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일지 - 유배가 결정나기 까지 2 (파견교사 면접전형)
자… 이제 면접 준비다. 이 글이야 시간이 흐른 후 적은 거지만 실제로는 23,24,25 크리스마스 연휴를 지나고 바로 면접을 보았다. 연휴내내 제 정신일리가 없었다. 다들 예상하듯이 수험생처럼 공부하고 준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놓고 논 것도 아니고 애매한 시간들이었다. 머릿속으로는 해야지 해야하는 데라고 고민하지만 실제로 뭘해야 할지 몰랐다.
면접 자체가 싫었다. 말 하는 건 익숙하다 못해 자신이 넘치는 데 이제와 면접을 본다는 게 부담스럽고 못마땅했다. 물론 불만이라기 보다는 그만큼 내가 굳어간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도전이 신나기 보다는 두려울 순간이 되었다는 자괴감에 빠졌다. 그냥 해야지 어쩔 수 있을까. 여기서 멈추면 앞으로의 도전들도 다 멈춰지는 거다.
면접에 대해서는 예민할 수도 있으니 면접 문제를 공식적으로 오픈한 건 부담스럽다. 혹시 궁금한 사람은 개인적으로 물어봐주길 바란다. 다만 예상했던 문제들이 나왔기에 별도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서 머리속으로 예상 문제에 대답만 돌렸다. 요 몇년간 면접관으로써의 역할을 했던 경험을 살려서 내가 면접관이라면 무엇을 물어볼지 생각했다. 또한 기존에 파견을 나가있는 선생님께(서울 국제교육센터?) 영어캠프시 어려운 점과 예상 문제를 커피 한 잔에 여쭙기도 했다.
1. 자기 소개
2. 업무 파악 정도
3. 업무 마음 가짐
4. 영어캠프 계획
5. 원어민 선생님과의 관계
6. 학생과의 관계
뭐 이정도를 준비했다. 영어캠프담당이니 이 중에 몇개는 영어로 물어볼 수 있겠구나 생각해 영어 답변도 준비했다. 대단한 영어는 아니지만 적절한 문장 구조랑 유용한 단어, 숙어정도만 숙지했다. 이제 와서 영어 공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1. 자기 소개
ㅡ 내 기본 정보야 미리 알고 왔을 테고 바로 본론을 이야기했다. 날 두 단어로 설명하고 싶다. 하나는 에듀테크고 다른 하나는 관계형성이다. 에듀테크는 내가 잘하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 활동 능력에 대해, 관계형성은 업무친화력에 대해 자랑을 했다. 처음 보는 학생과 원어민과 계속 부딪혀야할 업무기에 이 부분도 강조했다. 여러가지를 이야기 해봐야 기억도 못할 것 같고 영어로 묻는다면 표현도 어려울 것 같아서 가장 특출한 것 중 업무에 필요한 강점 두가지만 강조하고자 했다.
2. 업무 파악 정도
ㅡ 이게 뭐하는 건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했다. 파견지에 대한 정보, 비젼이나 사업들을 조사하였다. 또한 내가 하게 될 영어캠프 공문서들도 확인하였다. 전입자에게 이전의 업무에 대해서 물어봐 미리 업무파악을 해두었다.
3. 업무 마음 가짐
ㅡ 다들 열심히 한다고 하겠지만 뭔가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싶었다. 뭔가 확실한 물증! 업무와 관련한 나의 의지를 보여줄 경험을 다짐으로 이야기하고자 했다. 난 교무실무원의 경험이 있고, 파견지와 집이 가까우며, 연수의 경험이 많다 라는 것을 강조해서 이 자리가 내 자리임을 강조하여 했다.
4. 영어캠프계획
ㅡ 내가 영어캠프를 계획한다면 어찌할까. 6학년 24명이 3일씩 12기 동안 이뤄진다. 이 특수성이라면 뭔가 다름이 있어한다. 내가 생각한 건 재미다. 짧은 시간에 아이들과 내포 형성은 쉽지 않을 터, 아이들을 홀릴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야하고 그 방안으로 영상제작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 학습을 하고자 한다.
영상제작은 경쟁이 아닌 협력을 기틀로 하기에 재미있으면서도 수준차에 따라서 적절히 과업의 무게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결과를 홍보하거나 아카이빙하기도 좋다.
물론 기존의 프로그램을 모두 뒤엎을 수는 없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해보고자 한다.
5. 원어민 선생님과의 관계
ㅡ 뭐 빨리 친해질 수록 좋겠지만 트러블이 없을 것 같진 않다. 문화적 차이, 그리고 나는 일년짜리지만 그들은 상주하는 원어민이기에 의견차가 날 수 밖에 없다. 해법이 얼마나 있겠는 가, 원어민은 영문화에 전문가고 나는 한국학생교육의 전문가이니 서로 발맞춰갈 수 밖에. 그리고 그 정답은 빨리 친해지는 방법 밖에 없다.
6. 학생과의 관계
ㅡ 학생들 사이에 충분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안전 사고에서 부터 학교폭력까지 교실에서의 위험이 여기라고 피해갈 것 같진 않다. 또한 처음 보는 학생들이기에 생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릴 수도 있다. 가장 우려가 되는 건 학생간의 수준차이다. 영어가 좋아서 오는 학생, 영어를 배우러 오는 학생, 떠밀려 오는 학생등 다양할 수 밖에 없다. 미리 체크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며 교육의 목표를 영어 수준의 상향화가 아닌 각자의 능력의 신장으로 각자 배움이 있는 캠프로 만들고 싶다. 또한 영어 문화를 습득하는 캠프지, 영어 어학원이 아니기에 아이들에게 외국에 와 있는 듯한 문화를 익숙하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교직 경력이 16년이다. 그리고 나 나름 생각을 하며 밀도 있게 보낸 시간들이다. 이정도만 준비하면 (영어로 표현만 된다면) 어떤 질문이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면접만 남었다. 영어건 면접이건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이제 믿고 나가는 수 밖에 없다.
조용한 교실, 다섯명의 면접관, 마주본 내 자리, 면접관 굳은 표정과 당황하지 않은 척 하는 나의 면접은 길지 않았고 나는 다음날 합격통지를 받았다.
함께 면접을 보았으나 다른 결과를 받은 선생님께 아쉬움 마음을 보낸다.
이렇게 나의 유배가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