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년 '시'스템] 아름다운 '동시' 만들기 - 5. 수업의 공동 연구
코로나로 병가에 서로 번갈아 들어간 4월을 지나 바쁜 5월이 되었다. 새로 전입 온 2명의 교사와 기존 2명의 교사가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느리지만 천천히, 합을 맞춰 나갔다. 우선 우리의 일주일 일과를 보면,
월 | 화 | 수 | 목 | 금 | |
오후 | (부장회의) | 전문적학습공동체 | 교사다모임(전문적학습공동체) | 동학년협의회(주안 회의) | 교직원 동아리 |
비고 | -다모임 안건 협의 -온작품읽기 협의 -학습지 공유 |
-교사다모임 참석 -학교 전체 연수 참여 |
-다음주 주안 검토 -블록수업 설정, 강당사용시간 배분, -합반수업 협의 |
<일주일에 2회는 꼭 모여서 수업 이야기를 했다>
크게 보면 화, 목은 꼭 모였다. 육아시간이나 조퇴가 있을 땐 점심시간에 20분이라도 짧게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주안을 작성하는 건 나였기 때문에 우리 반에서 모여서 함께 주안을 보고, 블록수업으로 운영할 거리들을 찾아 시간표를 움직였다. 코로나19를 2년 간 거친 현재 6학년은 40분이란 수업 안에 과제물 하나를 해결해내는 것이 무척 어려운 아이들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작년에는 (5학년을 하면서) 블록수업 설정으로 2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활동을 구상하여 원격수업/대면수업을 운영했다. 그러다보니 블록수업에 대한 거리낌은 나도, 아이들에게도 없었다.
<블록수업을 의논하되, 강권하진 않는다>
새로 전입을 온 선생님들은 블록수업이 무척 부담스러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나 또한 블록수업을 처음 할 때 너무 막연하고 지루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80분의 수업을 채우기 위해선 학생 중심의 활동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 활동이 배움으로 이어지려면 꽤 치밀한 구상과 짜임새 있는 학습지를 구성해야 했다. 이것을 혼자서 해내긴 어렵기 때문에, '블록수업을 해야 하는 그 주의 교과'를 의논하는 것은 물론, 교과단원과 성취기준을 파악하면서 '80분'을 채워 나갈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해야만 했다.
물론 이런 블록수업을 운영하는 것을 통일하자고 하진 않았다. 모든 운영에는 장단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도전하기보단 옆반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면서 마음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설령 블록수업을 안 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데, 블록수업이나 1차시 단위의 수업이나 어느 것이 더 좋다고 확실히 말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과학처럼 정답이 있는 부분은 분명 있지만, 그런 것이 없을 때는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동학년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옆 반이 블럭수업을 하니 나도 블럭수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깨지 않으면, 동학년 시스템을 갖추는 것 자체는 요원하다.
<체육마저 블록수업으로>
기존 교사 2명은 블록수업이 편했기 때문에 그대로 운영했다. 6월로 넘어가면서, 학교 전체에 모든 학년이 강당을 한 시간씩 쓰도록 시간표가 짜여져 있었기 때문에 강당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1-5교시까지 연달아 체육수업을 하는 학년이 있어서 5교시가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우리가 점심을 먹을 때, 3-4학년은 5교시 수업을 하고, 우리가 5교시를 할 때 3-4학년은 점심을 먹는다. 그러니 3-4학년이 강당을 5교시에 쓴다는 것은, 우리 시간표로는 비어있다는 것!)
6학년은 생존수영도 가지 않았고, 현장체험학습을 2번이나 갔지만 체육교과로 편성하지 않았기 때문에(나의 고집이었다) 주당 체육 시수가 너무 많았다. 전담시수 1시간을 제외하고도 담임이 3시간을 해야 하는 주가 꽤 여러번 있었으니, 아마도 다른 반 선생님들이 조금 힘드셨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것을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하다가, 과감하게 체육수업도 '블록수업'으로 운영해보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이들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어서 좋아했고, 네트형 게임을 준비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던 교사의 입장에서도 준비와 정리에 부담을 크게 덜어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배구형 게임도 더 많이 할 수 있었고, 네트도 설치하여 수업할 수 있었다.
<수업협의 - 블록설정 - 교구 공유까지>
7월에는 내가 체육의 '여가생활' 내용 중 '스케이트보드' 타는 내용이 있음을 확인하고 (그러나 아무도 스케이트보드 타는 수업을 하진 않는다.. 아무도... 아마도?), 동학년 협의회에서 '각 반 스케이트보드를 모두 모아서 한 반에 몰아주자'는 제안을 했다. 4개 반이 모두 블록(또는 1차시) 수업을 계획하고, 강당 시간을 조정한 다음 수업이 있는 반에 보드를 몰아주었다. 그랬더니 각 반이 모두 1인 1보드 수준으로 장비를 갖추고, 수업을 운영할 수 있었다. 먼저 수업을 한 후에는 다치지 않는 요령을 알려주었고, 그 요령을 이어받아 안전한게 수업을 해 나갔다. 모두가 하나의 컨텐츠로 수업을 하자는 것에 동의해준 덕분이었다. 만약 스케이트 보드 수업을 '나는 위험해서 안 할래요'라고 말하는 반이 하나라도 있다면, 장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고, 더 안전한 수업 요령도 터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게 , 동학년이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또 한 번 확인하며 1학기도 훌륭하게 성장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