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망했다 - 예거의 가르침
서성환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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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4 01:23

예전에 4학년짜리 여학생이 있었는데
특기가 시라고 했다.
그래서 시를 쓴거를 보여 달라고 했더니
시화를 그려왔다.
사실 아이가 적어온 시가 엄청난 임펙트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의 순수함이 그대로 그려진 글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그 글에는 내가 놓치며 살았던 분명한 어떤 메시지가 있었다.
예지라는 이름은 글씨가 못나서 예거라고 보였다.
그래서 난 그 아이를 예거라고 부르곤 했다.
아이의 글에서 난 뭔가 배우고 싶었고,
그 순수함에 채찍질을 당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의 시를 하나씩 곱씹어 볼 요량으로
시를 쓰는 숙제를 내었고, 나는 그 시를 하나씩 음미했다.
하지만 아이는 숙제를 했고, 나는 글 쓰기가 지속되지 못하였다.
결국 예거의 가르침도 프롤로그에서 끝이 났다.
시집은 나한테 있으니 언젠가는... 쓸 수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