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돌 진로교육 도전기 : 보이지 않는 손
1학기 사업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패할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투자 개념이 없었다.
주된 사업 소재였던 과자도 실제 돈을 썼지 바둑돌을 쓰지는 않았다.
즉 바둑돌을 투자해서 잃을 일은 없었다.
하나만 팔려도 바둑돌은 무조건 이득인 상황. 그래서인지 물가가 비정상이었다.
서로 많이 팔려고 과자 한 개를 바둑돌 1개에 팔았다.
3개를 묶어 하나로 팔기도 했다.
과자 1개에 서비스로 마이쮸 2개까지 건네기도 했다.
"너무 싼 거 아니야?"
"친구들 다 이렇게 파는데 어쩔 수 없어요."
당연히 준비한 과자들은 늘 완판됐다. 싸니까.
그만큼 실제 돈을 써야 하니 부담도 늘었다.
1학기 말에는 과자 사업도 시들해졌다.
사업에서 바둑돌을 실패할 일도 없고, 비정상적인 가격 설정으로 제대로 된 시장경제를 경험할 수도 없었다.
시스템을 바꿔야 했다.
투자 개념부터 손봤다.
"2학기 사업 시스템은 여러분이 실패할 가능성을 만들었습니다.
사업을 하려면 무조건 바둑돌을 투자해야 합니다.
실제 쓴 돈 1,000원 당 바둑돌 1개를 '투자 개념'으로 선생님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1,400원을 썼으면요?"
"잔돈은 반올림해서 1,000원 단위로 맞춥니다. 1,400원은 1,000원으로 계산되어 바둑돌 1개를 제출하면 됩니다."
실제 쓴 돈뿐만 아니라 교실 사용료도 도입했다.
"실제 사업을 할 때는 건물 사용 임대료도 투자해야 합니다.
그 개념을 가져와서 '교실 사용료'를 도입합니다.
사업을 하려는 사람은 바둑돌 5개를 교실 사용료로 선생님에게 제출해야 해요."
물가를 정상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이어나갔다.
"만일 제티 사업을 시작한다고 합시다. 실제 5,000원 정도의 제티를 구입했어요.
그러면 이 사람은 5,000원 투자 비용으로 바둑돌 5개와 교실 사용료 5개, 총 10개를 선생님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시작부터 마이너스 10개에요. 제티가 안 팔리면 이 사람은 10개를 손해 보는 거예요.
너무 싸게 팔면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없고,
비싸게 팔면 제티가 안 팔리니까 적당한 가격을 찾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며칠 뒤 실제 2명의 아이가 제티 사업을 시작했다.
실제 투자 비용으로 7,000원을 써서 바둑돌 7개에, 교실 사용료로 5개씩을 각각 제출했다.
"제티 하나 가격을 얼마로 정했니?"
열심히 팔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1개요."
"1개? 그걸로 너희들이 투자한 비용을 전부 메꿀 수 있어? 사업은 이윤을 내야 해."
"네, 괜찮아요~"
아..
교사의 노력보다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이 더 크다.
1개에 팔아도 손해가 없으니까 가격을 올리지 않으리라..
그래도 사업에서 투자 개념을 조금이라도 느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