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소명)선생님, 소명하겠습니다. 7화

일기장을 보다 작은 단서를 발견했다. 벌써 6월!
아이들도 시간이 잘 가는 것을 느끼고 있나보다.
나에게는 매년 반복되는 6학년 교실의 6월이 아이들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테니
시간이 가는 게 좋으면서도 아깝게도 느껴질 것 같다.
6월은 100일이 있는 날이다. 개학으로 부터 100일 뒤는 6월 9일으로 (혹자는 6월 8일로 계산하기도 한다)
내 생일이다. 어쩌면 나는 교사가 될 운명으로 태어난 것일까.
우연이듯 아니듯 100일이 주는 의미 있는 날이 또 내 생일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늘 내 생일을 알려준다. 물론 받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분들의 100일. 나와 함께 한 100일이라는 시간을 무사히 지내준 것에 대한 보답도 따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일 성찬회가 조금씩 아쉬워진다.
내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만우절이든 스승의 날이든 선생님생신이든
아이들끼리 깜짝 파티를 계획하고 학교에 일찍 와서 준비하고 혹시나 일찍 오신 선생님을
교실에 못들어 오게 하려고 아둥바둥했던 기억이 잔잔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가타부타 별말 하지 않는다.
속아주기도 하고 역으로 놀래켜주기도하고 감동을 받기도 한다.
엎드려 절 받는 건 절대 아니다.
사랑 받아 본 사람이 사랑 나눠줄 줄도 알고
사랑 나눠줘본 사람이 사랑을 받을 줄도 안다.
내가 생각하는 학교는 그런 것 까지 알려주는 곳이다.
6/1 밖에 사이렌 소리가 너무 커서 검색했더니 폭발이 일어났다고 함
/ 학교 근처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있습니다. 학교 교실이 조금 흔들릴 정도의 폭발이 있었습니다.
잘 못 들었나, 잘 못 느꼈나라고 착각할 때쯤 끝없이 사이렌 소리가 들렸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근처 공장에서 큰 폭발 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기도를 했습니다.
각자의 종교에서, 각자의 마음에서 소방차와 구급차를 보면서 응원을 했습니다.
저는
오늘 나에게 행운이 아직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저 분들께 드리고 싶다는 기도를 했습니다.
구조를 요하는 사람에게 목숨바쳐 생명을 구하러 뛰어들어가는 분께
우리의 작은 행운이라도 모아 빌어보자고 했습니다.
어린 아이마냥 각자가 그렇게 눈을 감고 그들의 안위를 빌어 보았습니다.
6/2 선생님께서 편집 장난으로 어떤 학생이 억울해 함
/ 영화를 편집하다가 재미있는 장면이 있어서 편집으로 장난을 쳤습니다. 가끔은 저도 장난이 넘칠때가 있어서
아이가 속상할 때도 있습니다. 하긴 선생님이고 어른이니 또 싫다는 표현이 쉽지 않은 걸 알면서도
저도 가끔씩은 아이들을 놀리는 재미에 잠시 까먹기도 하네요. 그럼에도 사과를 받아주고 또 씩씩하게
잘 놀아줘서 고맙기도 합니다. 미안해!
6/5 통일 행사를 함. 물싸움도 함
/ 이걸 한 줄로 퉁치다니... 학교에 예산이 없을 때는 벌어오면 됩니다. 작년에 영화제에서 상금을 탄 것으로 츄러스차를 불렀는 데
올해는 영화제 상금도 예산도 없었습니다. 교육청에서 남북한이해공감사업이 있어 지원을 했고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어
통일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이 이것 저것 준비하느라 고생을 했겠지만 학교에 추려스차도 와서 전교생이 나눠먹고
다 함께 운동장에서 플래시몹도 하면서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네요. 특히 우리 반 아이들은 자원봉사단으로 활동을 해줬습니다.
더위에 지칠까 아이스박스에 얼음과 음료수 가득 담은 것이 아까워 물장난을 좀 쳐봤습니다.
아이들이랑 더운 날씨에 홀딱 젖어가면서 물놀이하니 저도 즐거웠습니다.
6/11 축구경기 체코 2:1 짐
/ 어릴 적에 그렇게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축구든 야구든 그냥 왜 하는 지 왜 보는 지 모를 적임에도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월드컵을 틀어줬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스페인과 한국의 경기였는 데 서정원 선수가 골을 넣고 소리를 지르던 2학년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마도 같은 서씨라고 기억을 더 하는 것 같지만 오래된 기억 속에도 그 환호가 떠오릅니다.
학교에서 월드컵을 같이 시청하는 것에 대해서 이런 저런 말은 많았지만 이 또한 한줄이 될 까 싶어 함께 봤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6년 월드컵을 아이들은 훗날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