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칠 수 있는 용기-1] 저학년과 고학년, 극과 극
올해 처음으로 저학년인 2학년 담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 3학년, 5학년, 6학년도 두 번씩 맡아 보았지만... 아무래도 고학년을 연달아 맡다가 저학년을 맡으면 그 차이점이 아주 뚜렷합니다. 이 존재들이 커서 저 존재가 된다는 것이 그 심리적 차이를 체험해 보면 정말 곤충의 탈바꿈 못지않게 신비롭달까요.
2학년과 6학년, 의욕이 가장 충만한 청춘과 의욕이 가라앉은 노년과 같은 느낌의 상반된 분위기. 2학년은 박수 ~번이나 몸짓 표현 같은 것만 해도 즐거움과 기쁨으로 폭발하려고 하는 상태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6학년은 체육은 좋아하지만 교실에서 억지로 손짓이나 말을 자꾸 시키려 한다면 그들의 불만이 상승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1. 인사할 때
<2학년>
<6학년>
2. 관심사
보통의 6학년이라면 선생님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기보다 또래에게 관심이 많은 것이 당연합니다. 선생님이 다가가면 래포 형성이 덜 된 경우 부담스러워하거나 어려워합니다. 어른이나 친구와 대화하듯 더 다양한 화제거리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 친해질 수록 대화하는 재미가 많기는 합니다.
그럼 2학년은? 일거수 일투족 및 선생님 책상에 있는 온갖 종이, 물건, 글씨...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 책상 정리 안했구나 반성하게 됩니다. 질문하러 나왔다가도 책상 위의 클립을 발견하고 만지다가 무아지경에 빠지기도 합니다.
3. 처음에는 이해불가한 저학년의 대화방식. (나도 어렸을 땐 그랬을 텐데 기억이...) ..
나와의 관계를 1대 1 대화로 생각하고 전체 상황을 고려하는 눈이 아직 없기 때문에 전체 상황을 보자고 해도 그들에겐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4. 생활 태도에 대해 지적하면 그들의 반응
<6학년>
어른끼리 이야기하듯 부탁해도 잘 알아듣는 것이 신기합니다.
물론 감정의 기복이 크고 내가 반항기임을 드러내는 아이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2학년>
5. 교사가 소진되는 시점
아직 2학년은 며칠밖에 못 만나보았는데 교과전담이 없고, 안전교과의 도입으로 주당 수업 시수가 1시간 무조건 늘어남으로써 아이들과 연달아 5교시를 함께 해야 하다보니 체력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학년을 2년 연달아 했던 때를 기억해보아도, 내가 중재하거나 챙겨주고 알려주지 않으면 안되는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기 때문에 체력과 건강한 정신력이 중요했습니다. 내가 약해지면 금방 소진되어 버리곤 했습니다. 물론 무엇을 하든 체력은 중요하겠지만 저학년 통합교과 특성상 그림 그리는 차시 외에는 교사가 쌩쌩한 상태로 과장을 해가며 동화 구연하듯 수업을 해야 아이들이 좀 알아듣습니다.
6학년에서 흔한 따돌림 문제나 괴롭힘 문제가 지속적인 상담으로도 해결되지 않으면 참 마음은 불안하고 정신적으로도 피곤하며 힘이 듭니다. 그리고 초반에는 학급의 규칙이나 함께 모으는 칭찬 온도계 및 파티 등으로 같이 의견을 모으고 추진해 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는데 후반기에 진도에 쫓기기만 하면서 아이들이 수업과 모든 과목이 재미없고 싫다고 호소할 때, 그리고 옆반과 자꾸 비교하며 불만과 짜증이 폭발하던 때, 저는 특히 기운이 많이 빠졌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건너기 힘든 심연을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엔 '가르칠 수 있는 용기'(파커 J. 파머)에서 '지옥에서 온 학생'이라는 용어로 설명하는 교사의 공포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아이들은 나에게,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괴물처럼 보였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구할수록 알게 되는 것은, 답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제대로 바라보아야 해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약간 관계맺기나 스스로의 감정을 훈육하는데 서툰 면이 있어서 그런지 그런 목마름을 채워줄 수 있는 분야의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 또는 철학이나 삶의 의미에 대한 책, 영화 등을 좋아하고 삶에 활용해 온 편입니다.
무엇이든 이론과 실제는 다르기에, 책을 아무리 읽어도 좋은 습관 딱 하나 새로 만들려고 해도 삶이 마음대로 바뀌지는 않는 것이다 보니 겉보기에 저는 큰 변화나 성장이 보이지 않는 도돌이표와 같지 싶습니다. 그래서 내가 누군가에게 뭔가 나누어줄 만한 깜냥이 될까, 고민도 했지만.... 고민하다가 문득 얻은 통찰이나 위로를 널리 공유하면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잠시 쉬어가게 만드는, 또는 잠시 힘을 북돋워주는 재료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제 입맛대로(?) 해석한 제가 읽었던 책과 관련한 이야기를 조금씩 해 볼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