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꼭!] 2023년 겨울 아이들과 함께 마무리하는 교실활동/지출/자율연수 3가지 추천
올해도 어김없이 지나갑니다. 12월, 코끝이 시려지는 올해는 펄펄 끓는 아스팔트만큼이나 마음도 뜨거웠는데, 어느덧 우리 마음은 허전하고 시리기만 합니다. 어떻게 하면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아이들과 함께 할 교실활동 3가지(자율연수)를 추천합니다.
<1> 교실에서 함께 쓰면 좋을 물건 : 보드게임 '스택커 트리오' /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제가 추천하는 보드게임은 '스택커 트리오'라는 게임입니다. 8세 이상부터 누구나 할 수 있는 보드게임으로, 네덜란드의 건축가가 만든 게임입니다. 현재까지 3종의 다양한 버전이 나왔는데, 가장 기본형인 '트리오'를 구매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규칙에 따라 조각을 쌓아 나가면서 밸런스를 맞추는 게임인데, 도형의 합동 느낌도 나고 - 건물의 균형을 잡는 것도 생각나고 - 젠가처럼 아슬아슬한 묘미도 있습니다. 가족 게임으로 많이 회자되는 게임이니, 선생님께서 먼저 사셔서 가족과 함께 테스팅(?)해보신 후 -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때 아이들과 한 번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추운 겨울, 한 번 다치면 크게 부상을 입는 아이들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 집중할 수 있고, 치우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게임입니다.
<2> 환경수업 활동 - 오래된 물건 소개하기
오래된 것을 다시 되새기며 - 이웃 블로거 선생님이 추천하는 제로웨이스트 수업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집에서(또는 부모님이 쓰시는 것 중) 가장 오래된 물건 하나를 가져와 소개해보는 활동입니다. 가져오기 힘들다면, 교사가 패들렛을 통해 사진을 받아도 좋습니다. 패들렛은 최근 오른쪽에 재생버튼처럼 생긴 '슬라이드쇼' 기능이 나와 있습니다. 제목 칸에 물건의 이름을 쓰고, 내용 칸에는 사진을 붙여넣은 후 물건을 간단히 소개하는 글을 넣습니다. 이렇게 모인 모두의 게시물을 '슬라이드쇼'로 하면, 전체가 하나의 멋진 프레젠테이션으로 만들어집니다.
가장 오래된 물건이 남아 있는 이유를 들어보면서, 물건 하나를 오래도록 쓰는 것이 중요한 이유, 너무 쉽게 쓰고 버리는 물건이 많은 요즘 세태를 돌아보며 1년의 교실을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조금씩 교실 정리를 하면서 쌓여가는 쓰레기를 버릴 때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하는 활동입니다.
<3> 신뢰서클로 이야기 나누기 - 1년 동안 내가 잃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일까?
신뢰서클이라고 자주 들어보셨을 겁니다. 거창해보이지만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1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순간에, 각자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보는 시간입니다. 둥그렇게 둘러 앉고,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선생님이 먼저 출발을 한 뒤, 연이어 2-3명의 학생만 이야기를 시작하기만 하면, 모두가 서로 말을 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저학년의 본성이 그러하고, 고학년은 조심스럽지만 마지막이니만큼 말을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선생님이 눈치껏 하고 싶은 주제를 슬쩍 돌려서 던져봐도 좋겠습니다.
규칙은 1) 토킹스틱(또는 인형 등)을 쥔 사람만 이야기하기, 2) 이야기를 들을 땐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살짝 기울려 들어주기, 3) 공감하면 손가락으로 수신호를 보내주기, 4) 오늘 나눈 이야기는 집에서도 이야기하지 않고 우리끼리 나누기(약속) 입니다.
작년, 한 아이가 자기 차례에 말을 하다 울먹거리며 울음을 터트리던 일이 기억납니다. 올해 초, 단톡방 사건으로 힘들었던 우리 반의 갈등을 아주 부드럽게 풀었던 일도 기억납니다.
혹시 이런 활동이 부담스럽다거나, 우리반 아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면 - 그냥 둥그렇게 둘러 앉아 눈만 지긋이 바라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눈빛으로 말하기, 아쉬움과 고마움을 담아 바라보다가 마침내 손을 잡고 서로 웃어보기. 주제는 다양하게 바꿔도 좋지만, 제가 추천하는 것은 위에 단 소제목처럼 - 1년 동안 내가 얻은 것과 잃은 것입니다.
아이들은 무엇을 잃었다고 할까요? 자기 시간을 잃었다(학원 때문에), 용돈을 잃어버렸다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심각한 환경 등을 말할 것입니다.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짧은 말 한마디와, 진심으로 격려하고 공감한다는 눈빛을 보내주세요.
그리고 마지막에 선생님이 꼭 한 번 더 말씀해주세요. 1년 동안 선생님이 얻는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지. 선생님은 흰머리를 얻었어, 또는 위장병을 얻었어(ㅎㅎ..), 잃은 것은.... 너희들과 함께 할 행복한 시간을 잃게 될 거라는 것도 좋고요.
...
저라면, 얼굴 한 번 뵌 적없지만 - 자기 자리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을, 먼 지역의 어느 동료 선생님과 헤어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같은 일을 하는 이가 고통을 받을 때는, 우리가 알지 못해도 서로 통하는 것이 있어 깊은 공감을 해줄 수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뉴스에서 나오는 안 좋은 사건의 주인공이 간혹 너희들과 같은 나이일 때, 너희들이 느끼는 감정도 사뭇 다르지 않았냐' - 이 말을 덧붙이면서요.
공들여 쌓은 우리의 교육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오래된 가치와 의미를 다시 되새기는 1년이 되길 바라며
세상의 모든 부당함과 도를 넘는 일들에 대해 함께 이겨내고, 서로를 지켜주자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더 나은 해가 뜨고, 오길...
2023년 모두 고생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