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소명)선생님, 소명하겠습니다. 5화

임산부에게 안정기라는 게 있다. 나는 남자라 아이가 둘이면서도 그런게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는 모른다,.
매순간 조심해야하는 건가 싶다가도 뭔가 안정기라고 하니까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있다.
임신 초기에 못했던 것들이 와르르 쏟아지는 시기인 것 같기도 하다.
5월은 교실의 안정기라고 해야할까? 3월의 심란함이 떠나가고 4월의 정신없음이 몰아치고 나면
5월이 온다. 늘 교육과정에 쓰는 순서인 '학생, 학부모, 교사'의 순으로 행사가 찾아온다.
그간의 노고를 치하를 하는 듯이
어린이날이 오고, 어버이날이 오고, 스승의 날이 온다.
어린이날은 뭔가 아이들이 신이 난다. 6학년은 마지막이라고 신나고 1학년은 어린이라고 신나고
아이들을 위해서 선생님들은 작은 이벤트를 준비한다. 어린이가 맞지...
어버이날이 되면 선생님들은 또한 작은 이벤트를 준비한다. 이 참에 부모님의 의미도 떠올리게 하고 편지도 쓰고
정작 내 부모님은 못 챙기는 데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에 보답하자는 잔소리를 늘어 놓기도 한다.
스승의 날이 되면... 불편하다.
언제 부터 스승의 날이 불편했나. 아이들에게 노래 한 소절 듣기도 어려워졌다.
뭘 바라는 건 아닌 데... 뭔 받는 것도 아닌 데... 그냥 불편하다.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촌지? 청렴? 뇌물? 다른 세상의 일이다.
시험도 안치는 학교에서 캔커피 하나에 성적이 불공정해질까...
케잌조각 하나 먹었다고 안 사온 애들에게 얼마나 쿠사리를 줄까...
뭔가 범죄자가 되는 기분이라 아무것도 받지도 주지도 말자는 김칫국부터 마신다.
이것도 참 웃긴 일이다. 법이 개정되었다고 해도 이미 사람들의 인식속에 교사는
동물원에 병든 짐승마냥 '먹을 것을 주지 마시오'가 되어 버렸다.
그런 사이 아이들이 고마움을 표현하는 법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교사들만 알고 있다.
하지만 또 말을 하지 못한다.
교사는 삶으로써 아이들에게 학습이 되는 존재다. 그래서 중요하고 귀하고 무거운 직이다.
교사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을 아는 아이는 자라며 누구에게도 그럴 수 있다.
그 뿐인데 ... 진심은 언제나 오염되어 전달되는 듯 하다.
그런 스승의 날 하굣길에 학생 하나가 편지와 함께 막대 사탕을 내민다.
그리고 그걸 본 눈치없는 학생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야 너 김영란법 몰라?'...
5/4 미아가 옴
/ 길을 잃은 미아가 아니고 제 친구 딸 도레스타인 미아 입니다. 네덜란드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아이입니다. 한국에 휴가차 놀러왔기에
미아에게는 한국 학교의 문화를 우리반 아이들에게는 외국 친구와 생활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 우리 교실로 초청을 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부른 것 같지만 각 종 동의서, 계획서 등 공문을 몇개를 썼는 지 모릅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추억 한 줄이 되었겠죠?
우리 교실에 그 때 네덜란드 애 하나 왔잖아 라며 추억하길 바래봅니다. 사회 교육과정에 세계의 여러나라를 알아보는 단원이 있습니다.
저는 글로발한 수업을 한 겝니다...
5/6 선생님께서 수영 참관 때문에 1~5 교시 이동 수업을 함
/ 수영 참관이 아니라 생존 수영이 제 업무인지라 생존 수영 수업이 잘 돌아가고 있는 지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체육, 영어, 음악 등 다른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과 하는 수업을 하루에 몰아서 다녀왔습니다.
생존 수영 수업... 할 말이 참 많습니다. 나라에 큰 일이 하나씩 터질때 마자 아이들이 해야할 일도 하나씩 들어가는 듯 합니다.
하기 싫어서, 이미 수영을 잘해서, 부끄러워서, 생존 수영을 참가하지 않으려는 학생들 (물론 알러지, 건강, 트라우마로 못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걸 또 강요할 수 없는 교사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눈치를 보면서 정말 가르쳐야 할 것들은 못 가르치는 수영강사들을 보며
수학 잘하면 수학 수업에 쉬고 미술 잘하면 미술 시간에 영어단어 외운다는 말과 뭐가 다른지 저는 잘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안전사고에 미리 대비하자는 의무교육과정인 생존 수영, 학생도, 교사도, 수영장도 모두가 의미를 점점 잃어가는 듯 합니다.
5/11 축구 유니폼을 만드는 노동을 함
/ 정말 면목없습니다. 학교에 체육의 바람을 불어 넣고 싶어 축구 대회에 신청을 했습니다. 우리반에는 한명이 참가했습니다.
하자고 했는 데 아이들이 신청을 안 한겁니다. 이게 제가 축구 대회를 한 이유였습니다. 아이들이 뭔가를 안 하니까
자꾸 기회를 만들고 성공이든 실패든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가 우스겟소리로 안느껴지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뭔가를 해야 배움이 있을 터, 수업외적으로도 저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각설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유니폼을 주문했는 데 유아용으로 주문을 해버렸습니다.
대회 전날 유니폼이 왔고 교환도 반품도 안되는 상황이 터져...
급하게 축구 유니폼을 제작(대형번호표붙이기)하느라 아이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노동이 맞네요. 봉사와 희생으로 포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