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수업]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 막대그래프 수업
아날로그를 디지털 방식으로
초등학교 수업에서 기존의 그래프 수업은 학생이 손으로 직접 그리거나, 교사가 제공한 양식에 그래프를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직접 그래프를 작성하는 경험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 그려보지 않으면 그래프가 어떤식으로 왜곡될 수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를 처리하고 가공하는 관점에서 수작업은 상당히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디지털 방식의 막대그래프 수업을 시도하였다. 디지털 방식의 그래프 수업은 수학교과에서 요구하는 '정보처리' 역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학교에서 그래프를 표현하고 공유하는 것은 대부분 디지털 방식으로 표현한다. 이런 현실을 수업에 감안하는 것도 교사의 몫이 아닐까? 실제적인 정보 처리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아이패드를 활용한 막대그래프 표현을 시도했다.
교과융합
마침 강낭콩 수업이 끝나가는 무렵인데다, 그동안 미뤄왔던 국어 4단원 '일에 대한 의견'을 함께 녹여 수업해보기로 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일은 상당히 중요한데, 4학년 초반부터 수업을 하기에는 아직 학생들이 어리다는 판단이 있었다. 최대한 미뤘다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확인하고 나서 수업할 예정이었다.
[4수05-03] 여러 가지 자료를 수집, 분류, 정리하여 자료의 특성에 맞는 그래프로 나타내고, 그래프를 해석할 수 있다.
[4과13-01] 씨가 싹 트거나 자라는데 필요한 조건을 설명할 수 있다.
[4국02-04] 글을 읽고 사실과 의견을 구별한다.
막대그래프로 표현할 소재는 강낭콩 '잎의 개수'다. 잎의 개수는 그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아 4학년 수준에서 그래프를 그리기에 적당하다. 또한 잎이 나다가 지는 과정을 함께 다룰 수 있어, 그래프의 증가와 감소를 한 번에 나타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여 발표함으로써, 강낭콩의 한살이 과정에 대한 개념까지 이해하고자 하였다.
디지털 기기와 소프트웨어
마침 아이패드 기본 어플리케이션으로 'Numbers'라는 어플리케이션이 있는데, 표에 숫자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막대그래프가 생성되는 장점이 있다. 넘버스 앱에서 막대그래프를 작성하면서, 5월 30일에는 잎의 개수가 어떻게 될지 예측해보게 했다. 늘어나다가 6월이 되어 잎이 줄어드는 것은 강낭콩의 한살이 과정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 후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13보다는 작고 9보다는 큰 수를 입력하였으며, 그래프를 통한 사실을 토대로 나름의 의견을 발표, 공유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사진을 캡처하여 에어드랍으로 교사에게 전송, 필자 이를 모두 저장해 평가자료로 활용하였다.
다음으로 사용한 기능은 '대화식 차트'다. 대화식 차트에는 그래프 아래에 슬라이드가 있는데, 학생들이 이를 손으로 누르고 드래그하면 그래프가 자동으로 변화한다. 날짜에 맞는 강낭콩 잎의 변화 과정이 드러나, 추이 과정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직은 아날로그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아날로그만 고집하는 것도, 디지털만 추구하는 것도 초등학교에선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을 민감하게 살펴보면 아날로그 방식이 필요한 초등학생들에게 적절한 수준에서 디지털 방식의 수업을 선보일 수 있다. 그래프의 표현과 공유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어떤 방식으로 접하게 되는지 고민하다보면 - 필자처럼 아날로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사들도 디지털 방식의 수업을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