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가꾸는 글쓰기 수업] part1. 문장 살 찌우기
part 1. 문장 살찌우기
아이들은 한 문장에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곤 합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학교를 갔다가 학원을 갔다와서 저녁을 먹고 잤다’ 와 같은 식이죠.
이러한 글이 살아나는 글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문장을 쪼개고 한 가지 내용을 살 찌울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문장 살찌우기라고 아이들과 불렀습니다
문장을 살찌우기 위한 핵심은 ‘궁금하지 않게 하기’입니다.
1) 궁금하지 않게 쓰기 - 육하원칙 안내
4학년 일기 오늘 나는 숙제를 하다가 용준이가 사탕을 먹고 오는 거였다. <윤일호 선생님 글 참고> |
내용이 이해가 잘 안갑니다. 아이들에게 어떤지 물어봤습니다.
아이들 역시 이 문장이 무슨 내용인지 잘 모릅니다
이 문장의 문제점은
1. 이해가 잘 안간다. 2. 장면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3. 궁금해지는 것이 많다.
이렇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좋은 문장은 머리속에 잘 그려지고 보는이로 하여금 궁금해지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이 문장에서 할 수 있는 질문거리들을 찾아보았습니다.
1) 용준이랑 어떤 관계인가? 2) 어디인가? 학교인지? 3) 어떤 사탕을 먹는가? 4) 왜 숙제를 하는가? 5) 어떤 숙제를 하는가? |
아이들은 이와 같은 질문거리를 찾아 내었습니다. 이어서 이 질문에 대하여 아이들과 답을 만들고 난 뒤 이를 종합하여 다시 문장을 썼습니다.
오늘 저녁 6시쯤, 집에서 학교 숙제로 일기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내 동생 용준이가 내가 좋아하는 포도맛 추파춥스를 먹으면서 들어왔다. |
처음 썼던 문장과 비교했을 때 훨씬 상황이 잘그려지고 이해도 잘 됩니다.
“이처럼 글은 궁금해지는 것이 없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일을 하는지, 왜 일어났고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가 잘 드러나야 합니다.
이렇게 되기위해서는 문장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계속 던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떠올리며 문장을 써 보는 것으로 문장 살 찌우기를 시작했습니다.
2) 느낌이나 대화가 들어가게 쓰기
위와 같이 글을 쓰면 장면이 떠오르고 궁금한 것이 적어지긴 해도 글이 심심합니다.
그래서 글이 좀 더 살아나기 위해 필요한 것을 함께 알아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들과 관련된 사람이나 물건이 나오면 훨씬 관심을 가집니다. 그래서 ‘저’를 소재로 활용했습니다.
병주가 가족들과 외식을 했다. |
우선은 질문거리를 찾아보았고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질문거리를 찾아라!
1) 어디 식당을 갔나? 2) 어떤 것을 먹었나? 3) 왜 외식을 했나? 4) 가족들은 누가누가 있나? 5) 어떤 음식이 좋은가?
6) 언제 먹었나? 7) 맛있었나? / 배부르게 먹었나? 8) 다음에 또 오고싶었나? 9) 식당은 맛집인가? 별점은 준다면?
이에 대한 대답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며 글을 쓰니 다음과 같은 글이 완성되었습니다.
병주의 생일이라 가족들과 함께 저녁에 외식을 했다. 병주가 좋아하는 회를 먹으러 아빠, 엄마, 누나와 함께 포항에 있는 물회집에 갔다. 광어회, 연어, 우럭, 방어가 섞여있는 모둠회를 시켰다. 다음에 돈이 생기면 또 먹으러 오고 싶을 만큼의 맛집이었다. |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심심하죠.
그래서 오감을 사용한 느낌과 대화를 넣었습니다.
“어떤 대화를 했을까? 맛있다는 느낌은 어떻게 표현할수 있을까요?”
“우리는 시각에 많이 의존하고 삽니다. 그래서 글을 쓸때에도 본것과 한 것을 위주로 많이 쓰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보는 것 외에도 들은 것도 있고 냄새를 맡거나 만져본 것도 있어요. 그런 것들을 사용하여 여러분의 느낌을 표현하면 문장이 훨씬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며 맛에대한 표현과 대화들을 추가하여 글을 다시 만들어 보았습니다.
병주의 생일이라 가족들과 함께 저녁에 외식을 했다. 병주는 좋아하는 회를 먹는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설레였다. 아빠, 엄마, 누나와 함께 포항에 있는 유명한 물회 집에 갔다. 병주가 좋아하는 광어회, 연어, 우럭, 방어가 섞여있는 모둠회를 다 시켜서 너무 좋았다. “와~~ 엄마, 회가 입에서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아요!!”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누나가 이렇게 말할 정도로 회는 신선하고 맛있었다. 비록 가격이 너무 비싸서 생일임에도 많이 먹지는 못해서 아쉬웠지만 다음에 돈이 생기면 또 먹으러 오고 싶을 만큼의 맛집이었다. 병주의 별점은 100점!! 인생맛집 등극 뿜뿜!! |
이렇게 함께 만들어 가며 몇가지 샘플 자료를 보여주고 난 후, 이제는 다음 문장을 보고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생각하며 글을 직접 써보게 하였습니다
병주선생님은 전화를 받고 급하게 학교에 갔다. |
2. 병주선생님은 토요일에 늦잠을 잤다. 왜냐하면 어제 10시간동안 회의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반에서 전화가왔다.
그전화는 지옥의 회의였다. 그레서 내복차림으로 코트를 걸치고 뛰었다.
3.
1번 처럼 한 문장에 모든 이야기를 다 쓰는 친구들도 있었고 3번 처럼 지도한 바를 최대한 다 넣어서 쓴 친구도 있었습니다.
보통은 2번 처럼 서술을 중심으로 쓴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첫 글을 쓰기 시작한 아이들은 이후 문장 쪼개기를 배우면서 글쓰기가 폭발적으로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