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가 있는 교실
점심시간, 밥을 다 먹고 교실에 들어서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아직 점심시간은 20분이 넘게 남아있는데 아이들이 다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었다.
“응? 아직 점심시간 많이 남았는데 왜 앉아 있어?”
“쌤!! 뒤돌아보세요”
뒤를 돌아보니 칠판 가득 사랑한다고 쓰여져 있었다.
학년 말도 아니고 뜬금없이 아직 3월밖에 안됐는데 뭔일인가 싶어 얼떨떨했다.
멍한 상태로 칠판을 보며 눈을 껌뻑이고 있으니 뒤에서 소리들이 들려온다
“선생님 사랑해요~~!!”
동시에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연주가 들렸다.(우리반에는 피아노가 있다)
아, 눈물이 가슴을 적셨다.
“오늘 무슨 날이야? 왜 이렇게 했어요?”
“아니요, 그냥 했어요!!! ㅎㅎㅎ”
그냥이란다. 그냥. 크아! 눈물이 다시 한번 가슴을 적신다. 눈가에 방울방울이가 맺혔다. .
“얘들아, 정말로 고마워. 선생님 진짜진짜찐짜 너~~무 행복하다. 크… 선생님한테 이런 행복과 감동을 느끼게 해준 여러분을 만난것에 너무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들도 참 행복해 했다.
좋은 표현도 안전함을 느껴야 할 수 있다.
아직 3월 중순밖에 안됐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었을까?
나도 신기해서 3월 활동을 뒤돌아 봤다.
결론은 2가지로 요약되는 것 같다.
1. 우선 아이들을 너무 잘만났다.
2. 아이들과의 첫만남 부터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고 애를 썼다.
내가 뭘 잘했다기 보다는 아이들을 잘 만난 덕이 8할을 한것 같다. 그리고 남은 2할은 그런 말을 해도 되는 안전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교실이란 공간에서 좋은 말 쓰는것을 어색해 한다.
고운말 써라 바른말 써라 말은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그런 말을 써도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아, 우리반에서는 다들 이만큼 표현을 하는구나. 나도 이런 표현을 해도 되겠구나.’
하고 마음이 안심될 때 좋은 말도 쓸수있다. 그래서 몇년전부터는 그런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애를 쓴다. 아이들은 이 곳에서는 다소 낯간지러운 표현도 내가 할수있구나, 해도 되는구나를 느끼니 막 쏟아내기 시작했다. 올해는 그게 참 일찍 터진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3월에 했던 활동을 한번 돌이켜 보았다.
‘환대’를 말하다.
새 학년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와 긴장이다.
새 학년에 올라오면 무엇이 가장 걱정되는지 물어보면 주로 새롭게 만날 친구에 대한 것들이 많았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자기랑 놀아줄 친구가 있을지가 제일 걱정되는 것이다.
3월 첫날, 1년중 가장 조용한 날이다.
새롭게 만날 친구와 선생님, 그 안에서 내가 살아 남기위해 이리 저리 눈치를 보며 저마다 자기가 서있을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 아이들의 긴장된 분위기가 나 마저도 긴장하게 만든다.
“어려분 첫날, 교실에 들어오면서 제일 먼저 무엇을 했고 무슨 생각을 했나요?”
“친구를 찾았어요 / 아는 사람있나 봤어요 / 어디에 앉을지 생각했어요.”
“네, 그 때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그 친구가 알아차려주니까 어땠어요?”
“반가웠어요 / 마음이 좀 놓였어요.”
“맞아요. 여러분, 누군가가 나를 알아차려주는 것 만으로 기분이 좋았죠? 그것을 바로 환대라고 해요. 그저 나라는 존재를 알아봐주고 환영해 주는 것이죠. 교실의 모두가 내가 들어왔을 때 나를 알아차려주고 나에게 인사를 해준다면 여러분의 아침은 기분이 어떨까요?”
이와 같은 식으로 환대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안심하고 표현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주기
1. 인사
그리고 환대의 가장 기본인 인사의 중요성에 대하여 나의 경험담을 비롯하여 한시간 동안이나 이야기를 했다.
해서, 우리반은 매일 아침 인사를 한다. 요즘엔 접촉식 인사를 잘 못하니 루루샘이 만들어주신 비접촉 인사 중 하나씩 선택해 인사를 한다. 그렇게 인사를 할 때마다 나는 미션으로 ‘너가 우리반이라서 참 좋아’와 같은 그 날의 좋은 말을 하나씩 낸다.
아침 자습으로 그림그리는 날도 있는데 그럴때는 말풍선을 만들어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좋은말을 쓰게하고 몇명을 만나 댓글을 받아오는 활동도 한다.
집에 갈때는 나와 개인적으로 인사를 하고 간다. 내가 앞문에 서있으면 한줄로 서서 나와 ‘사랑해요’를 주고 받으며 한명씩 빠져나가며 나와도 사랑한다는 말이 자연스러워 질 수 있도록 한다.
2. 듣고싶은 말 알아보고 해주기
각자 자주 듣고 싶은 말을 포스트 잇에 써서 칠판에 붙였다.
한 사람씩 앞에 나와 ‘칭찬샤워’활동을 통해 그 친구가 듣고 싶은 말을 친구들이 다 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사람이 끝나니 아이들이 “선생님도 하세요~!!”이런다.
그래서 선생님은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더니 “쌤 사랑해요~~~’로 샤워를 시켜줬다.
칠판에 저 활동도 이 활동을 하고 난 다음날 아이들이 작성한 것이었다.
확실히 그런 말에 자꾸 노출을 시켜주니 아이들이 서슴없이 하는 것 같다.
저 칠판 이벤트는 그 다음주에도 이어졌었다. 아이들이 이번에는 편지존도 만들어서 만들어 줬다. 그냥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놀이가 된것도 같았다. 놀이가 되면 어떤가? 너무 아름다운 놀이인것 같다.
3. 밥먹기전 인사로
급식을 먹으러 갔을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지는 상황들이 있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아이들과 한명 씩 가위바위 보를 한다. 내가 이기면 아이들이 나에게, 내가 지면 내가 아이들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해준다.
말은 그날 그날 다르게 미션을 낸다.
가위바위보의 위력은 졌기때문에 어쩔수 없이 해야한다는 나름의 강제력이 있다. 아이들에게는 이게 핑계거리가 된다. 평소에는 잘 못하는 아이도 ‘가위바위보에서 졌으니까’를 핑계삼고 의지삼아 하게 된다. 이는 놀이를 할 때 적용해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아이들은 놀이에서 ‘졌으니까’ 친구에게 어쩔수 없이 좋은 말을 해주게 되고 이런 분위기가 익숙해지면 평소에도 자연스럽게 좋은 말이 나오게 된다.
4. 아침 편지로
물론 아이들에게 장려만 하는 것보다는 내가 끊임없이 써주는 것도 아주 중요한것 같다. 나도 이런말을 잘 못하고 어색하지만 꾹 참고 한다. 그나마 전날에 써놓고 가는 아침편지는 말로하는 어색함을 덜어준다. 아침 편지에서 늘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전날 있었던 일중에 인상깊은 친구의 이름을 언급해주거나 하면 그걸 또 아이들은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았다.
3월을 돌이켜보면 내가 한건 이정도가 다인것 같다.
사실 활동도 활동이지만 결국 아이들이 나의 의도를 잘 받아들여주었기에 가능했던것 같다.
아이들에 따라 얼마나 받아들여주는가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이들도 안심하고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만큼은 표현한다는 것이다. 초반에 조성되었다고 안하면 다시 돌아간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 되려면 교사가 계속해서 이런 환경들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스타트가 좋아도 너무 좋았던 2021년의 용트리반, 사실 그래서 좀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마무리 까지 계속 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보고 내년 2월에도 같은 이야기를 한 번 더 쓸수 있음 좋겠다.