅니다.
"선생님! 오늘 체육 시간에 뭐 해요?" 헉, 오늘도 역시나 물어보네요;;
"안녕하세요, 먼저 해야지. 인사를 먼저 하는 것이 순서 아닐까?"
"아차! 안녕하세요! 근데 오늘 피구 해요? 네? 피구 해요!"
아이들의 눈빛은 간절합니다. 마치 체육 시간의 정답은 이미 '피구'로 정해져 있으니 선생님은 결재만 해달라는 식이죠.
"너희는 체육 시간이 피구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맨날 피구만 했으면 좋겠어?"
"네! 피구가 제일 재밌어요. 졸업할 때까지 피구만 하면 좋겠어요!"
이럴 때 선생님들은 난감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해주자니 교육과정이 울고, 교육과정대로 하자니 아이들이 입을 삐죽거릴 게 뻔하니까요.
저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이들과 '진지한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자, 우리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총 몇 개인지 아니? 시간표에 있는 거 다 세어보자."
아이들이 손가락을 꼽으며 세기 시작합니다.
"음...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음악, 미술... 한 10개요?"
"맞아. 국수사과... 다 세어보면 10개 정도 되지. 그중에 '체육'도 있단다. 그런데 시간표에 '피구'라고 안 적혀 있고 왜 '체육'이라고 적혀 있을까?"
아이들이 갸우뚱합니다. 저는 이때다 싶어 '수학'을 예로 들어 설명해 주었습니다.
"수학 시간 생각해 보자. 1학년 때 배우는 1 더하기 1이 쉽니, 6학년 수학이 쉽니?"
"당연히 1학년 게 쉽죠! 1 더하기 1은 유치원생도 하는데요."
"그렇지? 그럼 1 더하기 1이 쉽고 재밌다고 해서, 6학년 될 때까지 그것만 하면 어떻게 될까? 나중에 곱셈도, 나눗셈도 못 하는 사람이 되겠지?"
아이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합니다.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눈치입니다.
"체육도 똑같아. 체육은 1, 2학년 때는 '즐거운 생활'로 배우다가 3학년부터 정식 '체육' 교과로 배우지. 3학년 때 배워야 할 움직임이 있고, 6학년 때 배워야 할 움직임과 스포츠에서 꼭 필요한 전략도 있어."
"맨날 피구만 하면, 너희는 몸으로 하는 '1 더하기 1'만 6년 내내 하는 거야. 그럼 중학교, 고등학교 가서 더 멋진 스포츠를 배울 기회를 놓치게 되는 거란다."
아이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 그렇네요. 체육도 단계가 있는 거네요."
물론 아이들은 피구를 사랑합니다. 그 마음을 무시하라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교사는 아이들의 흥미를 존중하되, 그 흥미에 갇히지 않게 이끌어줘야 합니다.
"선생님은 너희가 피구'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축구도, 농구도, 뉴스포츠도 다 즐길 줄 아는 '능력자'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오늘은 피구 대신 더 재미있는 걸 준비했단다. 일단 와서 한번 해봐."
아이들의 표정이 '아쉽지만 인정한다'는 눈치로 바뀝니다.
교사가 '체육도 위계가 있는 교과'라는 확신을 가지고 설득하면, 아이들은 기꺼이 새로운 배움의 세계로 따라옵니다.
구보다 더 넓은 운동장이 있다는 걸, 선생님만이 알려줄 수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