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반 바둑돌 진로교육 도전기 : 세금을 걷고 승리수당을 줘요(둘째날)
바둑돌 시스템의 핵심은 실제 사회를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하는 것이다. 그중 핵심은 세금이다. 아이들은 세금을 내본 경험이 없다. 당연히 세금으로 수많은 복지를 받는다는 개념도 없다. 돈을 벌면, 세금을 낸다는 개념을 심어주고 싶었다.
세금은 수요일에 걷기로 했다. 세금의 'ㅅ' 자와 수요일의 'ㅅ' 자가 같기 때문이다. 내 마음대로 정했는데 아이들은 일단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은 세금을 걷는 날이에요."
"세금은 어떻게 내요?"
조금 당황했다. 생각해보니 세금을 걷는다는 개념만 준비했지 구체적인 상황 시나리오가 없었다.
"선생님이 하루 일당을 주고, 그 자리에서 바로 세금을 내면 돼요."
나는 생각나는 대로 내뱉었다. 곱씹어 보면 웃긴 상황이다. 준 바둑돌을 그대로 뺏기 때문이다.
"줬다 뺐는 게 어딨어요~"
"그냥 안 주고 안 받으면 안 돼요?"
"아니야. 세금을 내는 그 경험 자체가 중요한 거야."
최대한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만난 지 3일째. 허니문 기간이라 그런지 대체로 수긍한다.
"일당 주고, 세금 내고."
"여기 바둑돌. 이제 주면 돼."
한 명씩 아이들과 바둑돌을 주고받았다. 어떤 아이는 '수요일이 이렇게 싫은지 몰랐다'라는 말도 했다. 바둑돌을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여러분이 낸 세금으로 선생님은 여러분 일당을 줄 수 있어요. 실제 사회에서도 국가는 공무원들에게 세금으로 월급을 준답니다."
최대한 우리 사회와 비슷한 점을 엮어 본다. 세금을 다 걷고 시간이 좀 남았다. 실제 사회랑 엮을 만한 게 또 있을까?
***
이기면 돈을 받아요
"지금부터 미션 마피아를 할게요."
오오~~
세금을 걷어서 미안하기도 하고, 실제 사회랑 엮을만한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말했다.
"미션 마피아를 이긴 팀은 '승리 수당'을 줄 거예요. 실제 사회에서도 프로 게이머나 프로 야구 선수들은 경기에서 이기면 승리 수당을 받아요."
그 아이디어는 바로 '승리 수당'이다. 게임이나 시합을 해서 이기면 돈을 받는다는 개념은 교실에서 아주 유용하다. 체육 시간이나 교실 놀이를 할 때 쏠쏠한 재미를 줄 것이다. 다만 그 경쟁이 과열되지 않게 잘 조절해야 한다. 가령 승리 수당을
"시민 팀이 이기면 1개, 마피아 팀이 이기면 3개로 할게요. 마피아 팀 수가 적기도 하고 이기기 힘들기 때문에 3개로 했어요."
처럼 소소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3개면 너무 차이가 커요."
"2개로 해요."
의외로 아이들이 민감하다. 아직 팀을 나누기 전이었기 때문에 마피아 팀 승리 수당을 2개로 정했다.
실제 게임을 했다. 마피아 팀 5명, 시민 팀 23명이다.
결과는.. 시민 팀 승! 순식간에 바둑돌 23개가 사라졌다. 내가 신경 쓰인 건 마피아 팀이었다. 혹시 자기들만 바둑돌 못 받아서 서운해하지 않을까.
"그래도 마피아 해서 재밌었어요."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