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마술처럼, 교육마술 이야기 상자를 풀어볼까] 1.교육마술, 이런 만남 처음이야!
행복이 마술처럼, 교육마술 이야기 상자를 풀어볼까
1. 교육마술, 이런 만남 처음이야!
2014년, 교육마술이라는 강의를 듣고 너무나 깜짝 놀랐다. 수업시간에 간단한 마술로도 동기유발, 학습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었다. 이런 것을 고민하고 연구를 하고 강의를 한 선생님에 대해 더욱 궁금해졌다. 강의 끝 무렵, 교육마술 교사동아리를 모집한다는 말에 내가 이렇게 큰 호기심을 가지고 산 적이 있었나 하는 정도로 크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모임이 전국교사마술교육연구회 스텝매직이다.
이 모임을 만들고 운영을 하게 된 회장, 부회장 선생님의 떨리는 눈빛과 그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10명 남짓 의 선생님들도 설렘과 희망을 가지고 모임에 참석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모임 공간을 찾기 힘들어 신촌에 있는 스터디센터에서 모임을 시작했다.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교육마술을 배우고, 또 그것을 각자 교실에서 맡은 학년과 교과에 적용하여 수업을 해 보고, 다시 모여서 수업을 한 것을 시연하고 서로 피드백을 해 주었다. 한 가지 교육마술을 배우고 활용하고 확대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이다.
원래 마술 자체를 배운 분들도 있지만 나는 ‘마술’ 이라는 것 자체가 내 삶에 들어올 것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교육마술’이라면 나도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고, 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서툴고 탁월하진 않지만 하나씩 내가 배운 것들을 어떻게 교실에서 적용해 볼 수 있을까 고민하고 무작정 시도해보기도 했다. 어떤 때는 연습이 부족하여 실수를 하기도 했고, 어떤 때는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 ‘마술’이라는 매개체로 교사의 ‘말’이 가지는 힘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세팅에서부터 마술 과정 및 제스처와 말까지도 한꺼번에 해내야 하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종합적인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클로즈업이나 팔러 매직을 활용한 교육마술을 배우고 적용했다. 교실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아이들이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궁리하던 끝에 실물화상기를 이용해보기로 했고, 실물화상기와 책상을 위치할 최적의 장소를 찾아 표시를 해 보기도 했다. (사진 속 카드 배열이 엉망이다. 초보였던 티가 확 난다.)
주로 나에게 있어서 손쉽게 할 수 있었던 마술은 ‘셀프워킹’ 마술이었다. ‘셀프워킹’이란 손 기술이 전혀 필요없거나, 손 기술이 사용되지 않는 원리를 이용하는 카드마술이다. 그러니까 건강한 두 손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수열이나 규칙성을 이용한 마술 또한 몇 번의 연습을 거치면 손 쉽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마술을 할 때는 아이들은 놀라운 장면을 선물해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마술을 한다는 것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교사의 말을 듣고 생각을 하여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선생님을 더욱 믿게 되고 선생님과 공부하는 것이 안전하고 재미있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이 때, 나를 보는 26명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스폰지 마술에 흥미를 느껴 연습하고 아이들 앞에서 했다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있었다. 나름 연습했다고 자부하고 시도했는데, 아이들 입에서는 “선생님 다 보여요.” “에이...” 라는 말이 나왔다. 순간 무척 당황했지만, 끝까지 마쳤다.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듣고 멈췄더라면 어땠을까? 당황스러웠지만 끝까지 마친 것은 정말 잘 한 일이었다. 아이들의 선생님의 실수를 알아챘지만 계속 하니까 아이들도 더 이상 말이 없어졌다. 그리고 아이들 마음속에는 ‘선생님도 실수 할 수 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학년 말에 어떤 아이가 편지를 줬는데 그 편지 속에는 선생님이 여러 가지 마술로 재미있게 공부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 있었다. 아이들은 안다. 선생님이 마술도 하며 노력하고 정성을 쏟는다는 것을. 몇 번의 실수로 그만두거나 아이들에게 오히려 화를 낸다면, 이런 선생님의 진심이 아이들에 닿을 수 있었을까.
교실에서 아이들과 교육마술로 이렇게 만났다면, 스텝매직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선생님들과 만나 교육마술 관련 활동 뿐 아니라 직접 마술사의 공연을 보러가기도 했다. 공연을 함께 보고, 즐거워하고, 끝난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한 가지 주제로 이렇게 깊고 다양하게 넓혀나갈 수 있었다. 또한, 2015년에는 참콘스와 함께 1박 2일 연수를 함께 갔는데, 이 곳에서 우리 모임 선생님 뿐 아니라 참콘스 선생님들과 함께 마술을 하기도 했다. 이로써, 처음 만난 선생님들과도 함께 웃으며 더욱 좋은 시간을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김택수 선생님이 마술은 ‘사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신 적이 있다. 이 때 김택수 선생님의 대답은 참 놀라웠다. ‘사기’란 ‘사람을 사귀는 기술’이라고.
교실에서, 그리고 모임에서,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과 사귀는 기술이 바로 교육마술의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