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샘의 어린 생각] 525,600분의 귀한 시간들
복직을 했던 해는 정신이 없었다.
멍하니 하루를 보내는 날도 많았고
교실 자체가 낯설어서 아이들에게 소리도 많이 쳤었다.
나의 부족함을 감추려 했던 탓이겠지.
학교 밖에서의 2년은 교사라는 아이덴티티를 지우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나는 누구였지?
어쨌든 시간을 흐르고
우리 반 아이들도 내게 적응하고
나도 우리 반 아이들에게 적응하고
나이스도, 업무관리시스템도, 8시 40분의 출근도
점점 적응될 무렵이었다.
한 학생이 전학왔다.
그것이 면죄부는 될 수 없겠지만, 아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일들을 많이 겪었다.
여러가지 문제와 극한 상황이 겹친 그 아이는
한 번씩 우리 반을 휘저어 놓았다.
평화스러운 우리 반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 생태계 교란종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나는 그 아이를
'자연재해'로 받아들였다.
인간의 힘으로 저걸 막을 순 없다.
나는 최선을 다해 그 아이가 지진, 쓰나미, 태풍, 허리케인, 토네이도, 활화산
여튼 그 무엇으로 변하지 않게 노력했고
거기에 모든 힘을 쏟았던 나는
다른 아이들을 많이 돌아보지 못했었다.
또한 학교 특성상 4시 30분까지
거의 모든 학생들이 학교에 머물렀기 때문에
그 아이가 집에 가기 전까지는 항상 긴장해 있었다.
언제라도 일이 터지면 방과후 교실로 뛰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4시 30분에 그 아이가 집으로 가고나면
1시간쯤 의자에 늘어져 휴식을 취하다가
그때부터 일을 하고, 수업 준비를 했다.
때로는 컵라면, 삼각김밥, 카누 한 잔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별 보며 퇴근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겨울방학이 되었고
학기말 준비를 하기 위해 학교에 남았다가 잉여롭게 보내던 나는
우연히 이 곡을 찾아 듣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vyHuse6buY
노래에 얽힌 사연도 참 감동이었다.
하지만
1년을 무엇으로 잴 수 있냐는 그 물음이 나를 관통했던 것 같다/
날짜로? 계절로? 매일 밤 마신 커피로?
'그래, 참 많은 시간 밤 늦게 커피마시며 일하다 퇴근 했는데
그것으로 이 아이들과 보낸 1년을 잴 수 있을까,
그것이 전부였을까,
신경 쓰지 못했던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들과의 1년은?
나는 무엇으로 1년을 보냈을까?'
하는 그런 생각으로
참 많이 울었었다.
나는 복직했던 그 해를, 무엇으로 잴 수 있을까.
무엇으로.
나는 왜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지 못했을까, 아이들도 적었는데.
-Epilogue-
다음 해,
2년 간 그 아이와 같은 반이었던 다른 남학생이
부모님께 자신의 고충을 이야기 했고
그 부모님은 학교에 찾아왔다
그 남학생은 바로 다음 날에 전학을 갔다.
나는 한 해 동안 자연재해를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막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요즘도 저 노래를 들으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