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임 줍는 교실살이]11.민주, 잡은 손
두 번째 글똥
안녕? 오늘 선생님은 두 번째 글똥누기를 합니다. 왜 글똥이라고 하는지는 지난 글에 썼지요?
어제 진단평가를 친다고 수고 많이 했어요. 시험 시작 시간도 잘 지켜주고, OMR카드도 꼼꼼히 보면서 문제를 푸는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긴 시간 집중하기 힘들었을 텐데, 다들 진지하게 풀고 끝까지 검토까지 하느라 고생했지요. 오랜만에 치는 시험이라 더 그랬을 것 같아요. 움직이고 싶은 것 꾹 참고 엉덩력(?)을 기르는 시간이었어요. 물론 점수도 궁금하겠지만 선생님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지, 아닌지 그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가장 잘 아는 것은 자기 자신이겠죠. (결과는 이미 던져진 주사위일 뿐!)
음.....어제 휴대폰을 걷는 게 싫고 걱정이 든다며 시험을 덜 마무리했는데도 자꾸 휴대폰을 달라고 요구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규정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의견을 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바뀌어야 할 규칙도 있지요. 하지만 어제는 규칙을 바꾸기 곤란하고, 불평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였어요. 선생님이 같은 설명을 여러 번 했는데도 바로 뒤에 다른 친구가 불평하면서 똑같은 질문이 반복되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어요. 선생님이 열심히 설명을 해 주었는데 허탈했거든요. 다음에는 질문을 했으면 말하는 이를 보며 설명을 들어주고, 들은 뒤에 알겠다고 꼭 표현해 주길 바라요. (제발... ㅠ.ㅠ )
참, 역할 바꾸는 이야기, 자리 바꾸는 이야기에도 다양한 의견이 나와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졌지요. 선생님도 처음엔 당황했고, 별 뜻이 없는 친구들은 그 시간을 기다려 주는 게 좀 지겹고 답답했을지도 모르는데, 아주 헛된 시간은 아닐 거예요. 선생님도 여러 친구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고, 여러분도 선생님이 왜 자리를 섞으려고 하는지 이유를 들을 기회였으니까요.
어제 누군가가 '민주주의'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을 서로 들어주고 다른 의견이 있을 때 강제로 끌고 오는 게 아니라 설득을 해야 하니 제대로 듣는 연습이 많이 필요하답니다. (세상에 쉬운 게 없죠? ^^ 그런데 성장하면 이전에 어렵던 것들이 조금씩 쉽게 느껴져요. 그렇게 될 여러분이 기대됩니다.)
무척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이제 겨우 이틀쨉니다. (이럴 수가)
우리가 함께 할 일년이라는 시간에 즐거운 빛깔이 많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똥을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
세 번째 글똥
안녕? 오직 하나뿐인 우리반! 선생님 세 번째 글똥을 읽어주어서 고맙습니다. ^^ 어제는 자리를 바꾸는 날이었죠. 전날 밤까지 여러분들이 꼬깃꼬깃 접어서 낸 포스트잇 내용을 하나 하나 살피며 자리를 배치했어요. 열심히 본 것은 여러분과 약속을 잘 지킨 것이니 떳떳했지만 사실 살짝 걱정이 되었어요. 기분 좋게 안내를 할 수 있을지, 누군가 또 앉기 싫다고 떼를 쓰면 달래줘야 할지, 그 생각을 하니까 좀 스트레스를 받았던 거예요.
'분명 이 녀석은 이렇게 말할 테고, 이 녀석들끼리는 싫다고 볼멘 소리를 할 텐데, 어쩌나.'
그래서 자리 배치를 알려주기 전에 여러분의 의견이 어떻게 반영된 것인지, 자리 배치 때문에 좋거나 싫은 티를 많이 내면 친구에게 왜 예의가 아닌지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걱정한 상황만큼 심각한(?) 일은 그다지 벌어지지 않아서 다행이었지요.
자리를 바꾸자마자 모둠 세우기 활동으로 우정테스트 박수, 엮인 손 풀기를 한 것 기억나나요? (선생님이 우정테스트를 너무 빠르게 설명한 것 같아서 나중에 이해 못하겠다는 친구들에게 좀 미안했어요. 다음에는 좀 더 천천히 여러 번 설명할게요.) 엮인 손 풀기에 대해 선생님께 알려주신, 그러니까 선생님의 선생님이, 정말 감동적인 말을 해 줬어요. 그래서 여러분한테도 이야기했는데 기억하려나요?
"여러분이 손을 놓지 않고,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시간은 걸려도 해낼 수 있어요" 라고요.
그 말은 지금 엮인 손을 푸는 과제에만 적용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우리가 함께 행복해지기 위한 마법의 주문 같아요. 어려움이 닥쳤을 때 힘들다고 손을 놓아 버리지 않고,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조금 힘들어도 끝까지 나아간다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놀이를 통해 배운 것처럼 삶 속에서도 해낼 수 있을 것이니까요.
혹시 손 잡는 놀이라고 해서 꺅~ 어우~ 싫어요~ 부끄러워용~ 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들 꺼리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놀이 하는 모습도 놀이의 고수 같았아요. 자연스러워서 참 보기 좋았고요. 같이 우리 반 전체가 손을 풀었을 때는 감동하는 마음이 왈칵 나던걸요. 친구들끼리 도와주는 모습이 멋지고 예뻤어요. 선생님도 모르게 기뻐서 "이야!! 우리반 짱이다!!" 라는 말이 큰 목소리로 나오고, 셀카까지 들이댔으니 말이죠. 그 장면을 무척 행복한 기억으로 남겨두려고 해요. 오늘 글똥은 여기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