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소명)선생님, 소명하겠습니다. 3화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별 게 없다.
시간이 흘러서인 지 나이를 먹어서인 지 아님 내가 학교에 무심했던 건가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했던 수 많은 일들이 딱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순간 순간 일기장에 처진 빨간 밑줄 처럼 생각이 나는 것들은
일상적이지 않았던 것, 소소하지만 소소하지 않았던 것들
그런 순간들이 모여서 나의 어릴 적 한해를 웃음 짓게 한다.
나를 거쳐간 아이들도 어른이 되었을 때 문득 그렇게 유년시절로 잠시 돌아갈 수 있는
save point를 만들어 주고 싶다.
4/1 만우절 장난
/ 아무리 기억해봐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정치인 다 됨...) 진짜로... 아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쉽네요... 내년에는 더 치밀하게 장난칠 수 있도록 지도하겠습니다.
4/2 수업망함(애미나이)
/ 애미나이가 아니고 제미나이가 맞습니다... 저건 오타거나 의도적인 어그로입니다.
그 날 에듀테크 수업을 준비했고 진행을 했습니다. 아마 제미나이를 이용해서 프롬프트를 짜고 우리반
캐릭터를 만들어보는 것이 주제였을 듯 합니다.
교육청에서 교육용 계정을 나눠 주었고... 수업이 흘러 갔지만
교육적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구체적인 프롬프트는 제한이 되었습니다.
결국 아이들이 연습하고 연구한 프롬프트는 구현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계정까지 미리 테스트 해보지 못한 제 탓입니다. 교육청의 말만 너무 믿었네요.
가끔 그렇게 수업이 망할때면... 전 이실직고 합니다.
얘들아 오늘 수업 망했다!!
4/9 비맞으면서 노동
/ 아동학대 아닙니다. 노동은 신성한,..
실과시간에 도시 농부가 나와서 학교에 호박을 심기로 했습니다.
자이언트 호박이라고 680키로그람까지 자란 기록이 있는 씨앗을 비싸게 사서.....
학교에 네군데에 심었습니다. 물론 여름방학에 공사를 해서 다 없어지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뭔가 변하는 것을 보게 해주고 싶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땅을 파고 흙을 고르고 비료와 씨앗과 물을 주는 데
비가 갑자기 쏟아졌습니다.
어짜피 맞은 거 그냥 진행을 했고 아이들에게 우산을 쓸 것을 지시했지만
이성의 끈을 놓고... 모두가 비를 쫄딱 맞았네요.
교실에 여분의 상의와 수건, 드라이기가 있어 후속조치를 잘 했습니다.
4/14 고추학대
/ 어머... 그런거 아닙니다.
과학시간에 식물의 구조를 배웁니다.
고추 모종을 가지고
잎도 자르고
뿌리도 자르고
줄기도 자르면서
잎, 뿌리, 줄기의 기능을 비교실험하는 학습과정이었습니다.
식물입장에서는 학대가 맞네요....
4/16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ADHD 영화를....
/ 문득 SNS인가 유튜브인가 보다가...
금쪽이 이야기와 ADHD 이야기가 나오면서
"저런 애들은 약을 먹여야해!"라는 댓글을 봤습니다.
교사 생활을 꽤 오래 하면서 그 약의 빛과 그림자를 알기에
의사도 아니고 교사도 아니고 그 아이의 학부모도 아닌 누군가가 (설사 그들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장난 꾸러기 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일지도 모르고
다른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너는 집중력이 부족하니까 까부니까 장난 많이 치니까
'약 먹어' 라는 건 너무 폭력적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100번의 잔소리보다 예술로 승화(영화)해보자는 의견을 내보았습니다.
물론 의사의 진단, 학부모의 결심, 교사의 조언으로 아이에게 약을 처방하는 것이 필요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다만, 모든 의학적인 맹목적인 교육적인 의도 이전에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과정이 먼저였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