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교육] 수학 시간엔 안 웃으면서 왜 체육 시간엔 웃길 바랄까?
재미 강박증 버리기
– 재미는 ‘목적’이 아니라 몰입의 ‘결과’여야 합니다.
"똑똑. 선생님, 커피 한잔하시죠."
방과 후, 연구실에 불이 켜져 있길래 들어가 보았습니다. 옆 반 김 선생님이 모니터 속으로 들어갈 기세입니다.
"아, 영인 쌤. 저 이것 좀 찾느라요... 내일 체육 시간인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뭘 그렇게 열심히 찾으세요?"
"유튜브에서 '재미있는 체육 활동' 검색하고 있었어요. 지난번에 피구만 했더니 애들이 지루해하는 것 같아서,
이번엔 좀 빵 터지는 걸 가져가야 하는데 마땅한 게 없네요."
김 선생님의 화면에는 '초등 체육 꿀잼 게임', '아이들이 환호하는 놀이 BEST 5' 같은 영상들이 가득 떠 있었습니다.
많은 선생님이 체육 시간을 앞두고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립니다.
아이들을 웃겨야 하고, 땀 흘리게 해야 하고, "오늘 체육 최고였어요!"라는 찬사를 들어야만 수업을 잘했다고 생각하죠.
저는 커피를 건네며 김 선생님께 뜬금없는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선생님, 혹시 수학 시간에도 아이들이 꺄르르 웃나요?"
"네? 그럴 리가요. 수학 익힘책 풀 때 애들 표정이 얼마나 진지한데요. 오히려 지루해 죽으려고 하죠."
"그렇죠? 그런데 선생님은 아이들이 지루해한다고 놀이형(놀이를 접목한 수학원리 학습이라고 하죠 ^^)으로 수업을 하시나요?"
"아니죠. 지루해도 구구단을 외우고 문제를 풀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니까요. 수학은 반복 학습이 중요하잖아요."
저는 빙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체육도 똑같습니다. 체육도 엄연한 '교과'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체육 = 노는 시간'이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조금만 정적인 활동을 하거나 반복 연습을 하면 "선생님, 재미없어요"라고 불평하고,
교사는 그 말에 상처받아 다시 자극적인 게임을 검색합니다.
하지만 '재미'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합니다.
깔깔거리고 웃는 것만이 재미가 아닙니다.
안 되던 동작이 반복 연습 끝에 되었을 때 느끼는 '성취감', 땀 흘려 몰입했을 때 오는 '개운함'도 진짜 재미입니다.
만약 오늘 수업 목표가 '공 정확히 던지기'라면, 게임을 안 하더라도 20분 내내 벽 보고 공 던지는 연습을 시켜도 괜찮습니다.
수학 시간에 구구단을 외우듯, 체육 시간에도
'기능을 익히는 지루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선생님, 너무 애쓰지 마세요.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얘들아, 오늘 수업은 좀 지루할 수 있어. 하지만 손흥민도 슈팅 연습을 할 때는 웃으면서 하지 않았단다. 이 연습이 끝나야 진짜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거야."
체육 수업의 목적은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배움'입니다.
'재미'라는 강박을 내려놓는 순간, 교사도 아이들도 비로소 진짜 체육을 만날 수 있습니다. 웃음기는 좀 빠져도 괜찮습니다. 아이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있다면, 선생님은 오늘 수업을 아주 잘하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