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가치] 1. 학습 플랫폼, 정말 잘 고르신거 맞나요? - 2
< 1편을 꼭 읽은 후에... 이어서 읽어주세요! >
이미 정해진 플랫폼을 어떻게 다시 바꿀 수 있을까요? 이미 스트레스를 받고 계신 선생님의 대부분은, 아마도- 학교나, 동학년 몰래 학급 아이들의 교육에 필요한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별도의 플랫폼'을 운영하고 계실 것입니다. 어떤 분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생각하실 것이고, 또 어떤 분은 '다른 반에 민원이 들어올까봐 초조한 마음'이시겠지요.
플랫폼을 통일하는 것보다 통일하지 않는 것이 더 낫습니다. 교육적으로도, 교사의 성장 면에서도요. 플랫폼을 통일하지 않아도, 그리고 플랫폼이 화려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좋은 교육성과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사 사용하고 있는 온라인학습플랫폼에서 하나의 플랫폼 환경만 더 추가하면 됩니다.
서로다른 플랫폼의 운영으로 시너지를 생성하다
어떠한 플랫폼을 선정하더라도 한가지는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든 학생이 교사에게 질문하고, 배울 수 있는 소통구조가 존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이런 욕심과 바람과는 별개로, 학습자의 연령과 가정의 여건이란 현실적 제약이 존재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현실과 저의 바람은 비교적 원만하게 절충되었으며 학년발달에 따라 고루 다양한 플랫폼이 선정, 운영되었습니다. 심지어 한 학년은 제 노력과 상관없이 처음부터 서로 다른 별개의 플랫폼을 운영할 예정이었기에-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더 쉽게 형성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운영하였습니다. 동학년 내에서 서로 다른 플랫폼을 운영하였지만 과제의 형식과 교육과정은 함께 연구하기로 합의가 되었는데, 서로의 플랫폼에 교사가 함께 가입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저는 전담교사라 5-6학년군의 플랫폼에 모두 가입해 학생과 교사가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저는 전담임에도 불구하고 구글클래스룸 학급 개설을 하였고, 구글 미트를 이용해 일주일에 1회는 화상수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목소리로 소통하고 질문을 받고자 노력했습니다. 각 반 담임선생님에게 가입을 권유하여 수업컨텐츠를 공유하고, 화상수업에도 초대하여 '공개수업(?)'까지 운영하기도 했지요. 어려움도 있었지만 2-3주에 걸쳐 로그인이 되지 않는 5-6학년 학생들의 가정과 직접 통화, 문자를 주고 받으면서 구글 이중계정에 대한 오류를 하나씩 고쳐 나갔고, 그 과정에서 플랫폼 생태계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감사하게도 이런 저의 '튀는 행동'을 나무라는 분들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학생들의 수업 중 도달도를 확인하기 위해 '구글 퀴즈' 설정을 문의하시고, 학급 조회를 화상으로 추진하기도 하셨습니다. 나중에는 학급운영에 대한 아이디어(화상 묵찌빠 대회, 교사가 직접 노래를 불러 영상업로드 후 음악과제 제출 독려, 패들렛을 활용한 미술작품 감상평 수집, 학급비전 수립을 위한 학생의견수렴, 일정 시각을 이용해 학반 전체가 대화하는 단체톡 시간)들을 공유하고, 동시에 학습습관 점검, 과제 제출현황을 파악하는 등 협력과 개별의 조화가 어우려져 다양한 모습으로 운영-발전해 나갔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 여러 학급 중에서도 가장 과제제출율이 뛰어난 학급의 플랫폼은 무엇이었을까요?
플랫폼은 결국 교사가 완성한다.
과학전담인 제가 5,6학년의 학생 과제 제출율을 확인했을 때 가장 높은 플랫폼은- 클래스팅도, 밴드도, e학습터도 아닌 - '다음 카페'를 이용하시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위에서 제가 언급, 비교했던 플랫폼에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이곳에 가입하여 왕성한 과제 게시물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분명 이 학급 학생의 구성원을 살펴볼 때 다른 반보다 매우 뛰어나거나 부지런하다고 볼 특별한 점은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해당 선생님께선 페이스톡으로 학생와 1:1대화를 하시고, 솔선하여 과제영상을 업로드하셨으며, 과제 현황 체크리스트를 올려가며 학생들의 과제 제출을 독려하셨습니다. 음악 수업 과제를 제출할 땐 직접 노래부르는 영상을 촬영하여 업로드를 하기도 하셨고, 체육 레크레이션에서 우유각을 차서 상자에 넣는 활동도 영상으로 시범을 보이셨습니다.
어떤 플랫폼이 학습에 도움이 될지 한참을 고민하던 제 시간이 무용지물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플랫폼을 따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되면서 제 스스로를 다시 반성해보게 됐습니다. 특정 플랫폼은 학생과의 1:1상호작용이 일어나기 어려운 것이라 절대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편견까지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의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 힘은 바로 교사에게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가장 완전하고 효과적인 플랫폼이 만약 있다면 그건 바로 교사가 아닐까요? 아무리 원격수업이 발전하고 비대면 형식의 수업 형태가 정착되더라도, 학생들은 '우리 담임선생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어떠한 플랫폼을 사용하든 그것을 운영하는 교사의 의지가 가장 중요함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늘 인간은 이렇게 기본을 놓치고 있고, 그 인간이 바로 저라는 것을 또 깨닫습니다. ^^
만약 교사가 가장 효과적인 교육플랫폼이라고 가정한다면 - 플랫폼을 통일하려던 우리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동학년 모두를 하나의 교사로 통일할 수 없듯이 말입니다. 학생이 마음껏 질문하고, 소통하고, 정보를 얻는 플랫폼은 바로 교사입니다. 그래서 온라인수업 플랫폼을 고르는 제 1의 기준은, '교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플랫폼이어야 합니다.
비교하고, 확신하기
학교와 교사라는 플랫폼과, 선생님이 고르신 온라인학습플랫폼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나요? 교사를 플랫폼에 비유하는 것을 말장난으로 느껴지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정말 중요합니다. 학생과 1:1로 소통할 수 있는 효율적인 피드백을 갖춘 구글클래스룸을 한 달 넘게 사용한 저는, 사람들이 애초에 이 플랫폼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학생과 필요 이상으로 접촉하고 대화해야 하다보니 제가 너무 지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전담이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학생의 생활교육과 인성지도까지 함께 생각해야 할 담임의 위치였다면 이 플랫폼을 선택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습니다. 물론, 좀전의 깨달음을 통해 - 언제든 교사의 의지와 역량으로 플랫폼의 특성을 보완- 학급을 운영할 수 있음을 지금은 확신하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사람들은 원격수업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언제든지 학습하고 질문할 수 있으며 피드백이 우수한 미래교육이라 생각합니다만, 우리 교사들이 겪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소통은 더욱 힘들어졌고, 학생들은 인터넷 접속과 플랫폼 기능 사용에 미숙해 커다란 학습 장벽을 매일 만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장벽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커다란 효과를 지닌 '심리적 장벽'이 아닐까요.
여전히 우리 교사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많은 요소가 원격수업 형태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저작권 문제, 초상권 침해, 무단으로 캡쳐되어 떠돌고 있는 교사의 얼굴과 수업에 대한 악성 댓글 등은 우리를 참 지치고 힘들게 만들며 더 거대한 심리적 장벽을 세우게 합니다. 그러나 이런 장벽을 극복하고 '교육의 본질'로 조금 더 가깝게 나아가는 것 또한 교사의 몫으로 남아있습니다. 억울하고 분통하실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노력을 도와줄 환경이 쉽게 조성되지 않는 현실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참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 교사는 우리 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플랫폼'입니다. 현실을 극복하는 제도도, 제도 속에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좌절과 눈에 띄게 드러나는 학력격차도 결국은 교사만이 해결하는 과제입니다. 교사들의 의견으로 하나씩 추가되고 발전해나가는 '학습플랫폼' 속에서 우리는 온전히 채워지지 않는 기술의 함께, '다시, 학교'라는 말을 계속 되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
올해 가을에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을 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우리가 더워진 틈을 타서 추운 남반구를 지나 다시 환절기가 되면 북반구로 바이러스가 오는 것이 아닐지(근거없는 뇌피셜입니다^^..)... 이랬든 저랬든,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삶을 온전히 찾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플랫폼을 다양하게 익히고, 나누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학교라는 플랫폼의 소중함을 알고, 학교에서 지켜왔던 소중한 가치를 어떻게 구현해낼지 고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빨리 안전하고 따뜻한 플랫폼, 학교에서 아이들의 학습을 가장 잘 채워줄 '교사' 플랫폼이 온전히 운영되길 소망해봅니다. 학교의 가치가 더욱 소중한 이유는 바로 선생님 때문입니다.
TIP - 플랫폼 기능 한 줄(씩) 요약..
* 클래스팅: 출결, 건강관리 등 학교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었어요. 소통에 참 좋은 구조인데, 결국 과제를 독촉하려면 - 교사의 목소리가 전달되는 전화만큼 효과적인 것이 또 없죠?
* E학습터: 컨텐츠 제작을 직접 해본 교사라면 E학습터의 5분 내외 영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지 느끼시죠? 한편으론 내 학급에 쏙 맞지 않는 영상이라,, 결국 교사가 시간을 들여 컨텐츠를 제작하게 되지요. 교사가 제작한 여러 컨텐츠를 살펴보시면 어떨까요?
* 온라인클래스: 학생이 직접 수행할 수 있는 문제집 연계 컨텐츠라 좋죠, 그러나 과도한 문제풀이가 안되도록,, 교사가 과제량을 조절해야 되겠죠!
* ZOOM, 미트, 팀즈: 가끔씩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참 좋지요, 그런데 애들은 얼굴을 안 보여주려고 해요. 참 난감합니다, 교실 앞에 서 있는 교사의 모습이 그리워 집니다.
* 구글클래스룸: 피드백을 하기에 참 좋아요. 그런데 피드백 양이 너무 늘어나고 있어요, 타자속도가 어려운 선생님들은 학생들 교과서를 펼쳐서 직접 눈을 맞추며 연필로 보충하는 그 모습이 지금은 아날로그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오히려 최신 기술처럼 다가옵니다.
어떤 플랫폼이라도 하나가 빠지면 아무런 기능도 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이 계셔서 학교의 가치는 높아지고, 플랫폼은 더더욱 완전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